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조차 "사퇴이유 모르겠다", "개헌론 주장하려고 그랬나" 불만 표출
  •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먼저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먼저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퇴 의사를 밝힌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4일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김무성 대표를 향했던 화살을 청와대로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친박계 의원들은 '결국 개헌론에 불을 지피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사퇴 진의를 묻는 질문에 "저의 사퇴발언의 진의는 하늘이 두 쪽 나도 개헌은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헌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듯한 태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 봇물' 발언을 한 김무성 대표를 겨냥,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활성화 법안만이라도 제발 좀 통과시켜 달라'고 애절하게 말씀했지만, 국회는 개헌이 골든타임이다'면서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 많이 가슴 아프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사퇴는 여야에 각성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사퇴하는 게 개헌의 불씨를 살려 놓는 것이라는 판단도 했다"고 했다. 개헌론 이슈를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개헌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내년 전반기엔 해야 한다"며 "전반기를 넘으면 차기 구도에 영향을 미쳐 안 된다"고 했고, '김무성 대표를 공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엔 "오히려 도와준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 지난 7월 14일 새누리당 새 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의원(가운데)이 서울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제 3차 전당대회에서 두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뉴데일리
    ▲ 지난 7월 14일 새누리당 새 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의원(가운데)이 서울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제 3차 전당대회에서 두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뉴데일리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개헌 논의는 절박한 과제라고 대표가 얘기해야 하는데 상하이에서 돌아와 꼬리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당 대표로서 옳은 모습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청와대도 그걸 갖고 딴죽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를 싸잡아 비판했지만, 개헌론에 제동을 건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 기간 경제활성화법을 처리하지 못하면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사퇴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개헌 작업의 착수 시기에 대해 "내년이 넘어가면 차기 대권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굉장히 예민하게 반영되므로 더 어려워진다"면서 "내년은 본격적으로 개헌을 시작하되 그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여야 합의를 통해 차기든 차차기든 다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사퇴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개헌 봇물' 발언의 김무성 대표를 돕기 위한 속내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친박 주류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해 "김태호 의원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무슨 의도로 최고위원을 사퇴하고 또 무슨 의도로 여러가지 이것 저것에 대해 코멘트 하고 있는가에 대해 아직 오리무중이다"고 말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역시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이유에 대해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어제는 개헌론은 대통령에게 염장을 질르는 것이라고 하더니, 오늘 조간 인터뷰를 보면 거꾸로 개헌론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 개헌의 절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행동한 것이라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중진 의원 역시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직 사퇴 진의는 본인이 가장 잘 알지 않겠느냐"며 "말이 조금씩 달라진다. 결국 개헌론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