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인재근-정세균 위원 등 범친노-강경파 일색으로만 채워져비노 정동영계-김한길계와 합리적 개혁파 등은 비대위에서 소외
  •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 체제(주황색 사각형)가 범친노·강경파 일색으로만 구성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이종현 기자, 그래픽 재구성=정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 체제(주황색 사각형)가 범친노·강경파 일색으로만 구성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이종현 기자, 그래픽 재구성=정도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첫 비대위 회의를 열자마자,
    당내 곳곳에서 반발이 속출하는 등
    시작부터 파열음과 불협화음의 연속이다.

    문희상 위원장이
    "일체의 계파 갈등을 중단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공당은 규율이 생명]이라고 강조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당내 반발이 높아지는 원인은
    문희상 체제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대로라면 문희상 체제도 단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 문희상 체제의 한계… "친노, 그들만의 리그"

    문희상 비대위는
    과감하게 각 계파 수장들을 비대위원으로 직접 참여시켰다.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당권 주자들이
    전당대회의 규칙을 정할 비대위에 참여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점에서
    계파 수장의 입장을 대변할 3선급 중진 의원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당초의 관측을 뒤집었다.

    문제는 당내 각 계파 중에서도
    비대위에 지분을 확보한 계파와 소외된 계파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비대위에는
    친노와 범친노 계파 수장들만 대거 가담해
    [친노,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아냥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친노계의 수장인 문재인 위원은 직접 참여했고,
    고(故) 김근태계(민평련)와 정세균계도 범친노로 분류된다.
    이들 세 계파는 7·30 재·보궐선거 이후 계속된 당내 분란 과정에서
    강경 입장으로 일관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반면 합리적 개혁 세력과
    비노·중도 세력은 비대위에서 배제됐다.

    구민주계를 대표해 박지원 위원이 비대위에 참여했지만,
    박 위원은 필요에 따라 친노·범친노계와 언제든지 영합할 수 있어
    당의 혁신을 바라는 세력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같은 강경파지만
    비노 계열인 정동영 상임고문도 비대위에서 배제됐다.

    일부 비대위원들이 정동영 고문의 비대위 참여를
    극력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가 철저히 범친노·강경파 위주로 구성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전 최고위원이 22일 문희상 비대위 구성의 전면 무효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전 최고위원이 22일 문희상 비대위 구성의 전면 무효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비대위 첫 회의했을 뿐인데 "무효화하라" 요구 봇물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비대위원을 추가 인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 13명은
    22일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서
    합리적 중도·온건 세력을 대표할 비대위원이 없다는 점에 뜻을 같이 하고,
    문희상 위원장에게 3명의 비대위원을 추가 인선할 것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비대위 구성을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경태 전 최고위원은
    2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친노 강경 세력에 넘어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고 있다"
    "(문희상) 위원장 빼고는 다 바꿔야 당의 전면적 창조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합리적 개혁파를 대표하는 김영환 의원은
    23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아프리카 부족 국가도 아닌데,
    범친노 강경파 일색으로 비대위가 구성됐다.

    한두 명 거기(비대위)에 들어간다 해도 영향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22일 성명서를 발표해
    "정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계파 수장들의 연합체임을 천명한 일은 일찍이 없었다.

    특정 계파가 이번 기회에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고 비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비대위 첫 회의의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비대위 첫 회의의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문희상 체제 단명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첫 발을 떼자마자 기우뚱거리고 있는 문희상 체제는
    구체적 위기를 맞게 되면 의외로 단명할지도 모른다"
    고 관측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위기는 언제 찾아오게 될까.

    당면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문희상 위원장은
    2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회동해
    국회를 빨리 열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고,
    여야 원내대표의 대화 재개를 촉구하기로 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유가족이 양해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겠다"

    자신의 발언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당내 초강경파 세력을 넘어설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박영선 체제를 무너뜨렸던
    안경환-이상돈 영입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의원들은 친노로 분류되지만
    문재인 위원조차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돈 명예교수를
    "집권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사람"이라고 표현했던 문재인 위원은
    당내 초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안경환·이상돈 두 교수께 참 미안하게 됐다"
    돌연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던 바 있다.

    문재인 위원이 22일 회의에서
    "(대안이 제시되면) 내가 나서서 유족을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문희상 위원장도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처럼
    언제든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희상 체제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파고(波高)를 넘더라도,
    전당대회의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금은 [문희상 비대위]라는
    같은 배에 올라탄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위원이지만,
    당권 경쟁의 세부 규칙을 논의하기 시작하는 순간,
    오월동주(吳越同舟) 상황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친노계에 유리한
    모바일 투표의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미묘한 기싸움이 시작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유일하게 비노·중도 성향으로 비대위에 참여한 박지원 위원은
    언제든 비대위를 뛰쳐나와 김한길 전 대표 등과
    손잡을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문희상 체제가 보기에는 계파 수장들로 구성돼 강한 것 같지만,
    반대로 수장 본인이 깨고 나가겠다면 누가 말리겠느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