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캐나다 FTA 9년만에 채결했지만...비준 신뢰 땅에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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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국회를 향해 비판을 하는 목소리였다면 오늘은 분위기가 달랐다.
    무기력한 모습을 한탄하고 자책하는 말씀에 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30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 국무회의장.

    일주일간의 북미 순방을 다녀온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식회의를 주재했다.

    모두발언부터 무거운 말이 시작됐다.

    "캐나다 방문에서 한·캐나다 FTA에 정식 서명했다.
    이번 FTA는 협상기간만 9년이 걸릴 정도로 매우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타결됐다."

    "FTA 서명을 하면서 캐나다 측에서 이렇게 힘들게 FTA를 서명하지만 한국 국회에서 언제 비준이 될지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 ▲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지난해 박 대통령 취임부터 지금까지,
    국정원 댓글 의혹을 시작으로 세월호 사태를 거치며 국회는 멀쩡한 날이 한번 없었다.

    그런 국회가 정상화될 것을 여러차례 호소했던 박 대통령.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어조는 그동안의 비판과 호소의 목소리와는 달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 국회에 대해 걱정할 정도로 지금 우리 국회상황에 국제사회에 전부 알려져 있고 그 상황이 우리나라 국익과 외교에 얼마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러웠습니다."

    "핵안보정상회의 때도 2년 전 서울에서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연설을 할 때의 그 공허하고 착잡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의혹으로 파행을 거듭한 국회에서 원자력방호방재법 등 각종 법안이 통과시키지 않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원수'로 수모를 겪었다.

    "부디 국회에서는 이번 제출된 한호주FTA와 금주 중에 제출될 한캐나다 FTA 심의를 조속히 마무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국회의 조속한 법안통과를 호소하긴 했지만, 박 대통령의 달라진 상황인식은 다음 말에서 드러났다.

    "앞으로 각 부처는 국회가 언제 법안을 통과시켜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회 법안통과가 없더라도 업무를 추진을 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으라는 지시다.

    "법안 통과 전의 과도기 공백과 부작용이 최소화 되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고 거시 정책을 비롯해서 전국 각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우는 등 정부 자체적으로 경제 살리기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들을 동원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사실상 '더 이상 국회에 기대할 수 없다'는 실망감과 일종의 포기하는 심정도 내포돼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만약에 이것을 방치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그것은 국민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회를 향해 이렇게 비토했다.

    "정치도 국회도 모두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고 정치인 모두가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약속을 한 것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약속과 맹세는 어디로 가고 모든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