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A군, 아파트 지하주차장 환풍구서 추락사고수원지법 "환풍기 지붕에 올라간 피해자도 일부 책임"


  • 야외 공연을 관람하던 시민들이 주차장 환풍구 아래로 추락, 십여명이 사망하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오후 5시 53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유스페이스 앞 야외 공연장에서 '제1회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를 관람하던 시민들은 초대가수인 포미닛을 자세히 보기 위해 지상에서 1m 가량 솟아오른 환풍구 덮개 위로 올라갔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40명에 가까운 많은 인원이 환풍구 덮개 위에 올라가 공연을 감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환풍구 철제 덮개 위에 올라가면서 하중을 견디지 못한 덮개 빔이 붕괴, 건물 4층 높이인 20m 바닥으로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

    사상자들 대부분은 퇴근 후 집으로 귀가하던 30~40대 직장인들인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숨진 이들 가운데에는 인근 건물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40대 부부도 있었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 4곳으로 이송돼 집중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이중 3~4명의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상자는 총 27명으로 사망자 16명, 부상자 11명으로 집계됐다.

    사고대책본부는 사상자의 진료비와 장례비는 경기도와 성남시가 공동으로 지급 보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사고 발생 책임 소재는 가려지지 않았으나, 해당 지자체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니만큼,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다.

    장례비는 1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 지급할 예정이며, 보상비는 전담 공무원과 상의, 최대한 피해자 편의를 고려해 책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이 행사는 경기도와 성남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하 과기원)이 공동 주최하고 판교 입주기업인 KG그룹 계열사인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가 주관한 행사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사고 직후 경기도와 성남시는 "주최 측으로 참여한 사실이 없다"며 "주관사인 이데일리 측에서 명의를 도용했다"는 반박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데일리는 "당사는 도, 시의 주최기관 명칭을 도용하지 않았으며 과기원, 시와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성남시, 도 산하기관인 경기과기원과 충분히 합의해 결정한 지역 축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입장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어, 정확한 사고 책임 소재는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지게 될 전망이다.

    ◈ 사고 발생 책임은 누구에게?

    한편, 유가족이나 피해자 측에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 경우, 사태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해당 공연을 묵인·주도한 지방자치단체와 공연 주최 측은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여기에 붕괴된 철제 환풍구 덮개를 제작·설치한 시공사 측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

    과거 판례를 보면 비슷한 사고로 피해를 입은 부모 측에서 민사 소송을 걸어 아파트 관리회사로부터 보상금을 받아낸 사실이 있다. 시공 문제보다는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차단막 등을 설치하지 않은 '관리 소홀'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판결이다.

    박OO(가명)군은 지난 2009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단지 놀이터 옆에 있는 환풍구 지붕에서 놀다가 지붕이 붕괴하면서 7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환풍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연결돼 있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판교 유스페이스와 유사한 구조다.

    이 사고로 박군은 두개골이 골절되고 뇌신경이 다치는 중상을 입게 됐다. 이에 박군의 부모는 아파트 관리회사 등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이에 수원지법은 2011년 11월 아파트 관리회사는 박군에게는 1억2,600여만원을, 부모에게는 500만원씩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환풍구의 위치나 구조상 아이들의 접근이 용이한 상태였는데 이를 막는 차단막이나 경고 안내 등이 전무했다며 사전에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군도 환풍기 지붕이, 놀이시설도 아닐 뿐더러 위에서 뛰어놀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 해당 시설 위에 올라가 충격을 발생, 사고로 이어지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박군 측의 과실 비율을 40%, 아파트 관리회사 측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