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폭 수준의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19일 오전 박희태 대표의 심기는 몹시 불편했다. 

    두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당 소속 의원의 대거 입각'이 이번 개각에서 무산됐음을 확인했고, 이날 오후에 있을 개각 내용에 대해 `상의'는 물론 자세한 `통보' 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소통의 고속도로'를 외치며 당 대표에 오른 박 대표였지만, 정작 당청간 소통 부재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힌 셈이다. 

    개각이라는 여권의 중대사에 철저히 소외된데 대한 집권여당 대표로서, 당의 얼굴로서 박 대표의 깊은 한탄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만났다. "개각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의 표정에는 `무력함'이 묻어져 나왔다. 

    박 대표는 당 인사 입각에 대해 "많이 들어가는 게 내각의 정치력을 보강하고 민심을 잘 수렴할 수 있는 길도 되면서 국회의원의 사기도 높인다는 점에서 계속 요구했다"고 말문을 뗐다.

    그러나 박 대표는 "근데 이번 개각이 경제팀을 개편하는 게 되다보니 룸(여지)이 없다"고 말한 뒤 수차례 "룸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 하며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저는 오로지 국회의원들 입각 문제에 신경을 곤두 세웠다"는 박 대표의 언급은 `당 인사 배제'에 따른 상실감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나아가 이날 오후로 예정된 개각에 대한 언급에서도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언급'은 없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중간에 대강의 개각 내용을 전화로 통보받았지만, 그나마 당 인사 기용 가능성이 점쳐졌던 행정안전부 장관 후임에 대해서는 전해듣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박 대표는 "내가 지금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되는건지, 3시간 남았는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당장 당 일각에서는 이번 개각에서 당의 의견이 소외, 나아가 묵살된데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가 당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갖추지 못한 것 아니냐"며 "의원들 사이에서 한동안 설왕설래가 있을 것"이라며 강한 불만은 터뜨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