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요구] 앞세워 탈당 철회, "朴 대통령, 모순적 통치" 비난
  •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 의사를 공식 철회하고 당무 복귀 의사를 밝히고 있다.ⓒ정재훈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 의사를 공식 철회하고 당무 복귀 의사를 밝히고 있다.ⓒ정재훈 기자

    제1야당 원내대표의 [탈당]의사 철회

    내분을 격화시키고 정계를 요동치게 만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감동도, 
    명분도 없었다.  

    정부를 향한 여전한 비난만 있을 뿐. 

    탈당(脫黨) 의사를 밝히고 나흘간 칩거에 들어갔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7일 당무 복귀를 선언했다. 

    그동안 두문불출했던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 모습을 드러낸 뒤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겠다고 밝혔다.

    당을 일대 혼란에 빠트린 [탈당]논란이 
    [그저 없던 일]이 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수습이 어려워진 현실에 참담함을 느꼈다.
    당을 떠나야 하는지 고민한 것이 사실이지만 
    자신을 죽이고 당 살리라는 원로 요청에 응답하겠다"
    [원로들의 요구]를 앞세워 탈당 의사를 철회했다.


    그는 "지금부터는 저에게 주어진 책임감만을 짊어지고 가겠다"
    "아울러 중차대한 시기에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당원과 선후배 동료의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어제 대통령은 삼권분립 운운하며
    세월호특별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모순적 통치행위를 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최후 통첩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결국 청와대가 뒤에서 스스로 지휘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고 비난했다.

    여전히 정치공세에 여념없다는 점에서,
    나흘간 두문불출하는 동안 철저한 자기 반성의 시간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 의사를 공식 철회하고 당무 복귀 의사를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정재훈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 의사를 공식 철회하고 당무 복귀 의사를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정재훈 기자



    당초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박 원내대표가 [탈당]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새정치민주연합이   
    비대위원장직은 즉각 내려놓되 
    원내대표직은 당분간 유지하는 [절충안]을 
    박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당수]가 탈당하는 초유의 파국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를 앞세워 [탈당 철회]로 선회한 것이다. 


    결국 당이 [복귀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명석을 깔아주고
    박 원내대표가 이를 받아들인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탈당 검토에서부터 철회까지
    이 모든 것이 이들의 각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탈당의 명분도, 복귀의 명분도 없던 박 원내표에게 
    뻔한 각본으로 복귀 퇴로를 열어 준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탈당 파동이 우여곡절 끝에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박 원내대표의 진퇴양난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가 당무에 복귀하긴 했지만, 
    원내대표로서의 권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당 원내대표가 탈당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 데다가,
    그렇지 않아도 사망 직전인 식물국회를 더 큰 혼돈의 나락으로 몰아넣었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내  친노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 길들이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박 원내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될 전망이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은수미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박영선 원내대표의 당무 복귀와 관련 
    "저는 (박영선 사퇴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다.  탈당까지 거론했던 분이... 
    저로서는 좀 당혹스럽다. 
    이게 정치인가"라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던 한 재선 의원은 
    "결국 박 원내대표가 탈당 운운하며 우리 당을 협박했던 것 아닌가. 
    농락당한 것 같고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윗줄 왼쪽)이 소집한 12일 저녁 6자 회의를 통해 새정치연합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당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졌다는 평이다. 박영선 위원장의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희상·정세균·문재인·박지원·김한길 의원. ⓒ뉴데일리 사진부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윗줄 왼쪽)이 소집한 12일 저녁 6자 회의를 통해 새정치연합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당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졌다는 평이다. 박영선 위원장의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희상·정세균·문재인·박지원·김한길 의원. ⓒ뉴데일리 사진부

    조만간 새 비대위원장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가 또다시 퇴진 압박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누구를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할 지를 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전현직 당 대표와 원내대표,
    상임고문단 회의를 열어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복안을 내놨지만 
    일각에서는 의원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새 비대위원장으로는 
    문희상, 유인태, 박병석, 이석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계파 이해관계에 따라 
    친노계 등은 문희상 의원을 지지하고 있고, 
    정세균계는 박병석 의원을, 
    김한길계 및 중도파 의원들은 이석현 의원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어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각 계파에 둘러싸여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박 원내대표가  
    사분오열된 당을 수습하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탈당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주장하며 
    당을 혼돈으로 몰아넣은 것에 대한 책임론도 
    박 원내대표에게 두고두고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번 파동으로 친노 강경파의 [박영선 길들이기]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입장에서는 사실 본전도 못 얻은 격"이라며
    결국 이번 논란을 야기한 박 원내대표는 
    일부 계파(친노 강경파)에 매몰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