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역사관-외부강연-조부전력 집중거론...與 "건국 이승만 역할 전파해야, 강연 계속 하길"
  • ▲ 이인호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인호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2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의 한국방송공사(KBS) 국정감사는 마치 이인호(78) 이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같았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이인호 이사장의 '역사관'과 과거 행적 등을 집중 거론하며 3시간 넘게 맹공을 퍼부었다. 

    앞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5일 이인호 이사장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하면서 "이인호 이사장이 고령(78세)이라는 점을 감안해 30분만 나와 달라고 수정 제안도 했고, 이인호 이사장 조부의 친일행적 등에 대해 질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날 몇몇 야당 의원들은 
    조부의 행적을 언급하면서 이인호 이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야비한 공격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 이인호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인호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오후 4시쯤 KBS신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인호 KBS 이사장은 "요즘 인터넷에 저에 대한 말이 많다. 심한 경우엔 '망언 제조기'라는 말까지 들었다"면서 "하지만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러시아 대사로 임명했던 사람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저의 말이 인터넷에 정확하게 보도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고 언론인, 지식인, 정치인 중 대한민국 기원에 대한 생각이 저와 다른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KBS 이사장직을 수락하게 된 계기에 대해 "신문에서 제게 부당한 공격을 하는 것을 보고 수락하고 해명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야당의 역사관 공격에 대해서는 "제 역사관이 잘못됐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역사학자로 산다고 해서 이사장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그는 "저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8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제 경험과 공부한 사료, 국내외 정치 등 모든 상식을 종합해서 나름대로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며 "누가 잘못했다고 해서 근거없이 고치지 않는다. 마음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 ▲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야당 의원들의 헛발질 공세도 눈길을 끌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이개호 의원은 이인호 이사장을 향해 대뜸 "얼마 전에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푸시킨 행사에 가신 적이 있죠?"라고 물었다. 

    참석하지 않았다고 이 이사장이 말했지만, 이개호 의원은 "이인호 이사장의 제자이자 저의 후배가 그 행사장에서 이 이사장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했다고 그러더라"며 "예전에 은사님을 따르고 존경하던 제자가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편향적인)이사장의 글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개호 의원은, "그날 참석하려다가 개인 사정이 생겨서 참석하지 않았다. 뭔가 잘못알고 있는 것"이라는 이인호 이사장의 반박에 머쓱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은 이 이사장의 출석 시간과 관련해 '국감 방해론'을 들고 나왔다.
    "국정감사장에 일찍와서 참석하고 싶었지만 의원님들의 만류에 그러지 않았다"는 이인호 이사장의 말을 꼬투리 잡은 것이다.  

    전병헌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자청해 "충격 받았다. 국감을 진행하고 있는데, 당사자는 참석하고 싶었는다는데 주변의 만류로 그랬다(늦게 참석했다)는 것은 국감을 방해했다는 것"이라며 "이건 국정감사를 국정감사해야 한다는 얘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고의결기관(이사장)이 국감에 나와서 함께 논의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런 과잉비호 과잉보호가 쓸데없는 긴장을 유발시키는 것 아니냐"며 "이 회의가 끝나더라도 누가 출석을 막았는지 위원장이 밝혀야 한다"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홍문종 위원장은 "여야 합의에 의해서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한 것 아니냐"며 "옳고 그름을 떠나 이인호 이사장이 오전 9시부터 왔는데 진행 중인 국감부터 끝낸 후에 오시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야당 의원들은 이인호 이사장의 역사관을 물고 늘어지며 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김구 선생에 대한 질문에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을 반대한 분이기에 대한민국 공로자로서 그를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 상해 임시정부는 정부로 평가받지 못했고 우리가 독립국가 국민이 된 것은 1948년 8월 15일 이후"라고 단언했다.

    이에 이개호, 전병헌 의원은 "다수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역사적 인식 위에서 공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헌법 전문에도 나와 있는 헌법 기본질서를 부정했다"고 비난했다.

    이 이사장은 '본인의 역사관이 KBS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역사학을 평생 공부한 사람으로서 소신은 지키겠지만 제가 5,000명이나 되는 KBS 방송인에게 제 역사관을 강요하거나 주입시킬 방법은 없다"고 했다.

    "방송매체가 좌익성향 사람들에게 좌지우지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가"라는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엔 "한때 MBC가 상당히 그런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며 "KBS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날 이 이사장 조부 전력까지 정치공세의 소재로 사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호준 의원 등은 "조부의 친일행위를 두둔하는 것이냐", "사과할 생각이 없는가"라며 이 이사장을 압박했다.

    이에 이인호 이사장은 "두둔한 적이 없다. 친일을 옹호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침통하고 부끄러운 것이 우리의 삶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앞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월 자신의 트위터에, 이인호 이사장의 친조부 친일문제를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인사검증에 조상을 들먹거리는 전근대적 자태가 사실 가소롭기 짝이 없다"며 "조부 족보까지 헤집는 이런 반민주 연좌제적 발상은 정말 경악스럽다. 야당은 각성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 의원은 특히 친일파 논란을 일으킨 야당 의원들을 겨냥,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얄밉고 야비해 보였다. 반민주를 넘어 전근대 시대로 회귀하자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300명 조상들이 친일파인지 아닌지 모두 조사해보는 특별법이라도 만들자는 것인가? 그래서 친일파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모두 사퇴시켜야 하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인호 이사장이 KBS 이사장직에 오른 이후 외부에서 강연한 것을 거론하면서 강연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이인호 교수 개인이 역사관을 갖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공영방송의 이사장이 된 이후에 민감한 역사, 아직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역사에 대해 공개적인 강연을 하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인호 이사장은 "역사 강의는 역사학자로 평생을 살아온 저에게는 본업에 속한다"며 "강의도 올바른 역사에 대한 내용으로 문제가 되지도 않고 부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박했다. 
이어 "저는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여야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역사관에 대해 강연하는게 정파정치에 관계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부연했했다.
  • ▲ 조해진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조해진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야당의 강연 저지 공세가 이어지자,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조해진 의원은 "저는 이사장직을 하면서 강의하실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권리가 제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이인호 이사장이 강연에서 말하는 대한민국 역사관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지지하는 역사관이고, 그런 역사가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며 "
    1948년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로 대한민국을 세우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의 행복은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도 북한처럼 삶이 팍팍한 세상이 됐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 특히 그는 "건국의 중요성을 밝히고 알리고 그 건국을 주도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역할을 규명하고 알리는 것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를 지키고 후손에게 넘겨주기 위해 상당히 중요한 것"이라며 "그게 (KBS)이사장의 역할보다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역할(강연)이 제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문종 위원장도 국감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이인호 이사장이 KBS의 공정성이나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겠다면서 조심스럽게 답변을 했다. 이인호 이사장의 답변을 들으면서 여야가 다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인데 한쪽(야당)은 왜 이해를 못하는지 제 귀를 의심했다"며 지나친 공세를 퍼부은 야당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