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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야당의 오너들] 앞에서 백기투항했다.
박영선 위원장은 12일 저녁, 문희상·정세균·김한길·박지원·문재인 의원 등 각 계파 수장들과 가진 [비공개 6자 회의]에서 안경환-이상돈 공동비대위원장 카드를 철회키로 했다.
이날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정들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비대위원장 구상은 철회한다"
"박영선 위원장의 거취를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한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 해결에 먼저 주력한다"작금의 정치 현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안건들이 결정된 것이다. 당의 진로를 결정지은 회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아한 것은 [6자 회의]의 성격이다.
회의에 참석한 6인 중 제대로 된 당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원내대표]인 박영선 위원장 뿐이다.
문희상·정세균·김한길 의원은 당 대표를 지냈던 인사에게 예우 차원에서 부여하는 [상임고문]을 맡고 있으며, 박지원·문재인 의원은 당직이 아예 없는 [평의원]에 불과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6자 회의]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그렇다고 누가 그들에게
당신들이 뭐길래 모여서 이런 문제를 결정하느냐고
물을 수 있겠느냐.그들이 이 당의 실질적인 오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박영선 위원장이 6자 회의를 소집해 당의 중대 안건들을 결정한 것은 [야당의 고질병]으로 표현되는 계파 정치 앞에 무릎 꿇고, 각 계파의 수장들에게 백기 투항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박영선 위원장은 지난달 5일 국민공감혁신위를 발족할 때만 해도 [전략공천을 배제하고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계파 정치]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었다.
특히 각 계파 수장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의 [지역위원장] 선출 과정에서도 당장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역위원장이란 옛 지구당 위원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새누리당의 당협위원장에 해당된다.
지역위원장을 오픈 프라이머리로 선출하면 계파 수장들이 지역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진다.
계파 의원들에 대한 [공천권]을 무기로 생존하는 계파 수장들에게 이는 큰 위협이었다.
박영선 위원장은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 같이 말했다.
"계파 정치를 하고, 계파 수장만 남으면
당이 거듭날 수가 없다.계파 안배보다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
당이 혁신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안경환-이상돈, 두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다는 구상도 계파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각 계파 수장들과 함께 한 12일 저녁의 6자 회의에서 박영선 위원장은 자신의 카드를 거둬들이고, 대신 원내대표직을 당분간 보장받는 딜(Deal)을 했다.
계파 정치 청산 계획은 자연스럽게 [물거품]이 됐다.이게 과연 정상적인 구조일까.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이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당이 정말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원내대책회의니 정책조정회의니 하는
당의 공식적인 체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다시금 드러났다.6자 회의를 통해 국민들도
이 당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게 된 것이
이번 사태의 유일한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