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만 존재하는 두 번의 가을

    농장밭 가을을 기다리는 또 다른 이유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 북한의 가을 풍경 (자료사진)
    ▲ 북한의 가을 풍경 (자료사진)
    남과 북은 한반도에 위치해 있어 계절의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런데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북한의 가을은 두 번 이라고 한다.
    기술후진국인 북한에서 이모작이나 삼모작이 성공한 것일까 ?
    그에 대한 궁금증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북한의 가을은 8월 말부터 시작하여 11월 말 즘에 기본적으로 끝난다.
    초기가을걷이는 관리위원회 지휘 하에 진행되는 농장가을이다.
    이 시기에는 작업반에 소속된 사람들만 기본적으로 동원된다.
    하지만 대부분 북한주민들이 기다리는 진짜 가을은
    농장가을걷이가 끝난 시기에 시작된다.

    북한에만 있는 새로운 가을은
    수확이 끝내기를 학수고대하는 이삭 줍는 가을이다.
    새 가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가을걷이가 거의 끝날 무렵에
    이삭 줍는데 필요한 준비를 속속들이 해놓는다.
    그들은 농장의 가을이 끝나기 바쁘게
    등에는 배낭을, 앞에는 보자기를 차고 다니며 낟알을 줍는다.

    우선 농장 밭 경비원에게 술과 담배를 찔러주고,
     꼬투리 째로 달린 낟알을 뿌리째로 뽑는다.
    경비원의 신호에 따라 사람들 눈을 피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앉아
    낟알 줄기에서 껍질째 따서 배낭에 담는다.

    가을이 시작되면 밭 주변을 돌면서 밭고랑에 흘린 낟알을 줍기도 한다.
    더구나 감자 캐기는 농사일에 서툰 농촌지원대에서 동원되기 때문에
    노다지만 만나면 수확이 괜찮다.
    밭고랑에 아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호미로 깊이 파면
    사탕 알 크기의 감자부터 주먹 크기 감자까지 죄다 캐낸다.

    가을 한 밭에서 다시 수확하는 그들의 손은 기계보다 더 빠르다.
    정권에서 조직한 가을걷이는 서로 눈치만 보면서 마지못해 한다.
    특히 감자 같은 것은 땅속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충대충 해도 티 나지 않는다.
    이러한 행위들은 두 번째 가을의 주인공인 이삭주이(이삭줍기)꾼에게는 복을 가져다준다.

    어른 손으로 한 뼘 정도를 파서 주먹보다 더 큰 감자가 나올 때면
    저도 모르게 환성이 터져 나온다. 마치 금덩이를 찾은 기분이 든다.
    하루 종일 산판을 돌다가 저녁에 집으로 향할 때면 등에 멘 커다란 배낭이 전혀 무겁지 않다.
    이삭주이 꾼들은 이것을 공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3년 탈북 한 풍산출신 박 씨는 "우리 집 밭에서 수확을 할 때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감자포기를 들춰서 알들이 작으면 올해는 망했다고 한숨부터 나온다.
    하지만 이삭주이를 할 때는 작은 알이 내 것이 아닌 공짜라는 생각에
    별로 마음 아픈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농장 밭 가을걷이를 할 때면 벌써 마음은 두 번째 이삭주이에 쏠린다.
    실제로 겉으로는 가을걷이에 총동원한 듯이 보이지만
     속은 뒤를 따라 계속되는 두 번째 가을을 기대한다."고 했다.

    2012년에 탈북한 김 씨는 "수확이 신통치 않은 날에는 깨끗하게 가을한 농장원들을 속으로 욕한다. 무슨 가을을 이렇게 말짱했냐."며 이삭주이꾼이 몫을 내놓고 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하면서
    투덜거린다. 또 "부지런한 집들에서는 가을에 새벽부터 이삭주이하면 농사지은 것보다 양적으로 더 많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지금쯤 동네사람들은 이삭주이 시기를 기다리며 구멍 난 배낭도 손질하고
    신발도 장만하고 있을 상 싶다. 그들이 기다리는 진짜 가을은 자연이 만들어준 가을 뒤에
    또 다른 가을이다.
    올해도 가을 끝낸 밭에 쫙 깔린 이삭주이꾼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