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만나기 직전 어디선가 구해 잘 끼다가 돌연 사라져버린 묵주반지
  • ▲ 반지의제왕: 반지 원정대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 반지의제왕: 반지 원정대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 프로도의 절대반지.

    악의 근원인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운명의 산 용암에 반지를 던져버린 프로도 베긴스.

    #. 김영오의 묵주반지.

    교황을 만나기 전
    [묵주반지]를 어디선가 구해 끼고는,
    귀찮았는지 얼마 후 손에서 반지를 빼버린 김영오씨.


    한 쪽은 목숨을 건 여정을 통해
    중간계 세상을 구한 호빗족 영웅(샤이아 출신).

    다른 한 쪽은 정치적 단식을 통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좌파의 영웅(민노총 출신).

    이들에게 있어 반지는,
    참으로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다.

    미력하고 작은 존재이지만,
    전 세계의 운명을 안고 역경을 헤쳐 절대반지를 파괴한  
    프로도의 기나긴 여정은 익히 알려진 영화의 스토리다.

  • ▲ 지난 8월18일 세월호 떼농성 중인 김영오씨. ⓒ연합뉴스
    ▲ 지난 8월18일 세월호 떼농성 중인 김영오씨. ⓒ연합뉴스


    그렇다면 세월호 유가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고도의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는 김영오씨에게 있어
    [묵주반지]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평소 아무런 반지를 끼고 있지 않던 김영오씨.

    수많은 사진보도를 통해 잡힌
    그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는
    수십일 간 아무런 반지가 끼여있지 않았다.

    세월호 떼농성이 한창이던
    8월 14일 오전까지가 그랬다. 

  • ▲ 지난 8월4일 세월호 떼농성 중인 가수 김장훈씨와 김영오씨. ⓒ연합뉴스
    ▲ 지난 8월4일 세월호 떼농성 중인 가수 김장훈씨와 김영오씨. ⓒ연합뉴스


    그러다 같은 날 오후,
    열심히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김영오씨의 손에서 돌연 반지가 나타났다.

    그것도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혹시 여자친구라도 생긴 것일까?

    알고보니 그 반지는 천주교 신자들이 끼는
    [묵주반지]였다.

    *김영오씨는 평소 자신이 무교라고 밝혀왔다.
    *천주교인들은 묵주반지를 검지 손가락에 낀다.


    이틀 뒤 교황을 만난다니,
    뭔가 성의라도 표시하고 싶어서였을까.


  •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1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식에서 김영오씨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1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식에서 김영오씨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손을 잡고
    애틋한(?) 위로를 들은 김영오씨는
    좌파 정치인들과 떼단식을 이끌면서도,
    줄곧 묵주반지를 빼놓질 않았다.

    아플 때도,
    힘들 때도,
    묵주반지는 언제나 함께였다.

    심지어 병원에 드러누워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맹비난할 때도,
    그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는 묵주반지가 끼여 있었다.


  • ▲ 지난 8월22일 떼단식을 주도하다 병원에 실려가는 김영오씨. ⓒ연합뉴스
    ▲ 지난 8월22일 떼단식을 주도하다 병원에 실려가는 김영오씨. ⓒ연합뉴스



    직접 교황을 만나 기도까지 들었으니,
    이제 천주교를 믿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한 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며칠 후...


    <교황 방한> 열기가 조금씩 수그러들자,
    김영오씨의 손가락에서 묵주반지가 실종됐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부터 시작해,
    지난 8일 정치적 떼단식 농성장에 나왔을 때도
    [묵주반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이후로도 최근까지 보도된 사진들을 살펴보면,
    김영오씨는 묵주반지를 끼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 ▲ 지난 9월8일 광화문 떼농성장에 등장한 김영오씨. ⓒ연합뉴스
    ▲ 지난 9월8일 광화문 떼농성장에 등장한 김영오씨. ⓒ연합뉴스



    대체 묵주반지는 어디로 갔을까?

    정치권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항상 그와 함께 해왔던 묵주반지가 아니었던가.

    민노총 출신답게,
    [정치인] 저리가라 할 만큼
    고도의 정치적 발언을 구사하는 김영오씨.

    교황을 만난다니
    떡하니 천주교 신자들이나 끼는 묵주반지를 장만해놓고,
    교황이 떠나버리니
    홀홀 묵주반지를 벗어던진 것은 아닐까.


  • ▲ 지난 9월13일 광화문 떼농성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 김영오씨. ⓒ뉴데일리 DB
    ▲ 지난 9월13일 광화문 떼농성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 김영오씨. ⓒ뉴데일리 DB



    이제 교황도 떠나고,
    김영오씨의 손가락에서 묵주반지도 떠났다.

    그에게 있어,
    [교황과 종교]
    는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가 없다.

    [사라진 묵주반지] 그것을 알고 싶다.

    다만 해당 묵주반지가 축성된 성물인지는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