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 ‘지금이 골든타임’ 동어로 호소 최경환 경제부총리 대국민담화에 ‘힘 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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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내부에 모처럼 활기찬 분위기가 내비친다.

    불통 논란에서 시작된 각종 인사(人事) 문제와 세월호 참사를 거치며
    국정 지지율이 바닥을 친 이후 오랜만에 느껴지는 공기다.

    여전히 현안은 산적해 있고 정치적 사회적 갈등도 남아있지만
    두 손 놓고 눈치만 보던 것에서 최소한 '일할 분위기'는 형성됐다는 게 내부 목소리다.

    '경제 활성화'라는 시급하고 절박한 당면과제에 직면했다는 표면적이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리더십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노사정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노사정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우리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노사정 모두가 지혜를 모아 우리 경제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사정 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금이 바로 (경제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비상한 생각과 각오, 또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우리 노사관계에도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지난 22일 새누리당 연찬회 특강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최 부총리는 “우리경제가 하루빨리 경제활성화의 모멘텀을 살려내지 못하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될 때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저물가, 저성장 징후에 관해 우려를 표해왔다.

    최 부총리가 이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빗대어 문제를 제기를 하자 박 대통령이 이를 되받아 지원사격하는 모습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최 부총리의 ‘디플레 진입’ 언급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경기 회복에 관한 최 부총리의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적잖은 변화가 감지된다.
    지금껏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있어서 원보이스(one voice)를 강조했으나 각 부처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가 전달, 정책에 반영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일례로 정부는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 2차 회의를 3일로 연기했다. 3월 1차회의에서 제기된 52개 과제 중 해결은 17건에 그친 것이 문제였다.

    박 대통령은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규제개혁 협업에 대해 “국무조정실도 있고 경제부총리 제도도 있고 정 안되면 청와대 수석실에서도 나설 수 있는데 협업이 잘 안된다고 하면 안된다”면서 “다 동원을 해서 해결을 해야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처 간 협업과 소통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의 변화도 이 지점에서 읽힌다.
    ‘나홀로’ 국정의 주요 정책을 제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면 청와대가 이끌어주는 ‘협조’ 방식으로 탈바꿈 했다. 물론 큰 틀에서의 국가 아젠다 설정 이라는 본연이 역할은 여전히 수행 하면서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리더십이다. 

    1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경제 활성화 불씨를 살릴 골든타임이 지나지 않도록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심의와 통과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
    국정운영에 청와대와 정부의 찰떡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국방‧외교 분야에서도 부처 간의 유기적 움직임이 눈에 띤다.
    청와대와 국방부, 외교부가 미국과는 소통을 시도하며 한국을 고립시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펴려는 북한에 ‘원보이스’를 내려는 움직임이다.

    첫 물꼬는 청와대가 열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 수전 라이스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을 갖는다. 북한의 도발 저지를 위한 실무적 협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월에는 UN총회에 참석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미국행이 예정돼 있다. 같은 달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한미안보협의회에 참석, 대북 외교전에 ‘원보이스’를 낼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리더십 변화를 공감한다”면서 “경제활성화라는 절박한 화두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잘 소통하고 정책 포인트를 집어서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