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가을을 보내는 랩소디(Rhapsody)
    대암산 GP의 최저기온은 이미 영하 5도 밑이다.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연일 일교차가 큰 날씨가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가을걷이를 마친 들녘에는 하얀 비닐로 싸인 볏짚 덩어리가 나뒹굴고,
    모처럼 관광버스에 오르는 시골 아낙네들의 재잘거림이 정겹다.
    거리에 흩어졌던 구릿한 은행 열매 냄새도 가시기 시작한 도시의 출근길 지하철에는
    젊음이 넘친다. 그 복잡함과 비좁은 공간에서 너나 할 것 없이 귓구멍을 틀어막고
    게임에, 아침드라마에, 깨톡에 열중이다. 대한민국은 활기차고 자유롭다.
    그 깨톡 사장(社長)이 법원의 감청영장(監聽令狀)을 거부할 정도로 자유가 흘러넘친다. 

      중국·뉴질랜드와 FTA가 타결되어 경제 영토가 전 세계 땅덩어리의 70%를 훨씬 넘어섰다고
    하지만, 우리 내 살림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거창하게 ‘초이노믹스’ 어쩌구 하며
    여의도 새(鳥)떼들 간에 “실패다”, “아직 기다려 봐야한다”고 입 싸움이 계속되지만,
    경기(景氣)는 여전히 썰렁하다고 야단이다.
    ‘무상’(無償)시리즈로 대표되는 복찌를 가지구 이러쿵 저러쿵 말도 많다.
    정작 ‘배 고픈’ 이들은 제대로 말을 못하고 지켜만 보고 있는데,
    웬 ‘배 아픈’ 작자들은 그렇게 많아서 목청을 돋우는지... 

      지난 6월 지방권력 따먹기 선거에서 현 정권의 ‘국가 대 개조(改造)’를
    ‘국가 대 개X’라고 규정했던 공무원 나리들은 연금개혁을 막겠다고 결사적으로 나섰다.
    ‘국민적 합의기구’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우기고 있는데,
    뭐 결국은 연금개혁을 하지 말자는 ‘합이(合異)기구’가 필요한 건 아닌지... 

      세월은 흘러 벌써 200여일이 지난 대형 교통사고 대책본부가 해산을 한다지만,
    여기저기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인간 세상에 사고야 늘 상 있는 것이지만, 어쩌다 한 번씩 하는 ‘민방위 훈련’을 같잖게 여기고, 대피하라는 안내에 짜증부터 내는 우리네 일상이라면,
    항상 대형 사고는 예비 되어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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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가운데 변형(變形) 조류독감에 걸려 살(殺)처분 대상으로 전락한,
    그래도 궁민(窮民)들의 전통적(?)인 건망증(健忘症)에 기대어 근근이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여의도 새(鳥)떼들은 개(狗=犬)헌(舊)에 안달이 나서 아직도 틈만 나면 나불대고 있다. 

       북녘에 보내는 삐라와 남녘으로 파내려 왔다는 땅굴에 대한
    불편한 진실 게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녘의 어린 최고 돈엄(豚嚴)은
    아주 자랑스럽게(?) 쩔뚝이며 지팡이를 짚은 채 짠하고 나타났다.
    국제적 왕따로 같은 처지에 있는 북극 곰 챠르를 만나고 싶은지,
    백도혈통(百盜血統)에 붙어서 2대째 노략질을 같이 해 처먹고 있는 졸개를
    특사(特使)랍시고 덜덜거리는 비행기에 실어 보냈다.

      북녘 인민들의 인권이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북한 인권법을 저지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당당히 말하는 실세 구개이언(口開異言)님도 있다. 이 분은 북녘의 최고 돈엄(豚嚴)이 자기 고모부를 ‘건성건성 박수’가 못마땅하다며 단칼에 보내버리자, “이럴 때일수록 김정은 체제를 강화시켜주는 것이 좋다... 늠름하고, 참 무서운 친구다”라고 공언(公言)도 하셨다. 물론 2000년 ‘평양 상봉’에 동행(同行)해서 대접을 잘 받고 오신 바도 있다. 

