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회담, 간청하는 식은 안 돼

     남북고위

  • 급회담이 무산되었다.
    북의 속셈은 자명하다. 
    남북접촉에서 자기들이 갑(甲)의 지위에 있겠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또 문을 닫고 버티는 것이다.
    "누가 답답한가, 그래서 누가 먼저 아쉬운 소리를 하나?"의 싸움인 셈이다.  

     북은 항상 “남쪽이 이렇게 해야 회담이 가능하다”는 투로 나왔다.
    1970년대 후반에도 북은 일체의 기존 남북관계를 정지시키고
    “남쪽에 민주정권이 들어서야 남북회담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것이 유신~5공 내내 계속되었다.
    우리 내정에 간섭하고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것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북의 그런 전술에 종종 말려든다는 사실이다.
    우리 측 일각이 남북회담을 열지 못해 연연해하고,
    아쉬워하고, 답답해하는 기색을 드러내는 탓이다.
    지난번 황병서 등 3인이 인천에 왔을 때도
    ‘대통령 면담’을 제의했다가 거절당하는 무안을 당했다.
    자기들이 뭐라고 김무성 문희상을 비롯한
    여, 야 정객들까지 우르르 몰려가 만면에 웃음을 지어보이며
    그들 앞에서 “우리는 착하고 예쁜 어린이에요”라는
    시늉들을 했다.
    지긋한 나이에 왜들 이러는지...

  • "이게 내 껀가?" 김정은이 평양 유기공장을 찾아 에멘탈 치즈를 가리키는 모습. 에멘탈 치즈 중독증 수준이라고 한다. ⓒ사진: 북한매체 캡쳐
    ▲ "이게 내 껀가?" 김정은이 평양 유기공장을 찾아 에멘탈 치즈를 가리키는 모습. 에멘탈 치즈 중독증 수준이라고 한다. ⓒ사진: 북한매체 캡쳐

     안달하는 상대방에는 존중심이 들지 않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 동안 우리 측은 “천안암 연평도 시인, 사과, 재발방지 약속 없으면 지원 없다”는
    원칙을 잘 지켜왔다.
    돈 나올 데는 남쪽밖에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북은 내심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황병서 일당이 이번에 온 것이다.
    돈 뜯어먹으려고.
    그런데도 저들은 “삐라 뿌리지 말아야 남북회담 가능하다”며,
    마치 우리가 아쉬워서 “회담 좀 열어주세요" 하고
    간청하는 식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초장에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그래 놓아야 앞으로 우리에게서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뜯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 통일부에도
    “저들의 비위를 맞춰서라도...”저들이 하자는 대로 해서라도...“
    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기(氣) 싸움에 스스로 져주는 꼴밖엔 안 된다.

     당당하지 못한 상대방, 심리적 약점을 보이는 상대방,
    속을 훤히 드러내 보이는 상대방은 여지없이 얕잡아보는 게
    북한의 대남(對南) 공작 ‘일꾼’들임을 잠시도 잊어선 안 된다.

     당국, 정신차렷 이 사람들아.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