“韓中관계, 경제 넘어 안보 영역까지 상당히 밀착 진행 중” 경계론
  • ▲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격돌하고 있다는 분석은 이미 오래됐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형상화한 그래픽. 이란 프레스 TV 보도화면 캡쳐.
    ▲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격돌하고 있다는 분석은 이미 오래됐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형상화한 그래픽. 이란 프레스 TV 보도화면 캡쳐.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경제는 물론 안보 영역에서도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북한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하고 승인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부분적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한국을 한미 동맹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어 보인다.”


    20일(현지시간) 美의회 산하 ‘美中 경제·안보 검토위원회’가 발간한 연례 보고서 내용 가운데 일부다. 이 위원회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측하며 우려를 표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이익이 자신들과 적대적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주한미군 주둔과 군사력 강화의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고, 중국 봉쇄를 목표로 하는 ‘아시아 재균형(Pivot Asia)’ 정책을 정당화하는 빌미로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결과적으로 한국에게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끊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위치에 서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은 북한의 안정과 자국의 영향력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中-北 국경의 경비를 강화하고, 핵무기 확보를 시도할 것이며,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북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후 중국은 한반도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완충지대(Buffer Region)’로 활용하면서 미국과 대결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위원회는 중국이 ‘전통적 동맹’은 북한을 이용만 하려는 태도를 갖게 된 계기를 2009년부터 2012년 말까지 이어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中-北관계가 최악의 상황(Lowest Point)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북한 정권에 크게 실망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북한을 ‘보호’하기보다는 한미 동맹과 중국 사이의 ‘완충지대’로 삼는 것을 ‘근본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또한 중국이 북핵을 우려하는 진정한 이유는 주한미군 강화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초래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위원회는 “중국은 6자 회담을 해도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관련국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내년 초) 6자 회담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보고서는 이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북한이 美中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단기적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되거나 인도주의적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그런 일이 생길 경우 미국, 한국, 중국이 동시에 개입하면서 제2의 한국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한중일 삼국의 소통은 매우 부족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미 양국은 그나마 긴밀하게 협조를 하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은 물론 한국과도 북한 붕괴에 대해 공식적인 협의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對한반도 정책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위기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정권 출범 이후 드러내놓고 ‘힘을 과시’하는 대외정책이 위기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했다.

  • ▲ JSA를 찾은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 미국에게 한반도는 '쇼케이스'의 의미도 있지만, 중국에게 한반도는 그저 '완충지대'에 불과하다는 게 美의회 산하 조사위원회의 의견이다. ⓒ美국방부 보도자료
    ▲ JSA를 찾은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 미국에게 한반도는 '쇼케이스'의 의미도 있지만, 중국에게 한반도는 그저 '완충지대'에 불과하다는 게 美의회 산하 조사위원회의 의견이다. ⓒ美국방부 보도자료



    “2년 전 시진핑이 권력을 잡은 이후 미·중 관계가 동아시아 해역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야망 때문에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수십 년간 아시아·태평양의 질서를 유지해 온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한편 ‘美中 경제·안보 검토위원회’가 이 같은 내용의 연례 보고서를 발간한 것에 대해 국내 일각에서는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친일 로비스트의 주장이 반영되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정부가 지난 2년 사이에 보여준 대외정책과 태도 등을 보면, 이러한 예측과 우려가 ‘기우(杞憂)’에 불과한 것은 아니어 보인다.

    실제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뒤 중국 공산당은 탈북자 강제북송, 방공식별구역 일방 선포, 베트남-필리핀-일본-한국과의 영해 분쟁 등 주변국들과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켜 왔다.

    여기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부터 한국 정부는 과거 노무현 정권 때와 유사하게 미국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중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발간한 ‘美中 경제·안보 검토위원회’는 2000년 설립된 자문기구로 중국의 경제·군사력 동향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연구해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