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객관성 논란 불가피, 교육현장 파열음 예고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1일 자율형사립고 8곳 중 6곳을 지정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뉴데일리DB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1일 자율형사립고 8곳 중 6곳을 지정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뉴데일리DB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6곳에 대해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다.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 교장단은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정취소를 강행하면서, 이미 법적대응 의지를 밝힌 자사고교장연합회를 비롯, 자사고 학부모 및 교육시민단체들과의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31일, 자사고 지정취소 대상으로 분류된 배재고, 경희교,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승문고, 신일고 가운데 승문고와 신일고 2곳을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에 대해 지정취소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지정취소 대상에서 빠진 승문고와 신일고 등 2개교에 대해서는, 2년간 처분을 유예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견 ▲종합평가 점수 및 순위에서 지정과 취소의 경계선에 있는 학교 ▲자사고 운영개선계획의 차별성 ▲교육청과 학교의 상호협력 의지 등을 판단기준으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가결과 기준 점수에 미달한 학교 8개교를 대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청문 절차를 진행했지만, 8개교가 모두 불참했다”며, “지정취소 대상 학교에 소명기회를 주기 위해 ‘운영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한 것은, 학교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강변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담화문에서 “자사고의 우월적 지위를 구성하는 핵심은 학생선발권과 교육과정 자율권”이라며, “자사고 전반의 선발권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교육감의 이날 발언은, 서울지역 다른 자사고들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사립학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 소속 학부모 1천여명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움직임에 반발, 9월 1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위법적인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 소속 학부모 1천여명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움직임에 반발, 9월 1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위법적인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조희연 교육감의 이날 담화문에는 자사고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조 교육감은 “공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자사고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며, “제도 개선 내지 해소의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행정처분은 자산의 정책적 신념과 별개”라며, “법규대로 자사고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해 재지정 자격이 매우 부족한 학교들을 일반고로 전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규에 따른 엄정한 평가’를 내렸다는 조 교육감의 말과 달리, 자사고 종합평가 항목을 보면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지난 5월 서울교육청은 지정 5년차를 앞둔 자사고 14개교를 대상으로, ‘자사고 운영평가’를 진행한 결과, 이들 학교 모두 재지정 기준 점수인 70점(100점 만점)을 이상을 얻었다.

    그러나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한 뒤 ‘공교육 영향평가’라는 이름으로 실시한 2차 평가에서, 14개 학교 모두 ‘지정취소 대상’이라는 결과가 나와 [자의적 평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평가항목의 객관성과 공정성도 문제였다.

    평가항목 중 학생들의 자사고 지원 동기를 묻는 ‘자사고 설립취지 인식 정도’에서, “수능점수를 높게 받으려고 지원했다”, “우수한 학생들과 공부하기 위해 지원했다”라는 답을 많이 받은 학교일수록 낮은 점수를 받았다.

  •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중단'을 요구하는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회장 김용복) ⓒ뉴데일리
    ▲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중단'을 요구하는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회장 김용복) ⓒ뉴데일리

    이와 함께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 선행학습 방지 노력 등 재량평가 항목은 배점을 올리고, 학생충원률, 법인전입금 전출계획 이행여부 등 학교의 건실함을 평가하는 객관적 지표는 배점을 축소했다.

    특히 교육청에서 권장한 적도 없는, ‘인권동아리 운영 여부’ 등의 지표 등을 평가지표에 끼어 넣어 해당 학교들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했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그리스 신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비유를 들어, 조희연 교육감의 독선적인 자사고 폐지 정책을 신랄하게 비꼬았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도적으로, 지나가는 나그네를 자신의 침대에 눕혀 침대의 길이가 모자라면 발목을 자르고, 침대의 길이가 남으면 몸을 잡아늘려 죽인 것으로 악명 높다.

    애초부터 자사고 폐지를 염두해 둔 조희연 교육감이, 자의적인 평가지표를 근거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강행하면서, [자사고 폐지] 논란은 결국 법정에서 운명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서울 자사고 교장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복 배재고 교장은 3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의 위법적인 자사고 지정취소와 관련해, 담당변호인을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정했다”고 밝혀,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시교육청과 자사고간 법적공방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