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가 수술 다음날, 위 축소 수술 사실 밝혀""수술에 동의한 적도 없고, 사전에 설명들은 적도 없어"

  • 장 수술 후 11일 만에 숨진 가수 신해철의 사망 원인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증상이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이라는 소견은 나왔지만, 왜 이 상태까지 건강이 악화됐는지에 대해선 병원 측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자연히 온라인상에선 멀쩡하던 신해철에게 왜 '장 협착' 증세가 생기고, 패혈증 감염이 이뤄졌는지 각양각색의 추측이 난무하는 모습이다. 이에 1차 수술을 담당했던 스카이병원 측은 이번 사망 사고와 자신들은 무관함을 강조하며 '헛된 소문'을 퍼뜨리는 네티즌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해철의 부인 윤원희씨가 장례 마지막 날 "병원 측에서 환자 동의 없이 '임의수술'을 진행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폭로하면서 사태가 급박한 상황으로 돌아가게 됐다. 부인의 주장이 모두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번 사건은 전대미문의 의료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윤원희씨는 지난 30일 밤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스카이병원에서 우리가 원치 않는 위 축소 수술을 단행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남편이 수술을 받은 다음날 아침 주치의가 저와 남편에게 수술 경위를 설명한다며 수술 영상과 사진을 보여줬는데, 수술 마지막에 위를 접어서 축소하는 수술을 했다는 거예요. 우리는 수술 동의를 한 적도 없고 사전에 설명을 들은 적도, 그 수술에 서명을 한 적도 없어 거세게 항의를 했어요.


    실제로 신해철은 17일 해당 병원에서 장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의료진은 "복통을 호소해 찾아온 신해철에게 장 협착 증세가 발견돼 수술을 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건강에 큰 이상이 없던 신해철에 왜 장협착이 발생했고, 수술 후 극심한 흉통과 고열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했다.

    수술 이후 며칠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신해철은 22일 새벽 견디기 힘든 흉부 통증을 느껴 다시 스카이병원을 찾았고 오후 1시경 '심정지' 상태가 됐다. 이후의 상황은 알려진 바와 같다. 신속히 '심폐소생술'이 이뤄졌지만 뇌 손상 정도가 심해 27일 오후 유명을 달리하게 된 것.

    이와 관련, 다수의 의료전문가들은 "장협착 수술을 받으면 최소 1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불과 이틀 만에 퇴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이날 신해철이 받은 수술이 정말 장 협착 수술이 맞는지 의문을 표한 바 있다.

    윤원희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같은 의문은 금세 풀린다. 지난 17일 신해철은 당초 스카이병원이 밝힌 것처럼 장 협착 수술을 받은 게 아니라 위 일부를 접는 축소 수술을 받은 셈이다. 그가 며칠 만에 퇴원할 수 있었던 것도 위를 접는 수술이 비교적 가벼운 수술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윤씨는 "스카이병원 측이 아무런 동의도 없이 수술을 진행한데 대해 남편이 엄청 화를 냈다"면서 "주치의는 자기 판단에 필요할 것 같아서 수술을 했다는 식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윤씨는 "남편이 수술 직후부터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하소연했고, 다시 위를 펴달라는 요구까지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수술 직후부터 계속 배가 아프다고 했어요. 너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했고 위를 접었으면 다시 펴는 수술을 해달라는 말도 했습니다.


    윤씨는 "환자가 원하지 않는 수술을 했고 수술 이후 계속 통증이 발생했음에도 불구, 그게 맞는 후속 조치가 적철하게 취해지지 않았다"며 수술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사후조치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거듭 지적했다.

    계속 열이 나고 아파하는데도 그 병원에서는 수술 후라 그럴 수 있다는 말만 했어요. 남편이 구체적으로 어디가 아프다고 콕 집어서 말도 했고, 고열과 통증으로 잠도 못 잤는데 병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말만 했습니다. 저희는 잘 모르니까 병원 말이 맞겠거니 했고, 남편도 그래서 통증을 참으려고 무척 노력했어요.


    윤씨는 "남편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했는데 이를 간과한 것 같고,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한편 윤씨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거론한 것과 거의 동시에 신해철의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는 "해당 병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혀, 사망사고의 책임이 병원 측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사진 = 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