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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도의 절대반지.
악의 근원인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운명의 산 용암에 반지를 던져버린 프로도 베긴스.
#. 김영오의 묵주반지.
교황을 만나기 전
[묵주반지]를 어디선가 구해 끼고는,
귀찮았는지 얼마 후 손에서 반지를 빼버린 김영오씨.
한 쪽은 목숨을 건 여정을 통해
중간계 세상을 구한 호빗족 영웅(샤이아 출신).
다른 한 쪽은 정치적 단식을 통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좌파의 영웅(민노총 출신).
이들에게 있어 반지는,
참으로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다.
미력하고 작은 존재이지만,
전 세계의 운명을 안고 역경을 헤쳐 절대반지를 파괴한
프로도의 기나긴 여정은 익히 알려진 영화의 스토리다. -
그렇다면 세월호 유가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고도의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는 김영오씨에게 있어
[묵주반지]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평소 아무런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김영오씨.
수많은 사진보도를 통해 잡힌
그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는
수십일 간 아무런 반지가 끼여있지 않았다.
세월호 떼농성이 한창이던
8월 14일 오전까지가 그랬다. -
그러다 같은 날 오후,
열심히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김영오씨의 손에서 돌연 반지가 나타났다.그것도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혹시 여자친구라도 생긴 것일까?
알고보니 그 반지는 천주교 신자들이 끼는
[묵주반지]였다.
*김영오씨는 평소 자신이 무교라고 밝혀왔다.
*천주교인들은 묵주반지를 검지 손가락에 낀다.
이틀 뒤 교황을 만난다니,
뭔가 성의라도 표시하고 싶어서였을까. -
프란치스코 교황의 손을 잡고
애틋한(?) 위로를 들은 김영오씨는
좌파 정치인들과 떼단식을 이끌면서도,
줄곧 묵주반지를 빼놓질 않았다.
아플 때도,
힘들 때도,
묵주반지는 언제나 함께였다.
심지어 병원에 드러누워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맹비난할 때도,
그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는 묵주반지가 끼여 있었다. -
직접 교황을 만나 기도까지 들었으니,
이제 천주교를 믿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한 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며칠 후...
<교황 방한> 열기가 조금씩 수그러들자,
김영오씨의 손가락에서 묵주반지가 실종됐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부터 시작해,
지난 8일 정치적 떼단식 농성장에 나왔을 때도
[묵주반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이후로도 최근까지 보도된 사진들을 살펴보면,
김영오씨는 묵주반지를 끼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
대체 묵주반지는 어디로 갔을까?
정치권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항상 그와 함께 해왔던 묵주반지가 아니었던가.
민노총 출신답게,
[정치인] 저리가라 할 만큼
고도의 정치적 발언을 구사하는 김영오씨.
교황을 만난다니
떡하니 천주교 신자들이나 끼는 묵주반지를 장만해놓고,
교황이 떠나버리니
홀홀 묵주반지를 벗어던진 것은 아닐까. -
이제 교황도 떠나고,
김영오씨의 손가락에서 묵주반지도 떠났다.그에게 있어,
[교황과 종교]는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가 없다.
[사라진 묵주반지] 그것을 알고 싶다.
다만 해당 묵주반지가 축성된 성물인지는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