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지 신동아가 19일 펴낸 2월호를 통해 `미네르바'로 지목돼 구속된 박모(31)씨가 아닌 또 다른 '미네르바'와 한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진위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씨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포털 사이트 다음에 올린 글을 모두 자신이 썼다는 입장이고, 미네르바를 자처하며 지난해 12월호 및 이번 2월호 신동아와 인터뷰한 K씨도 검찰이 박씨를 구속하면서 허위사실이라고 규정한 2건을 제외한 모든 글을 자신이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미네르바" = 검찰은 박씨가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280편 정도를 썼다고 밝혔고 박씨 자신도 이를 시인했다.

    다음 사이트에 지난해 초부터 미네르바 이름으로 게시된 글은 모두 500여편으로, 절반가량을 박씨가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K씨는 미네르바는 자신을 포함한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자신이 500건 대부분을 미네르바의 이름으로 썼다고 답했다.

    박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가 쓴 글 외에 200여건은 다른 사람이 필명을 사칭해서 썼다고 추정할 수 있지만 K씨 인터뷰가 맞는다면 박씨는 전혀 글을 쓰지 않았으면서도 검찰에서 "내가 글을 썼다"고 한 셈이다.

    박씨는 검찰이 문제 삼은 2건을 자신이 썼다고 자백했으나 K씨는 이들 게시물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IP 수수께끼 = K씨는 `미네르바팀'이 글을 올릴 때 특정 인터넷 주소(IP) 2개를 쓰면서 나머지 6명과 IP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의혹은 K씨 일행과 박씨가 사용한 IP가 같다는 것인데 K씨는 "IP 문제는 우리도 황당하다. 모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박씨의 신원을 밝힐 때 IP 역추적 방식을 이용했고, 박씨가 자기 집에서 글을 올리면서 고정 IP를 사용해 예상보다 쉽게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이 같은 IP에서 올린 것처럼 조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기술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씨가 미네르바로 속이려 IP를 조작했을 공산도 있지만 검찰은 박씨가 IP를 조작한 흔적은 없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고, K씨는 그룹에서 이탈한 사람이 박씨로 하여금 글을 올리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는데 박씨는 이를 부인했다.

    ◇리먼브러더스 예측은 누가 = 미네르바가 유명세를 탄 것은 지난해 9월10일 게시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측한 글이 실제 들어맞았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K씨는 "리먼브러더스가 (실제로) 파산하고 나서 우리 글을 둘러싼 파장이 커졌다"면서 이 글을 자신들이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예측과 환율 폭등 등 미네르바의 이름을 알린 글도 모두 썼으며, 이는 독창적인 글이 아니라 이미 언론보도에 나왔던 내용"이라고 밝혔었다. 

    검찰은 비전공에 경험까지 전무한 전문대졸 출신의 31세 무직인 박씨를 구속한 뒤 `가짜설'이 돌자 그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불과 40여분만에 A4용지 2쪽 분량으로 작성한 올해 경기예측을 공개해 `짜깁기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