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北대사관 파견 보위부 요원, 유학생 한 씨 강제송환 시도…탈출 성공
  • "튀는 중?" 프랑스에서 북한유학생 한 명이 보위부의 손아귀에서 탈출, 피신했다. ⓒ아리랑 TV 관련 보도화면 캡쳐
    ▲ "튀는 중?" 프랑스에서 북한유학생 한 명이 보위부의 손아귀에서 탈출, 피신했다. ⓒ아리랑 TV 관련 보도화면 캡쳐

    이달 초 유럽 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국가보위부 요원에게 강제로 송환될 뻔 했던 프랑스 북한 유학생 한 명이 공항에서 극적으로 탈출, 잠적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외신들은 탈출한 북한 유학생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던 북한 학생들이 모두 잠적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19일 외신들에 따르면, 이달 초 프랑스가 아닌 다른 유럽의 북한 대사관 소속 국가보위부 요원이 프랑스 국립 파리 라빌레트 건축학교에 유학 중이던 한 모 씨를 찾았다고 한다.

    국가보위부 요원들은 한 씨의 집을 찾아가 여권, 휴대전화 등을 빼앗고, 그를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려 했다. 보위부 요원들에게 끌려 파리 공항에 도착한 한 씨는 비행기를 타기 직전 극적으로 탈출한 뒤 사라졌다고 한다.

    지난 14일에는 프랑스 경찰이 한 씨를 찾아 학교를 찾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당국은 “학생과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씨의 소재를 알아봤지만, 보름 전부터 그를 목격한 사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 대사관 측이 한 씨를 찾기 위해 프랑스 경찰 당국에 ‘불법체류’나 기타의 ‘범죄 혐의’를 씌워 그를 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에서 쫓고 있는 한 씨는 장성택 핵심 측근의 아들로 보인다고 한다.

    김정은이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뒤 그의 측근들도 ‘잔재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숙청하고 있는데, 한 씨의 부친이 장성택의 측근이라는 설명이다.

    한 씨는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했고 자신의 아버지는 물론 일가 친척들이 모두 숙청당해 ‘강제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자신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처형될 수 있다는 생각에 탈출했고, 지금은 지인의 도움으로 은신 중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김정은 정권은 외교경로를 통해 프랑스 경찰 당국에게 한 씨를 찾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생각지 못한 ‘부작용’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경찰이 한 씨의 행방을 묻기 위해 파리 라빌레트 건축학교에 찾아온 지난 14일 뒤, 프랑스에 있던 북한 유학생 10명이 모두 잠적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2011년 프랑스 정부의 초청으로 그랑제콜 라빌레드 건축학교와 그랑제콜 벨빌 건축학교에 각각 5명의 유학생을 보냈는데, 이번에 탈출한 한 씨도 그 중 한 명이라고 한다.

  • "햐, 그 인원으로 한 명을 못 잡은 거냐? X신들…."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은이.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햐, 그 인원으로 한 명을 못 잡은 거냐? X신들…."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은이.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한 씨가 보위부 요원의 손아귀에서 탈출한 뒤 나머지 9명의 북한 유학생들이 모두 잠적한 것을 놓고 국내외 언론들은 두 가지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나는 한 씨가 다른 유학생들에게 긴급히 전화를 해 “잡히면 죽으니 모두 튀어”라고 전달한 것, 다른 가능성은 한 씨를 놓친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다른 유학생들이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곳에 집결시킨 뒤 가둬놓고 있다는 추측이다.

    하지만 한 씨를 놓친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프랑스 정보당국과 경찰이 감시하는 가운데 다른 유학생을 강제로 송환하려고 활동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어서, 한 씨가 다른 유학생들에게 전화를 해 모두 피신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한편 프랑스에서 한 씨가 탈출하고, 다른 북한 유학생들이 모두 잠적했다는 소식을 접한 한국 외교부와 프랑스 주재 대사관은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지만, 실제로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듯하다.

    외교부는 19일 “북한 유학생 탈출 관련 사안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다.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고, 駐프랑스 한국 대사관 또한 같은 대답만 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 같은 외교부와 한국 대사관의 반응을 본 일각에서는 ‘장성택 측근의 아들’인 한 씨와 다른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귀순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정부가 ‘특별한 역할’을 펼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씨와 같은 ‘장성택 측근의 자녀’가 한국으로 귀순할 경우 정부는 북한 고위층 내부의 권력관계를 파악하는데 엄청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김정은이 해외 유학생들까지 숙청할 정도로 ‘폭정’을 일삼는다는 점을 알게 된 다른 지역의 북한 유학생들도 한국으로 ‘도미노 귀순’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개로 일각에서는 프랑스에 유학 중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도 위험하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비호를 받고 있는 김정남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북한 보위부가 '납치'를 감행할 경우 중국 정보기관이 김정은과 이설주를 가만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김한솔에게 위험이 닥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