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권 있는 지자체, 눈치 보며 철거 미뤄
  • ▲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입구 부근에 걸려있는 세월호 불법 현수막 ⓒ 사진 출처 미디어펜
    ▲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입구 부근에 걸려있는 세월호 불법 현수막 ⓒ 사진 출처 미디어펜

     

    서울 도심이 무분별하게 게시된 '불법 세월호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허가를 받지 않은 현수막은 철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자체 등 관련기관들이 철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서울 도심 가로수 등에 내걸린 ‘세월호 현수막’들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게시물’이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선동문구가 대부분인 이 현수막들은 관련법에 따른 ‘즉각 철거 대상’이지만 각 지자체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해 하며 철거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대문구 명지대입구의 세월호 현수막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서대문구의 신고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게시된 이 현수막들에 대해 명지대는 ‘불법현수막’ 철거를 서대문구청에 수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명지대 측의 ‘철거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게시된 ‘적용배제광고물’이기 때문에 철거가 힘들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대 관계자는 “누군가가 이달 초 학교 입구 쪽에 현수막 30여개를 연달아 걸어놔 서대문구청에 철거 요청을 한 적이 있다”“구청에서는 ‘정치적 목적으로 게시된 ‘적용배제광고물’이기 때문에 철거가 힘들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 측은 밖에 내걸린 세월호 현수막이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아 조속히 철거되길 바라고 있다”“강제로 떼어낼 수도 없고 현수막을 게시한 사람의 연락처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구청에 지속적으로 철거요구를 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서대문구청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철거에 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인근 타 구청과 철거를 협의 중에 있다”“세월호 현수막은 일반 상업현수막이 아니라서 철거에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 ▲ 구청으로부터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은 '불법' 현수막이지만 관계기관에서는 철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미디어펜
    ▲ 구청으로부터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은 '불법' 현수막이지만 관계기관에서는 철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미디어펜



    그러면서 “인근 구와 철거에 대해 계속 조율 중이고 이달 안으로 철거할 예정”이라며 “서울시에서 지난 선거와 관련해서는 현수막 등 게시물에 관한 지침을 내려줬는데 이번에는 따로 내려오는 지침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제 24조에 따르면, 현수막은 [가로수·전봇대·가로등·도로분리대 등에는 광고물을 설치할 수 없으며, 해당 시·군·구청에 신고하고 지정된 현수막 게시대에만] 걸어야 한다.

    허가나 신고 없이 광고물 등을 무단 설치한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가 밝힌 ‘적용배제광고물’은 옥외광고물관리법 제8조에 4항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동 조항은, ‘시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해 표시 설치한 현수막’에 대해서는 위 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표시·설치기간]이 30일 이내의 광고물 등에만 적용한다.
    따라서 30일을 넘겨 장기간 걸려 있는 세월호 현수막을 ‘적용배제광고물’로 볼 수는 없다.
    세월호 현수막이 걸려있는 장소에서 시민단체 등이 정치집회나 행사 등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적용여지는 더더욱 없다.

    불법 게시된 ‘세월호 현수막’을 관리 감독해야할 지자체들이, 야당과 좌파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철거를 미적거리는 동안, 주변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가 위축되면서 매출이 급감한데다 불법 현수막이 가로수 등에 마구 걸려있어, 손님들의 발길이 더욱 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시민들이 느끼는 ‘세월호 피로감’은 현수막에 대한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산에서 벌어진 세월호 현수막 훼손 사건은, [세월호 피로감]에 지친 지역 상인들의 고통을 대변한다.

  • ▲ 지난달 23일 오후 10시 16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한 놀이터에서 B(55·자영업)씨가 세월호 관련 현수막을 떼어내고 있다. 경찰은 B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연합뉴스
    ▲ 지난달 23일 오후 10시 16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한 놀이터에서 B(55·자영업)씨가 세월호 관련 현수막을 떼어내고 있다. 경찰은 B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연합뉴스

    관악구청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시민들로부터 세월호 현수막에 대해 ‘불법 아니냐, 철거해달라’는 항의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지만 어느 한 지자체만 철거하기엔 난감한 부분이 있다”“안전행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철거 지침이나 통보를 내려주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천막 차체가 불법이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박원순 시장도 불법천막을 철거하지 못하고 점용료를 부과하겠다고 할 만큼 (세월호 관련 사안은) 해결이 힘든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와 각 지자체들이 ‘눈치’를 보며 허가나 신고도 받지 않은 ‘불법’ 세월호 현수막을 그대로 방치하는 사이, 누가 걸었는지도 명확치 않은 ‘괴(怪) 현수막’이 서울 도심을 뒤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