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 오찬 일정이 오는 30일에서 내달 4일 혹은 5일로 연기되면서 청와대 의전 소홀 여부를 놓고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하다.

    최고위원과 4선 이상 중진이면 당의 `어른'인데, 처음 일정도 팩스를 통해 일방 통보되고 청와대나 당 어느 쪽에서도 설명이 없었던데다 다시 연기가 결정됐는데도 이에 대한 연락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의전에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당내에 많다"면서 "중진들은 일정도 확인하고 전화도 직접 걸어서 약속을 정해야 하는데, 이번 오찬을 잡으면서 그런 일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실무에서 챙겨야 하는데 그런 디테일이 너무 약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처음에 일정 조정을 하지않고 날짜만 통보된 탓에 정몽준 최고위원을 비롯해 상당수가 선약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이 부르니 일정을 조정하겠다"고는 했지만, 상당히 쓴입맛을 다셨다고 한다.

    초청 대상인 한 의원은 "중진들이면 정무수석 정도가 전화를 하는 게 예의"라며 "우리가 밥먹으러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당의 공감대를 얻어서 국정운영을 하자는 것인데 의전이 소홀한 측면이 없지않다"고 지적했다.

    정작 일정을 조정한 청와대 정무파트와 당 대표실은 책임만 미루는 분위기다. 청와대측은 "일정이 잡히면 통상 연락은 당에서 하는 게 관례"라고 말했고, 대표실은 "연락을 하려고 했더니 이미 청와대에서 다른 통로로 팩스를 보내버린 상황이었다"고 설명한다.

    일단 박종근 허태열 안상수 의원 등 상당수 의원 불참을 이유로 일정을 조정키로 한 만큼 성의는 보였다고 할 수도 있지만, 뒤집어보면 "통보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또 바꾸느냐"는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다. 

    주류 입장에선 "박근혜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참석 여부가 관심을 모은 박근혜 전 대표 주변에선 씁쓸하다 못해 냉소적인 분위기다. 아예 예우를 기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 측근은 "친이 중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담담하다"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고, 친박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한테는 당 사무총장이나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후적으로라도 전화를 걸어서 예우를 갖췄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이와 관련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예우 여부에 상관없이 일단 청와대 초청을 수락, 당청간 경제살리기 노력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진다. 

    이 측근은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결정하겠지만, 그렇게 말씀하셨으면 가는 쪽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