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청와대 1기 참모진에서 `왕비서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19일 단행된 개각에서 차관급인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전격 발탁됐다. 지난해 6월 이른바 `권력사유화' 논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지 7개월여 만이다.

    박 전 비서관의 차관급 기용은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위해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차장이 지난해 사표를 제출한 직후부터 어떤 형태로든 재기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최측근으로 인식됐기 때문.

    일각에선 재.보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핵심요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결국 박 차장은 정부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총리실 국무차장직을 맡게 됐다.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맡으며 수석급에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청와대 밖이지만 내각을 총지휘하는 총리실의 국무차장에 기용됨으로써 `실세'의 위상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박 차장이 퇴임 7개월여만에 차관급 인사 명단에 오르면서 정치권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국정장악력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긍정론이 있는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내놓을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경북 칠곡 출신의 박 차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위원의 보좌관으로 10여년을 일했다. 보좌관 시절 한나라당 소속 보좌관들 사이에서 `큰 형님'으로 불렸으며 인맥이 넓어 `마당발'로 통했다. 

    박 차장은 이후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정무담당 국장을 지내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고,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경선캠프였던 `안국포럼'의 창립멤버로서 정권교체의 `1등 공신'으로 거론됐다.

    그는 특히 지난 대선에서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과 함께 이 대통령의 외곽지지단체인 `선진국민연대'를 이끌며 이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 지난해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과 함께 이 대통령의 조각 작업에 핵심 역할을 맡았고,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기획조정비서관으로서 국정 전반을 장악하며 누구도 무시못한 위력을 발휘했으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당청 4인방 폐해' 발언으로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박 전 비서관과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이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에 내정된 것은 이들이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정책적으로 잘 보좌해 왔기 때문"이라면서 "일선에 투입, 경제살리기를 위해 총력 매진하는데 앞장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