      늦가을은 추억이 있는 계절이다.
    그래서 그런지 ‘추억을 먹고 사는 여인(女人)’들이 있다.
    오늘도 ‘식견(食見)있는 지도자’의 막강한 딸라 식성(食性)과 나눔의 정(情)을 못 잊어,
    그리운 금강산(金剛山)을 찾은 여인. 금강산을 이용해서 식은 죽 먹기로 돈을 벌다가
    돈줄이 막힌 여인네와 거의 같은 처지인 최고 돈엄(豚嚴)의 졸개들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만났나 보다.
    “연내(年內)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물꼬를 트자는 뜻을 함께 했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한 분, 2000년 ‘평양 상봉’에 남편과 같이 가셨던 여사님은
    언제나 북녘을 애틋하게 기억하고 계시다. 그래서 그런지
    북녘의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서 ‘털모자’와 ‘목도리’를 손수 뜨개질로 마련하셨단다.
    이걸 전달하기 위해 강력히 방북(訪北)을 원하고 계신단다.

    그런데 걱정이다. 2000년 ‘평양 상봉’ 당시에는 여행 경비 일체는 물론
    관광료 까지 듬뿍(아주 듬뿍) 얹어 줘서 대접을 잘 받았는데,
    이번에 얼마나 많은 ‘털모자’와 ‘목도리’를 뜨개질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접이 그 때만 할런지... 2000년 기준으로 따지면, ‘털모자’와 ‘목도리’ 수량이
    북녘의 어린이들 모두에게 선사할 정도로 천문학적이어야 할 텐 데 걱정이다. 
      
      이렇게 가을이 가고 있고, 겨울은 턱 밑에 와 있지만,
    겨우살이 걱정이 큰 집안이 하나 있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군대다.
    왕따와 집단 폭행을 막기 위해 별별 아이디어(예를 들어 동기생들만의 내무반, 동기생 분대 등등)를 다 쥐어짜 보고, 민간인들 까지 끌어들여 거 무슨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들어
    보기도 했지나, “그 나물에 그 밥 아니냐”는 지청구만 잔뜩 듣고 있다. 
      더군다나 뜻하지 않게(?) 방산(防産) 비리까지 전방위(全方位)로 터지고
    국산(國産) 무기는 전부 먹통(?) 취급을 받는 상황이니,
    첩첩산중은 이런 때 쓰라고 한 말인가 보다. 

      하지만 군(軍) 혁신이라는 것이 뭐 있나?
    전투화 가죽(革)을 새로(新) 바꾸는 것도 아닐 테고,
    군복 허리띠(革帶)를 갈아끼우는(新) 것은 더더욱 아니지 않은 가.
    결국 군(軍) 수뇌부와 지휘관의 솔선수범(率先垂範)이 몸에 배고,
    장병과 국민들이 그것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별을 넷이나 단 사령관이 경계태세강화기간에 음주(飮酒)를 한 주제에
    “추태를 벌였네, 아니 네, 전투화 지퍼가 몇 센티 밖에 안 내려갔네...” 하며
    볼 쌍 사나운 언론플레이를 하는 꼬락서니하고는.
    경계태세강화기간 중에 자신의 부하들에게는 금주(禁酒)를 지시하고 자신은 음주(飮酒)를 하셨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삭탈관직(削奪官職) 감인데
    무슨 “군의 명예” 운운하며 언론에 대고 억울함을 주장하다니....
    쐬주 2병에 폭탄주 몇 잔이 작은가,
    아무리 술이 세다한들. 사안이 이러한 데도 군내에서 “아쉽다, 아깝다” 등의 말이 나온다면,
    자랑스런 대한민국 군대는 해산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우울한 지휘관의 얘기 속에서도 희망은 보인다.
며칠 전 육군이 최전방 초소에서 근무할 첫 ‘우수 전투병’ 모집에
우리 아들들이 대거 지원했다고 한다.
경쟁률이 7.8대 1에 달했다고 하니,
우리 아들들의 애국적인 용기와 도전 정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다. 

  전선(前線)의 늦가을은 이미 많이 춥다.
최전방 GP·GOP 그리고 해·강안(海·江岸)의 초소에서, 검푸른 바다에서
칼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우리 아들들 덕분에
이 나라는 척박하고 힘든 세상살이들을 받아넘기면서 내일을 기약할 수 있으며,
이렇게 넋두리마저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기에 군(軍) 수뇌부와 지휘부는 더욱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하고,
궁민(窮民)들은 감사와 신뢰를 보내야 한다. 

  날씬하고 어여쁜 TV 기상(氣象)캐스터들에게 부탁하나 하고자 한다.
언론에서 매일 최전선의 소식을 전할 수는 없을 것이니,
우리 아들들의 희생과 봉사와 헌신과 열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도록
그 곳의 날씨(눈·비·바람·기온 등등)라도 가끔씩 알려 줄 것을... 
  요즘 강원도 양구 대암산 GP의 최저 기온은
벌써부터 영하 5도를 밑돌고 있다고 한다.
물론 칼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이하이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