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취임 후 예산 지원 해마다 줄어, 멀쩡한 주차장 텃밭 만드는데 예산 낭비
  • 서울시립대가 제 1공학관 앞 주차장(300㎡)을 '텃밭'으로 만들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 아스팔트를 걷어낸 모습.ⓒ 출처 서울시립대
    ▲ 서울시립대가 제 1공학관 앞 주차장(300㎡)을 '텃밭'으로 만들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 아스팔트를 걷어낸 모습.ⓒ 출처 서울시립대

    박원순 서울시장 최대 성과로 알려진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이,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값등록금] 시행 직후, 신입생들의 입학성적이 크게 오르는 등 학교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높아졌지만, 정작 재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질은, [반토막]이 났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비판의 바탕에는 시립대의 재정자립도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박원순 시장과 시립대가 성과에 급급해 [반값등록금] 정책을 졸속 시행하면서, 학교의 재정자립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나아가 시립대에 대한 서울시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근 불거진 박원순 시장 측근들의 시립대 초빙교수 임용은 그 좋은 예다.

    재정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시립대가, ‘친환경 녹색캠퍼스라는 미명 아래 [멀쩡한] 주차장을 뒤엎어 [텃밭]을 조성하고 있는 현실 역시, 시립대의 서울시 눈치보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시립대의 ‘친환경 녹색캠퍼스’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7억원이다.
    이 사업에 대해서는 학교 내부에서 강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과 교수들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2년 서울시립대에 ‘반값등록금’을 최초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사회적 투자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시립대 반값등록금’은, 줄어든 등록금액 만큼 부족한 학교 예산을 결국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사실때문에, [세금등록금]이란 비판이 적지 않았다.

    반값등록금 정책이 서울시와 시립대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이런 우려는 최근 들어 현실이 되고 있다.

    반값등록금 시행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줄어든 등록금에 비해 서울시의 지원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립대 A 교수는 서울시가 시립대에 지원하는 반값등록금 충당금에 대해 구체적 협의 없이 서울시가 제시한 금액을 이건 시립대 총장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 교수는, 서울시가 시립대에 대한 지원금을 축소하더라도, 대학재정의 상당부분을 시에 의존하는 시립대로서는 달리 불만을 표출하기가 힘들다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립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수당이나 교수들에게 지원하는 금액도 삭감해 부족한 반값등록금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과 교수들이 이건 총장과 박원순 시장에 대해 가지는 반감이 상당하다"고 시립대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시립대에 대한 지원금은 반값등록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2년 486억 2,500만원에서 지난해 441억 5,100만원으로 약 46억원이 감소했다. 올해는 439억 8,600만원으로 조금 더 줄었다.

    시립대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금 감소는, 복지예산 증가로 인한 서울시의 예산부족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무상급식을 비롯한 각종 복지정책 추진을 위해 4년간 3천 6백억원을 사용했고, 지난 17일에는 4년간 1,400억원의 예산을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복지협력사업에 지원키로 합의했다.

    서울시의 편향된 예산편성 실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시가 2008년 이후 발주한 15건의 사회간접자본(SOC)공사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의 예산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는 ‘공약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박원순 시장이 각별한 애정을 들이고 있는 ‘도시농업’ 정책이다.

    특히 시립대가 없는 예산을 쪼개 박원순 시장의 ‘도시농업’ 정책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내부의 불만과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 이용률이 높은 주차장을 약 5천 5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없애고 '텃밭'을 만든다는 발상에 대해 '비효율적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시립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출처 서울시립대
    ▲ 이용률이 높은 주차장을 약 5천 5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없애고 '텃밭'을 만든다는 발상에 대해 '비효율적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시립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출처 서울시립대

    ◆ 돈 없어 ‘허리띠’ 졸라매는 시립대,
    멀쩡한 주차장 엎어 텃밭 만드는데 5,500만원 써

    시립대는 작년부터 [친환경·녹색캠퍼스] 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해 6억원의 예산이 들어갔고 올해 1억 5천만원을 추가로 배정했다.

