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제정 운동'이 친일운동?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이 교수 맹비난조부 과거 기록 들춰내 친일파 매도..사실상 연좌제(緣坐制) 적용 주장

  •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사로 잘 알려진 이인호(78) 서울대 명예교수가 1일 KBS이사회 이사장으로 추천된 가운데, 야당 추천 위원 측에서 해당 추천 건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1일 오전 9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공석이 된 KBS이사회 이사장 자리에 이인호 명예교수를 추천하는 'KBS 보궐이사 추천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당 추천 인사인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허원제 부위원장, 이기주 상임위원 등 3명은 찬성표를 던졌고, 야당 측 인사인 김재홍 위원과 고삼석 위원은 반대 입장을 밝힌 뒤 퇴장했다.

    KBS이사회는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 등 총 11명의 이사로 구성되며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방송법 제46조 제3항). KBS이사회 이사장은 이사들의 호선으로 선임된다. 신임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8월 31일까지.

    이길영 전 KBS이사회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은 "이길영 전 KBS이사회 이사장 사퇴 이후 30일간의 '추천 기간'이 있음에도 불구, 서둘러 추천안을 의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더욱이 특정 단체나 집단의 이해를 대변했던 사람이 KBS의 독립성을 지키고 공적 책무를 다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이날 허원제 부위원장의 비행기 시간을 고려해 회의를 한 시간 안에 끝마쳤다. 이를 두고 야당 측 인사들은 "시간을 정해 놓고 회의를 진행한 것은 합의제 위원회로서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 '건국절 제정 운동'이 친일운동?

    여당 추천 인사들이 이인호 명예교수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가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제정해 기념하자는 '건국6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의 공동준비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대안교과서'를 만든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을 맡고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관련, 백범 김구와 각을 세우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일부 좌익 세력은 ▲건국절 제정 운동을 지지하거나 ▲교학서 교과서 채택에 동조하는 기미만 보여도 이를 '친일사관에 입각한 행동'으로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건국절 제정 운동'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탄생한 48년을 건국일로 삼자는 운동. 광복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단순 해방을 의미하는 '광복절'보다는 헌법이 제정된 48년을 대한민국의 '시작'으로 기념해야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 어디에도 친일사관이 담겨 있지 않으나, 소위 '깡통진보' 세력은 "나라의 수립을 48년으로 할 경우 임시정부와의 정통성이 끊어진다"는 억지 논리를 내세워 해당 운동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친일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 파동도 사실상 한겨레-경향신문 등의 오보에서 비롯됐으나, "교학사 교과서는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미화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겨레의 정정보도문은 저 아래에 묻힌지 오래. 지금도 수많은 대중은 해당 교과서가 친일 인사들을 미화하고 있다는 '낭설'을 정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날 이인호 명예교수를 극구 반대하고 나선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도 이같은 편협하고 왜곡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처럼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얕은 지식'을 설파하고 있는 탓에, '왜곡되고 구겨진 역사인식'이 다시금 사람들의 뇌리에 파고 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조부 과거 들춰내.."이사장 자격미달" 주장

    오전 전체회의 중 자리를 박차고 나온 김재홍 상임위원과 고삼석 상임위원은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KBS 보궐이사 추천에 관한 건'을 의결한 여당 측 위원들을 맹비난했다.

    이들은 "이념적 중립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 명예교수는 공영방송인 KBS 이사 후보로는 적절치 못한 인물"이라며 "보수진영의 편향된 역사관을 지닌 이 교수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들은 이 명예교수의 조부인 유학자 이명세의 과거 전력을 들먹이며 "수치스런 과거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사가 그 이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국민 누구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연좌제(緣坐制)의 적용을 주장하고 나선 것.

    연좌제는 형사 책임의 원칙이 확립되기 이전에, 범죄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 자까지 함께 형사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정치-사회 곳곳에서 연좌제가 적용돼 왔으나 1980년 헌법 제13조 3항에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신설된 이후 '공식적으로' 자취를 감췄다.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은 "이인호 명예교수의 조부는 일제강점기 친일활동을 했으며 그것으로 인해 2009년 정부가 발간한 '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에도 수록됐음이 밝혀졌다"며 "선대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후손에게 물을 수는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공영방송의 이사장 후보로는 불가함을 천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궤변을 내뱉었다.

    [사진 = 김재홍(좌) · 고삼석 상임위원 / 뉴데일리 DB]

    【기자회견문】

    "KBS 이사장 후보,
    역사관과 사회적 편향성은 결격사유"  


    지난주 방송통신위원회에 KBS 이사 후보로 제안된 이인호 교수는 언론보도가 나오자마자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이 교수는 대통령에게 이사로 추천되고 이사회의 호선을 통해 이사장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 됩니다. 갑자기 사퇴한 이길영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나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KBS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조연맹은 이미 반대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야당의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이 함께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공영방송 KBS의 이사로서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수장을 맡기엔 여러가지로 부적격 후보라는 것입니다.

    국민의 정신영역에 막대한 영향력 가진
    공영방송 이사장 후보,
    조부의 친일행위와 교학사 국사교과서 옹호 등 역사인식 편향으로 부적격   


    공영방송은 국민의 사고와 정신영역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의 수치스런 일제강점기 과거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사가 그 이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국민 누구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인호 후보는 언론의 검증을 통해 조부가 일제강점기 친일활동을 했으며 그것으로 인해 2009년 정부가 발간한 '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에도 수록됐음이 밝혀졌습니다. 그 선대가 일제강점기 반민족 친일행위를 했다고 해서 후손까지 동일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포함하는 해방전후 현대사 문제에 대해 특정 보수진영의 편향된 역사관을 공유하고 대변하는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공영방송의 이사장 후보로는 불가함을 천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후보가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에서 친일과 독재에 대한 옹호 내용으로 격심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를 지지한 것은 특정 사회집단과 행동을 같이 한 결과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대한민국 체제에 반대한 인물이라고 발언한 것 역시 분단과 통일정부 수립에 관한 큰 논란거리로서 특정 사회집단의 편향된 역사관과 동질적인 내용입니다.
    이 후보는 또 최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문제된 발언내용을 지지하여 일반적인 국민여론과는 동떨어진 편향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공영방송 이사장, 정치적 이념적 중립성이 철저히 요구돼
    방통위 여권 위원들만의 다수결은 낙하산인사 통과의례


    공영방송의 이사장은 정치적 이념적 중립성이 철저히 요구되며 특정 사회집단을 대변했거나 공동행동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인사라면 결코 그 자리를 맡아선 안됩니다.
    KBS 이사장 후보의 추천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절차는 시민사회와 국민여론층이 최소한이라도 검증시간을 가진 뒤 합의제 원칙에 걸맞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영방송의 이사장 추천이 방송통신위원회의 통과의례에 그쳐선 안됩니다. 더구나 정부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만의 다수결에 의한 추천이 돼선 안됩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추천권 행사가 돼야 할 것입니다.

    2014년 9월 1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재홍 / 상임위원  고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