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신임 국정원장에 핵심 측근인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정한 것은 무엇보다 국정원 개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정원은 수뇌부간 권력 투쟁설 등 끊임 없는 내부 잡음에 시달려왔다. 

    국정원장과 기조실장간 알력설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국정원장이나 기조실장 두 명 중 한명이 불가피하게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찍부터 나돌아왔다.

    또 지난 10년 간의 진보 정권을 거치면서 국정원 내에 전(前) 정권 인사들이 넓은 뿌리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 인적 청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내부 비판도 적지 않았다.

    또 쇠고기 파문 당시 국정원의 부실 보고 및 대처 등 국정원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회의론도 상존해 왔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국정원장 교체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국정원 인사쇄신을 통해 국정원의 전면개조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장 교체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당초부터 원 장관과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을 적격자로 낙점하고 세간의 평가를 구했으나 상당수가 부정적인 의견을 전해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김성호 현 국정원장을 유임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로 돌아선 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국정원장과 경찰청장을 교체하면서 모두 T.K(대구.경북) 출신 인사들로 채우는 데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고심 끝에 최종 순간에서 이런 부담들을 떠 안더라도 `국정원 개혁'을 위한 정면돌파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경합한 `류우익 카드' 대신 원 장관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원 장관이 현정부 출범 초기 공무원들의 극심한 반발에 맞서 정부조직개편의 후속작업을 뚝심있게 밀고 나간 데 높은 평점이 매겨졌다. 

    원 장관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 행정부시장을 맡아 청계천 복원 공사를 좌고우면하지 않고 추진한 전력을 갖고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서울시 안팎에서 청계천 복원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적극 나선 것을 높게 평가했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원 장관 임명 배경에 대해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데다 탁월한 업무 추진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기에다 "추진력과 개혁성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 내부에서 원 장관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공무원(서울시) 출신인 원 장관이 어떻게 국정원장을 할 수 있느냐는 반감이다. 원 장관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국정원 개혁의 성공여부에 대한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