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내 모습. 도심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점포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세월호 사고 이후 쇠락한 지역 상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 지난달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내 모습. 도심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점포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세월호 사고 이후 쇠락한 지역 상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너무 힘들다. 세월호 참사로 올 해는 추석명절 대목도 없이 지나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겨울철에는 비수기라 더욱 더 장사가 안 될 텐데 막막하다.

         - 시민시장 과일가게

    세월호 참사 현수막이 점점 늘고 있다. (고잔)지하철 역 주변 큰 도로는 물론이고 이제는 골목과 샛길까지 노란 현수막이 걸리고 있다. 지역민들이 상권이 다 죽는다고 아우성이다. 지역상인들이 세월호 현수막을 치워달라고 하는 게 이해가 간다."

         - 안성지역 한 택시기사 


    세월호 참사 여파로 안산지역 경제가 휘청 이고 있다.

    그간 자의반 타의반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도의적으로 동조했던 안산 지역 상인들도, 더 이상은 말라가는 지역경제를 외면할 수 없다며 수면 아래에서만 거세게 휘몰아치던 울분을 수면위로 분출했다.

    분출된 울분은 세월호 추모 현수막 철거 집회라는 집단행동으로 이어졌다.

    보기만 해도 측은하고 눈물이 나는 세월호 추모 현수막 철거를 계획한 안산지역 상인들의 속사정은 '절실함'이었다.

    "퇴직금과 대출을 받아서 모든 전 재산을 사업에 투자 한 상인도 있다. 하지만 세월호로 인해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러 종업원의 임금과 월세를 지급 못해 가장으로서 5개월 동안 생활비를 못줘 가정의 파탄지경 이르고 있다고 한다."

    1일, 안산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라성 시장과 시민 시장은 드문드문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시끌벅적한 특유의 재래시장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지역 전체가 우울함에 빠져 있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대표 시장이라는 타이틀도 무색하게 느껴졌다. 

    "IMF때 보다 힘들다.", "브랜드별로 대형마트가 한꺼번에 들어와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등, 지역 상인들의 절망과 하소연은 빈말이 아니었다.

    하루 전, 안산지역상가연합회와 고잔신도시지역 상인회 등은 '안산시 지역경제활성화 촉구 호소문'을 발표하며 안산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며 울분을 쏟아냈다.

    아울러 6개월여 간의 장기화된 세월호 참사와 추모 분위기의 여파로 추석 명절 대목은 물론, 인천 아시안 게임 등 호재에도 날로 피폐해져만 가는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걸린 세월호 추모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 같은 공식적 요구는, 지난달 5일 안산 지역 상인들이 경찰에 고발, 불구속 입건 당하는 일이 벌어지며 촉발됐다.  

    당시, 안산지역상가연합회 소속 3명이 안산 문화광장 주변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 20개를 훼손했다.

    이들 상인들은 경찰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안산지역 전체가 우울감에 사로잡혀 지역 경제가 메마르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이 화가나 현수막을 쓰레기통에 내다버렸다"고 진술했다.

    이를 두고 경찰은 "현수막 무단 철거는 형사입건 대상"이라고 공식입장을 전달했다.

    이 같은 경찰의 처사에 그간 참아왔던 지역상인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특히, 지난 달 26일, 안산시 지역상인 300여명은 안산시에 공식적으로 세월호 추모 현수막 철거를 위해 단원구 고잔동 문화광장 일대에서 집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집단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와 장기화되는 추모 분위기로 안산이 유령도시가 됐다며 지역 상인들의 매출이 반토막 나고 폐업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에 안산지역상가연합회와 고잔신도시지역 상인회도 "세월호 참사는 가슴아픈 일이다. 그런데도 지역 상인들이 추모 현수막을 철거했다는 것을 제발 (경찰이)역으로 생각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경제난에 묵묵히 생계를 위해 일을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지쳤다. 새 학기가 다가오는데 자녀들의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에서나 시에서 재난지역으로 선포 됐으나 실질적으로 상인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며 "안산시나 정부는 전국의 소상인들과 소기업인들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과 보상 대책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비통해 했다. 

    이 같은 지역상인들의 반발에,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가 고잔동 문화광장 주변 현수막 70여개를 외곽지역인 화랑유원지로 옮기며 일견 상황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재, 안산시는 가로수가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걸리고 있는 불법적 추모 현수막이 늘고 있어 양측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재현 안산 상가통합번영회장은 "안산시 중심에 있던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 철거되고 시 외곽인 화랑유원지로 옮겨갔기 때문에 경기회복에 대해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가로수 마다 불법적으로 걸리고 있는 노란색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지역 전체적으로는 경기회복 효과가 미미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