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석의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 자당 의원들의 입각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해 왔는데 정작 청와대로 부터 들은 대답은 'NO'였다.

    박희태 대표는 1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례회동 자리에서 소속 의원들의 입각을 공식 건의했는데 이 대통령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번에는 어렵다"고 자른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공식입장이 거절당한 셈인데 당은 부글부글 끓고있다. 개각을 두고 한나라당은 당 지도부는 물론 여러 친이명박계 인사들까지 나서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때마다 등장했던 게 당 인사들의 입각 요구였다. 이명박 정부 내각의 최대 약점이 정무적 판단 부재라고 본 한나라당은 당 인사들의 대거 입각으로 이를 보완하고 정부와 당간의 원활한 소통도 이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친이명박계에서 이런 요구가 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구나 18일 4대 권력기관장 인선에 대해 당 주류 진영조차 뉴스를 보고서야 안 것으로 알려지며 거대여당의 모양새는 우스워졌다.

    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경선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고,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진수희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날 단행된 권력기관장 인사 관련, 사전 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나도 그냥 신문에 나오는 정도밖에 알지 못했었다"고 밝혔다.

    사회자가 이번 인사에 대한 평을 물으며 "한나라당의 개각건의를 (청와대가)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이라 보느냐"고 하자 진 의원은 "아니요"라고 답했다. 진 의원은 "종합적인 평가나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당 인사를 전혀 기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만약 최종안이 그렇게 된다면 당에서는 실망이나 걱정하는 의견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지난 정기국회를 거치며 당과 정부간에 소통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돼 왔고 당에서는 문제의식을 많이 갖고 있었다"면서 "지난 1년간 장관들의 정무감각이 부족하고 정무적 판단이 미숙하다는 공통된 지적이 있어 의원들 입각 필요성이 제기돼 왔었는데 만약 그렇다면(당 인사 입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금은 실망과 걱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거듭 우려했다.

    당에선 박 대표가 직접 공식 건의한 사항이 거절된 것은 물론 권력기관장 인사에 대해 사전 인지조차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큰 분위기다. 연합뉴스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한 중진 의원은 "인사의 내용은 그렇다고 쳐도 최종 결정되기 전에 최소한 당 대표에게는 연락을 미리 취해주는 모양새를 갖춰어야 한다"며 "청와대가 당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다"고 불만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