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통진당 의원 “항공법으로 대북전단 제한 가능” 주장, 언론들 받아쓰기
  • 북한인권단체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 ⓒ뉴데일리 DB
    ▲ 북한인권단체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 ⓒ뉴데일리 DB

    김씨 왕조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까발린 대북전단에 김정은이 열 받자 국내 종북 세력들이 나서고 있다. 이번에는 ‘항공법’을 인용했다.

    현재 ‘정당해산 심판’을 받고 있는 통진당은 “대북전단이 현행 항공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김재연 통진당 의원이 지난 21일, “경기 경찰청 및 관련법을 검토한 결과”라며 떠든 이야기다.

    “임진각 앞 광장은 항공법상 P-518로 구분되는 휴전선 비행금지구역이다. 국방부와 한미연합사에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20일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의 입장을 임진강 앞 광장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김재연 의원은 “지금까지 ‘대북전단을 규제할 법이나 규정이 없다’던 통일부와 정부의 입장이 명백한 거짓이었다”며 대북전단을 날려보내는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을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전선 비행금지구역(P-518)에서 탈북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할 수 있는 것은 사전에 국방부 장관이나 한미연합사령관의 허가를 받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탈북단체가 이런 사전 허가신청을 거치지 않았다면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항공법 제172조(위법자에 대한 조치)에 따라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아야 마땅하다.”


    김재연 의원은 대북전단에 대해 격렬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의도적으로 한반도 위기를 조장하는 탈북단체’ ‘국방부와 연합사의 국민기만행위’ 등의 표현을 쏟아냈다.

  •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대의 비행제한 및 금지구역. ⓒ국토교통부 자료
    ▲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대의 비행제한 및 금지구역. ⓒ국토교통부 자료

    김재연 의원이 이런 주장을 내놓자, 국내 좌파매체들은 “항공법에 따르면 대북전단은 불법”이라며 신이 나 떠들고 있다. 그런데 대북전단이 불법이라는 말, 과연 사실일까?

    김재연 의원이 중요한 부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바로 ‘항공법’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한국 영공은 한국 혼자 관리하는 게 아니다. 한미연합사도 함께 관리한다. 한국군과 한미연합사는 청와대 인근, 군사분계선(MDL) 이남 20km 상공까지 등 ‘특별관리’가 필요한 곳은 비행제한구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광화문 광장 일대와 경기 파주시 임진각 일대 또한 비행제한구역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김재연 의원 말이 맞아 보인다.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항공법’ 적용 대상이다. 항공법은 소위 ‘항공기’ 말고도 글라이더, 기구 등도 모두 적용된다. 사람이 타지 않는 항공기 또는 1명만 타는 항공기도 ‘초경량 비행장치’로 규정되어 법의 규제를 받는다. 

    항공법 시행규칙 제14조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동력비행장치, 인력활공기, 기구류 및 무인비행장치’를 ‘초경량 비행장치’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초경량 비행기와 초경량 헬리콥터, 글라이더, 자이로플레인, 패러 글라이더, 기구, 무인기(UAV) 등이 포함된다.

    무인기 중에서는 연료 중량을 제외한 자체 중량이 150kg 이하인 무선조종 비행기나 무선조종 헬리콥터, 자체 중량이 180kg 이화, 길이 20m 이하인 무인비행선도 포함된다.

    여기에 따르면 대북전단 또한 ‘무인비행장치’ 가운데 하나로 정부에 신고의무가 있는 등 법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행규칙의 상위인 ‘항공법 시행령’ 제14조에는 ‘(정부에) 신고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는 초경량비행장치의 범위’라는 조항이 있다.

    항공법 시행령 제14조는 “항공법 제2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이들 장치는 사업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정부에 신고할 의무가 없는 장치’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 대상은 소형 무동력 비행장치, 지상에 매달려 있는 무인 기구 또는 무인비행기, 낙하산, 무인기 및 무인 헬리콥터 가운데 자체 무게 12kg 이하, 무인 비행선 중 자체 무게 12kg 이하 길이 7m 이하, 연구기관이 연구 목적으로 만든 초경량 비행장치 등이 포함된다.

  • 항공법 시행령 상의 '초경량 비행장치 예외 규정'. ⓒ법제처 법령정보센터 검색화면 캡쳐
    ▲ 항공법 시행령 상의 '초경량 비행장치 예외 규정'. ⓒ법제처 법령정보센터 검색화면 캡쳐

    이 규정에 따르면, 대북전단 풍선은 자체 무게도 가볍고 길이도 7m 이하여서, 무인 비행선도, 무인 기구도 아니다. 동력도 없고 원격 조종되는 것도 아니어서 항공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즉 대북전단을 실어 보내는 풍선은 정부에 신고도 할 필요가 없는, 그냥 ‘풍선’일 뿐 ‘비행장치’가 아니라는 뜻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도 차량이므로 세발자전거도 차량”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하지만 김재연 통진당 의원의 말만 ‘철썩같이 믿는’ 좌파 매체들은 항공법 규정도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선 “대북전단은 항공법 위반”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한심한 것은 통일부 관계자들 또한 이런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22일 통일부 브리핑에서는 “대북전단 풍선이 초경량 비행장치라 항공법에 해당되는 물체이고, 이것을 항공법에 따라 국방부와 연합사 승인 없이는 날릴 수 없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통일부는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법령만 살펴봐도 ‘대북전단은 법률 적용을 받지 않는 풍선’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음에도, 이 질문을 통일부에게 한 매체는 물론 다수의 국내 언론들이 “대북전단을 항공법으로 막을 수 있다”는 김재연 통진당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더 웃기는 것은 통일부의 대응자세였다. 이 질문에 대한 통일부 대변인의 답이다.

    “항공법이 있다는 것 자체야 당연히 소관부처는 알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대북전단 살포문제와 항공법 적용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검토가 된 바 없다고 알고 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의) 항공법 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검토해서 결과가 나오면 말씀을 드리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국회의원’과 ‘언론’의 여론몰이에 주눅이 든 통일부의 자세 때문에 대북전단의 법적 규제 문제를 놓고 한 동안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