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첫 삽 뜬 '안성기 영화박물관'..동업자 개인 박물관으로 오픈동업자 측 유료 입장 계획에, 안성기 반대 의사 표명..결국 결별 택해검찰, 지자체 공무원 불러 참고인 조사...'수사 전환' 가능성에 촉각
  • ▲ 2012년 11월 24일 국민 배우 안성기가 강원 강릉시 저동 경포호수 인근에 들어설 안성기 영화박물관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2년 11월 24일 국민 배우 안성기가 강원 강릉시 저동 경포호수 인근에 들어설 안성기 영화박물관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돈 내고 보라? 그럼 난 반대"
    영화배우 안성기, 박물관장 물러난 사연     


    영화배우 안성기의 이름을 내걸고 첫 삽을 떴던 '안성기 영화박물관'이 개관 직전, '문패'를 바꿔 달고 오픈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문을 연 이 박물관의 정식 명칭은 '월드 베스트 영화박물관'(The World Best Film Museum). 설립자 손성목 관장의 이름을 따서, '손성목 영화박물관(Son Sung-mok Film Museum)'으로도 불린다.

    당초 이 박물관은 안성기가 '박물관장'을 맡고 그가 출연한 작품 관련 소품을 전시할 예정이었다. 57년이라는 세월 동안 영화배우 외길을 걸어온 안성기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다는 점에서 '안성기 영화박물관'의 착공 소식은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박물관 건립을 주도한 인물은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 관장을 맡고 있는 손성목씨. 세계 60여개국에서 직접 수집한 각종 물품을 모아 강릉시 경포호수 인근에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을 건립한 손씨는 바로 옆 4,834㎡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영화박물관'을 세우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먼 친척 뻘인 안성기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안성기를 박물관장으로 위촉하고 운영을 맡길 계획이었던 손씨는 강릉시에 "안성기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이 곳에 영화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밀고, 시유지 1,650㎡를 주차장 부지 용도로 대부 받는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 ▲ 2012년 11월 24일 강원 강릉시 저동 경포호수 인근에 들어설 국민 배우 안성기 영화박물관 기공식에서 안성기와 손성목 참소리축음기·에디슨 박물관장 부부 등 관계자들이 시삽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2년 11월 24일 강원 강릉시 저동 경포호수 인근에 들어설 국민 배우 안성기 영화박물관 기공식에서 안성기와 손성목 참소리축음기·에디슨 박물관장 부부 등 관계자들이 시삽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최명희 시장, 안성기 영화박물관 '강릉의 랜드마크' 꿈 꿔..


    지난 2012년 11월 첫 삽을 뜬 안성기 영화박물관은 지난해엔 강원도와, 올 4월엔 강릉시와 각각 업무협약을 맺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 특혜를 누렸다.

    착공 초기 안성기는 "어머니의 고향인 강릉에 (자신의)이름을 딴 영화박물관이 들어선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외 영화팬들에게 사랑 받는 '강릉의 랜드마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바 있다.

    또 최명희 강릉시장도 "'안성기 영화박물관'이 들어서면 기존의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과 더불어 이곳 경포의 명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었다.

    당시 협약에 따르면 안성기 박물관은 강릉시의 발전을 위해 문화예술사업을 추진하고, 강릉시는 박물관 운영을 적극돕는 약조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시·도 차원에서 박물관 건립을 적극 지원하게 된 배경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계획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자체의 전폭적인 도움 속에 박물관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올 6월 28일로 다가온 개관식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안성기 영화박물관'은 약속한 6월 말에 개관식을 갖지 못했다.

    박물관 측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아직 덜 끝나 오픈을 뒤로 미뤘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4월달에 공정률 80%를 보였던 박물관이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사실은, 수년째 개관만을 기다려 온 영화 팬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7월 중순 '안성기 영화박물관'이라는 외부 간판이 철거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 간판이 바뀌었다는 것은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얼마 뒤 지역 주민에게 발송된 개관 안내 초대장에는 '안성기 영화박물관' 대신 '손성목 영화박물관'이라는 낯선 이름이 박혀 있었다.

