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대체 '국회선진화법'이란 法이 어디 있나?

    '국회식물화법'을 '국회선진화법'이라 우기는 KBS 뉴스

    趙甲濟   


지난 9월13일 KBS 아홉 시 뉴스는 이렇게 보도하였다. 
  
  <계속되는 국회 공전에,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안건 상정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건데, 야당은 다수당의 횡포가 되살아날 거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이란 명칭의 법률은 없다.
KBS 등 언론이 '국회선진화법'이라고 잘못 보도하는 2012년 5월25일자 국회법 개정은 아래 소개한 57조, 85조, 86조의 신설 및 개정 내용을 뜻한다. 
  
  먼저 제57조의 2는 상임위원회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며, 조정위원의 수는 제1당과 야당이 같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서부터 다수결이 부정되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조정위원회는 회부된 안건에 대한 조정안을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하였다. 利害관계가 충돌하는 안건을 與黨이 단순 다수결로 통과시키기는 게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념적으로 대치하는 국회에서, 그것도 與野가 동수인 조정위원회에서 여당은 야당의 동의 없이는 아무 법안도 첫 단계부터 통과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국민이 새누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었는데,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을 통하여 야당에 사실상 거부권을 상납한 셈이다. 
  
  제57조는 <조정위원회에서 그 활동기한 내에 안건이 조정되지 아니하거나 조정안이 부결된 경우에는 조정위원장은 심사경과를 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 경우 위원장은 해당 안건(소위원회의 심사를 마친 안건은 제외한다)을 소위원회에 회부한다>고 했다.
  소위원회와 위원회에서 다수결로 안건을 통과시킨 다음엔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는데 여기에 또 잠금장치가 있다. 
  
  <제86조(체계·자구의 심사) ①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한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제86조는 이어서 이렇게 규정하였다. 
  <법제사법위원회가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12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심사 대상 법률안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하여 이의가 없는 경우에는 의장에게 해당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서면으로 요구한다. 다만, 이의가 있는 경우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요구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해당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즉,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의 본회의 附議(부의)를 미룰 때는 해당 위원회가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부의를 의결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51%가 아닌 60% 찬성을 요구하는 의결 조건이므로 앞으론 全의석수의 60% 이상을 차지하지 않는 정당은 與黨 노릇을 할 수가 없다.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중 신속처리대상안건을 정한다는 규정은 있으나 이 또한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신속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으므로 의미가 없다. 국회의장이 개입하여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수 있는 경우도 <1. 천재지변의 경우, 2.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3.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제한, 야당의 동의 없이는 예산안을 제외한 그 어떤 법안의 통과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런 법을 국회선진화법이라고 할 수 있나.
 '국회식물화법'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라고 해야지 그냥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언어 파괴이고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