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야 다 나쁘다“는 하나마나한 소리
     

  • 류근일 본사고문ⓒ
    ▲ 류근일 본사고문ⓒ
    여, 야 다 나쁘다”
    는 개탄이 퍼지고 있다.
    맞는 말 같다.
    그러면서 또한, 반드시 맞는 말 같지가 않다.
 
야당은 합의를 두 번씩이나 깼다.
그러면서도 마치 “x 뀐 x이 성 낸다”고,
합의를 깬 데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긴 고사하고
역(逆)으로,
장외투쟁으로 냅다 뛰었다.

이래서 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을 수 없자.
반면에 여당은 무능력하고 무력하다.
다수파라면서도,
그리고 야당보다 두 배나 더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천지간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는 핑계야 물론 대겠지만.
 
이래서 여당도 나쁘고 야당도 나쁘다는 말이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양비론은,
“매사 시비곡절을 예리하게 가려야 한다”는 기준에서는,
반드시 정확한 잣대라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분쟁을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
누가 더 심하게 구느냐,
누가 더 억지를 부리느냐...
하는 등등의 기준에서
차등(差等)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십보백보다. 둘 다 나쁘다”라는 평(評)도 물론 맞을 수 있지만,
“굳이 따지기로 한다면 둘 중 갑(甲)이 더 심했다, 아니다 을(乙)이 더 심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작금의 여야 경색 국면에 대해 대부분의 평자(評者)들은
“여, 야 다 나쁘다”는 입장들을 취하고 있다.
 왜 서로 양보하지 않고 싸움질만 하느냐는 질타다.

그러나 이런 [하기 쉬운] 양비론은 자칫 위선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어느 한 쪽에 대해 “당신들이 더 심했다”고 선명하게 말했다가 혹시 찍히지나 않을까,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그 어느 쪽 [앙심]도 사지 말아야 한다는 몸 사림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몸 사림에 [황희 정승 식(式)] 그럴 듯한 외피를 입히는 것이다, 근엄하게...
 
 그렇다면 여, 야 둘 중 누가 더 나쁘다고 보느냐는 시험문제가 났다면?

“여당도 물론 무능-무력-무책이란 점에서 이쁘다 할 이유가 손톱 만큼도 없다.

그러나 약속을 두 번씩이나 깬 야당은 그보다 더 나쁘다.
그리고 이x도 나쁘고 저x도 나쁘다는 식의 상투적인 [안전 빵] 뒤에 숨으려는 일부 주장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라고 만약 답안지를 작성했다면,
교수는 과연 몇 점을 줬을까?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