  • ▲ 2012년 11월 24일 강원 강릉시 저동 경포호수 인근에 들어설 안성기 영화박물관 기공식에서 국민 배우 안성기와 손성목 참소리축음기·에디슨 박물관장 부부 등 참가자들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 2012년 11월 24일 강원 강릉시 저동 경포호수 인근에 들어설 안성기 영화박물관 기공식에서 국민 배우 안성기와 손성목 참소리축음기·에디슨 박물관장 부부 등 참가자들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 유료 입장 문제로 이견차.."돈 내고 관람? 나 그만 두겠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해당 박물관은 지난달 30일 정식 오픈했다. 개관식 직전 '손성목 영화박물관'이라는 이름은 '월드 베스트 영화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공표됐지만, 이 박물관의 실제 주인은 여전히 손성목씨였다. 건물 외벽에는 'SON SUNG MOK FOUNDER'라는 문구와 함께 두 개의 명칭(손성목 영화박물관, The World Best Film Museum)이 나란히 게재돼 있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안성기와 손성목씨는 박물관의 유료 입장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성기는 모든 영화 팬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무료 입장'을 고집한 반면, 손씨 측에선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선 유료 입장이 불가피하다는 원론을 고수해 왔던 것.

    한 소식통에 따르면 애당초 안성기가 박물관 건립 사업에 뛰어들었을 당시엔 '무료 입장'에 양측 모두가 동의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씨 측에서 입장을 선회했고, 개관 직전까지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안성기가 철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 관계자는 1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유료 관람 문제와 관련, 안성기씨 측에서 다른 견해를 내비쳤고, 이런 와중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박물관을 운영하는 자체에 대해서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어쩔 수 없이 안성기씨가 사업에서 하차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안성기의 한 측근은 박물관장 자리를 내려놓은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노코멘트 하겠다"며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 ▲ 2012년 11월 24일 국민 배우 안성기 부부가 자신의 영화박물관 기공식에서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2년 11월 24일 국민 배우 안성기 부부가 자신의 영화박물관 기공식에서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물관 1층에 커피숍이 웬말?" "주차장 부지 도로내놔!"


    안성기의 고향인 강릉에서 그의 이름을 딴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며 강원도와 강릉시에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던 손성목씨가 사실상 '개인 박물관'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지역 주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안성기 박물관을 세우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놓고 이제와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1층에 커피숍을 만든 건 또 무슨 영문인가요? 외지인들 보기가 좀 민망합니다. 


    "국민 배우의 박물관이 들어선다고 주위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엉뚱한 박물관이 세워지고 말았다"며 "결국 노이즈 마케팅을 한 셈"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 ▲ 강릉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게시글 캡처.
    ▲ 강릉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게시글 캡처.



    '안성기 영화박물관'을 필두로 강릉시를 '영화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사실상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안성기'라는 대배우를 구심점으로 강릉시의 도약을 꿈꿔왔던 강원도와 강릉시가 발을 뺄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도, 최근 일고 있는 '불길한 조짐' 중 하나다.

    강릉시는 당초 박물관 측이 요청했던 시유지 대부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안성기 영화박물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주차장용 부지를 내주기로 했던 강릉시는 최근 안성기가 해당 박물관 사업에서 철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유지 대부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하지만 '월드 베스트 영화박물관' 측은 시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시유지를 포장,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이에 강릉시는 "시유지를 임의로 포장한 것은 불법"이라며 다시 '원상 복구'할 것을 박물관 측에 명령한 상태.

    또 강릉시는 박물관 1층을 커피숍으로 운영하는 것도 불법으로 간주하고, 박물관 측에서 영업을 강행할 경우 '폐쇄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 ▲ 2012년 11월 19일 최문순 강원도지사(오른쪽부터)와 안성기 영화박물관장, 손성목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장이 도청에서 업무협약을 하고 '안성기영화박물관'을 건립하기로 약정하는 모습.  ⓒ 연합뉴스
    ▲ 2012년 11월 19일 최문순 강원도지사(오른쪽부터)와 안성기 영화박물관장, 손성목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장이 도청에서 업무협약을 하고 '안성기영화박물관'을 건립하기로 약정하는 모습. ⓒ 연합뉴스



    ◈ 박물관 외벽, 안성기 사진 대신 마릴린 먼로 사진이..


    지난달 30일 문을 연 '월드 베스트 영화박물관'은 소리·빛·영상 등 3개의 테마로 구성돼 손성목 관장이 수집한 영화 장비 2만여 점과, 시카고컬럼비아칼리지(CCC) 손만성 교수의 기증품 300여점 등 영화사에 관련된 수만 점의 자료를 전시·보관 중이다.

    당초 박물관 외벽에는 안성기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으나, 최근 관장이 손성목씨로 바뀌면서 지금은 미국 배우인 마를린 먼로 사진이 걸려 있는 상태다.

    한편 검찰은 해당 박물관이 개관식을 앞두고 이름이 바뀐 채 오픈한 점에 주목, 관련 지자체 공무원을 상대로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S은행이 박물관 측에 60억원의 대출을 해 준 것도, 안성기가 관여한 사업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대출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