    이 사업은 박원순 시장(시장방침 제 304호)과 이건 서울시립대 총장(총장방침 제966호)의 ‘재미있는 친환경·녹색 시대터 이야기 기획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주로 하이테크 도시농업시스템 구축과 시립대 건축물 벽면 녹화, 풍력에너지 활용시설, 시립대 텃밭 조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업이 보여주는 '전시행정'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립대 제1공학관 앞 300㎡ 넓이의 주차장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만든 ‘시대텃밭’이다. 이 텃밭을 만들기 위해 쓰인 예산은 5,500만원으로 실습에 필요한 기자재 확충이나 내부시설 등을 개선, 보완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시립대 시설담당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텃밭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건 총장도 관심이 많아 시립대에도 도입된 것”이라며, “다른 학교도 텃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대부분 공터를 활용해서 만든 것으로 알고 있고, 주차장 아스팔트를 걷어내 텃밭을 조성한 것은 시립대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시립대 측은 '그림캠퍼스 사업'에 대해. ‘대학구성원의 공감과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녹색실천을 선도한다’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시립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을 대변하는 학생회조차 텃밭이 조성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텃밭을 만들 때 의견수렴 과정 없이 먼저 사업을 진행한다는 공고부터 냈다”며, “그린캠퍼스 사업의 결과로 현재 학교 내 각 건물마다 옥상공원도 만들어졌는데 굳이 옥상까지 올라가서 쉬려는 학생이 많지 않아 이용률이 매우 저조한 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반값등록금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쏟아내며, 서울시의 부족한 재정지원과 무책임함을 꼬집었다.

  •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시립대의 부족한 재정을 누구보다도 피부로 느끼는 것은 바로 재학생들이다.ⓒ 서울시립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 화면 캡처
    ▲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시립대의 부족한 재정을 누구보다도 피부로 느끼는 것은 바로 재학생들이다.ⓒ 서울시립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 화면 캡처


    이 관계자는 “반값등록금은 교육의 공동성이라는 입장에서 봤을 때 건드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만큼의 재정을 서울시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가를 보면 아직 미흡하다. 정치적 카드로만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성회비 자체가 반으로 줄어 점점 재정자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 자치권 확립이 어렵고, 서울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시립대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학교가 예전과 달리 정체되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꼬**는 “(부족한 학교재정이) 반값등록금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연관이 있다고 본다”며, “서울시에서 쓸데없는 텃밭만들기 등에 지원하지 말고 학생들을 위한 예산지원을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아이디 Lu***는 “박원순 시장이 반값등록금 문제를 입학식에서 언급한 적이 있어서 굉장히 기대했지만 찾아보니 명확한 반향을 제시해주지 않아 아쉬웠다”며, “반값등록금의 어두운 이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아이디 데**를 쓰는 한 학생은 “줄어든 학교예산 비용을 서울시에서 지원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지원예산을 줄이자는 판국”이라며, “박원순 시장도 반값등록금 하겠다고만 했지 그만큼 보상해주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아 모든 것엔 대가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썼다.

  • 7억의 예산이 소요된 '그린캠퍼스 사업'은 충분한 예산으로 빠르게 조성됐지만 학업과 직결되는 시설과 기자재에 대해서는 발빠른 대처가 이루어 지지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학생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서울시립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 화면 캡처
    ▲ 7억의 예산이 소요된 '그린캠퍼스 사업'은 충분한 예산으로 빠르게 조성됐지만 학업과 직결되는 시설과 기자재에 대해서는 발빠른 대처가 이루어 지지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학생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서울시립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 화면 캡처

    일부 교수들도 서울시와 시립대의 뜬금없는 '텃밭' 행정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립대 B 교수는 “우리학교는 원예나 비닐하우스 등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또 돈을 들여 주차장을 없애고 텃밭을 만들었다”면서, “서울시는 지원은 늘려주지 않으면서 시립대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하는데 정작, 생색은 서울시가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아울러 “재정이 많이 줄면서 서울시의 예산지원에 더 얽매이고 결론적으로 시의 입김이 강해지는 면도 있다”며, “이건 총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꼼짝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와 관련, 시립대 예산담당 관계자는 “사업이 진행에는 절차가 있으며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그린캠퍼스사업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고 어떻게 사업이 진행되면 좋을지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에코사업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무엇이 중요하다 못 하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며, “예산신청이 들어온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