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2일 사설 <'미네르바'구속의 떡고물 챙기려는 무리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서울중앙지법은 10일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경제 관련 글을 써온 30세 무직 청년 박대성씨에 대해 '허위 사실을 퍼뜨려 외환시장과 국가신인도에 타격을 줬다'는 혐의 사실을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회적으로 큰 혼란과 피해를 주는 허위 사실까지 '표현의 자유'로 허용할 수 없고 인터넷이 성역(聖域)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우리 사회의 병리(病理)현상이 미네르바를 '경제대통령'이라고까지 키웠다. 그 사회 병리현상이 자칭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구속된 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박씨를 체포한 검찰에 대한 비난에 이어 영장 발부 결정을 한 판사에 대한 인신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그 판사의 경력과 그동안 심사한 영장사건들을 나열한 글이 미네르바의 무대였던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올라왔고 다른 사이트로 번지고 있다. 글은 이 판사가 주요 신문 광고주를 협박한 네티즌들과 노건평씨에 대한 영장은 발부하고,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선거후원금 관련자, 대선 때 이명박 후원회 관계자 영장은 기각시킨 사실을 대비시켰다. 그러면서 이 판사가 보안법 위반으로 영장이 청구됐던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횡령 혐의를 받았던 최열 환경재단 대표 영장을 기각한 사실은 뺐다. '한쪽 편만 드는 사람'으로 보수 진영 인사들에게만 관대한 판사처럼 몰아가게 하려고 교묘하게 조작한 것이다. 글에는 '차기 법무부장관감'이라는 식의 조롱과 욕설을 담은 댓글 수백 개가 붙었다.

    이런 행태는 지난해 7월 촛불시위 와중에 여대생이 사망했다는 거짓말을 퍼뜨린 사람이 구속된 지 한 달이 지나고도 일부 네티즌들이 '여대생이 전경들에 목 졸리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을 찾는다'는 신문 광고를 낸 사건을 따라가고 있다. 진실에 부합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과 다르다고 '왜곡' '조작'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인터넷에선 이번에 구속된 인물이 진짜 미네르바가 아니라 '가짜'이고, 네티즌을 탄압하기 위해 공권력이 만들어낸 '조작된 인물'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정신상태가 중증(重症)이라는 이야기다.

    여야(與野)는 미네르바가 구속된 뒤 작년 5~6월 광우병사태 때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당은 제대로 된 논리조차 내놓지 못하고, 야당은 어떻게든 미네르바 구속의 '곁불'을 쬐려고 '인터넷 공안(公安)' 운운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뒤틀린 인터넷 세상과 지식인들의 허위 의식이 결합한 미네르바사건의 본질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여기에서 어떻게 정치적 이득이나 챙길까 두리번거리는 한 제2, 제3의 가짜들이 이 사회를 다시 한 번 크게 어지럽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