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문화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
  •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일 지휘서신 1호 <'열린 병영문화'로 선진 정예 강군을 만들자!>를 전군에 하달했다.

    한 장관은 지휘서신을 통해 지휘관 및 참모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전우의 인권보장, 군법교육과 인권교육의 지속적인 실시, 통제와 자율이 조화를 이루는 병영문화, 정직한 병영을 만들 것을 지침으로 강조했다. 다음은 한민구 국방장관 지휘서신 1호 전문임.

    '열린 병영문화'로 선진 정예 강군을 만들자! 

    사랑하는 지휘관 및 참모 전우 여러분! 

    올해 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길었습니다. 이제 UFG 연습이 끝났고 조석으로 제법 선선함을 느끼게 됩니다. 먼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국의 땅과 바다와 하늘, 그리고 해외 파병지에서 몸과 마음을 다하여 임무수행에 진력하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격려를 보냅니다. 차제에 최근 우리 군이 직면한 상황과 관련하여 우리가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장관의 소회를 밝히고 여러분의 분발을 당부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듯이 우리 군이 존재하는 목적은 강력한 전투력을 바탕으로 평시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적과 싸워 승리하는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최고 수준의 대비태세 확립과 실전적 교육훈련 그리고 정성스런 부대관리 라는 세 축이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만일 어느 하나의 축이 흔들리게 되면 그 부대는 온전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병영 내에서 발생한 반인권적 사망사고는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국민들은 불신과 실망의 눈으로 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장관은 이번 사고를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야만적 행위’로 규정하면서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또한 군의 통수권자이신 대통령께서도 주요 지휘관 회의를 직접 주관하시면서, “군 내부의 반인권적 적폐의 척결을 위해 근원적인 대책을 강구하라”고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우리 군은 1979년 일반명령으로 구타 및 가혹행위를 금지한 이래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결과적으로 대증적 처방에만 머물고 근본적인 해결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 국민들은 군의 폐쇄성을 지적하면서 국민의 시각에서 군을 바라보고 보다 개방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군이 내놓은 ‘민․관․군 병영문화혁신 위원회’의 활동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엄중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군이 지켜야 할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은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짓밟는 병영 내의 반인륜적 행태는 이적행위와 다름없는 것입니다. 강제적으로 유지되는 기강은 참다운 기강이 아닙니다. 전우의 인격과 인권이 존중되는데서 나오는 참다운 기강과 실전적인 교육훈련으로 다져진 병영만이 국민을 지키는 굳건한 보루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우뚝 서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지금 나부터’라는 자세로, “나의 명령과 지시는 정당하고 합리적인가?”, “상급자와 하급자의 인권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부하전우의 인권을 보장하면 군 기강이 약화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는가?”, “병영생활의 겉모습만 보고 그늘진 곳에 가려져 있는 악․폐습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닌가?” 라는 질문들을 되뇌며 성찰해야 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병영문화를 혁신한다는 사명감과 투지로 무장하여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지향해 온 선진 정예 강군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자랑스러운 지휘관 및 참모 전우 여러분!

    우리 군은 창군 이래 그 기틀을 채 다지기도 전에 6. 25전쟁을 치렀고, 전후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과 도발을 물리쳐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군 조직의 특수성을 내세워 엄정한 군율과 군기를 강조한 반면, 전우들의 인격과 인권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기도 하였습니다. 절대적 상명하복을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부하전우들의 기강을 바로 세운다는 명분으로 가혹한 군기교육과 경직된 내무생활을 강요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군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과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공공의 가치보다는 개인의 이익과 인권을 중시하고, 무조건적 강요보다 이해와 설득을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휘하고 있는 대다수의 신세대 전우들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한 두 자녀만을 둔 부모님의 극진한 사랑 속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란 젊은이들입니다. 그렇기에 입대할 때 병영생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고, 입대 후 인격 모독행위를 당하게 되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껴 극단적으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소중한 젊은 전우들이 국가의 부름에 따라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안전하게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열린 병영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더 이상 회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흔히들 문화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사상·행동양식·생활방식은 물론, 구성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것 중에서 학습에 의해 습득되는 것을 가리킨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문화의 하위 요소로서의 병영문화는 병영생활을 통해 습득되고 관행화된 전우들의 의식(意識) 뿐만 아니라 병영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環境)까지 포함한다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병영문화를 혁신한다는 것은 병영 내 모든 구성원의 의식에서부터 각종 제도․시설 등 외형적 환경까지를 포함한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군은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전우들의 의식보다는 환경을 바꾸는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모든 문제 해결의 중심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병영 내 반인권적 적폐를 일소하고 병영문화의 혁신을 이루려면 제도나 시설 등 환경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전우들의 의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 ‘낡은 의식’을 ‘새롭고 올바른 의식’으로 바꾸고 다져야 합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우리 모두의 의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지휘관 및 참모 여러분들의 솔선수범과 분발이 필요합니다.

    장관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지휘관 및 참모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며, 다음 몇 가지를 지침으로 강조하고자 합니다.

    첫째,「강한 군대」는 전우의 인권보장에서 시작됨을 인식해야 합니다.

    아직도 ‘군대에 인권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전우들이 적지 않게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인권 보장과 강한 군대 육성을 상충하는 가치로 인식하여 병영에서 인권을 강조하다 보면 군 기강의 해이와 전투력의 약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장관은 이러한 인식이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잘못된 인식이라고 봅니다.

    만일 우리가 전우들의 인권을 무시한 채 군 기강만을 강조한다면, 병영 내 악․폐습은 마치 기름진 토양에서 독초가 무성하게 자라듯 병영생활 전반에 스며들어 부대의 단결과 사기를 무너뜨리고 전투력의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전우 상호 간에 인격과 인권을 존중하는 병영이라야 전투력이 배가되어 전승하는 무적의 부대가 될 것입니다. “전장에서 전우를 지키기 위해 또는 전우의 희생을 되갚아주기 위해 적과 용감하게 싸웠다”는 참전 전우들의 증언을 상기해야 합니다. 참다군 군 기강은 전우의 인격과 인권을 존중하는 데서부터 생성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전우의 인권 보장과 군 기강 확립 그리고 강한 전투력이 상호 보완적이며 선순환적 관계에 있을 때 위와 아래가 뜻을 같이해야 승리한다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의 강한 군대가 될 것입니다.

    둘째,「군법교육과 인권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선진 정예 강군은 엄정한 군 기강과 전우의 인권 보장이 상호 병립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간부를 포함한 모든 전우들을 대상으로 군법교육과 인권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새로운 의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번에 ‘전군 특별 교육’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만, 그것은 그야말로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였을 뿐입니다.

    군법교육과 인권교육은 실무 및 야전환경에서 전우들이 흔히 직면하게 되는 일반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컨대, 군법 교육의 목표는 상급자에게는 자신의 명령과 지시가 정당한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데 두어야 하며, 하급자에게는 상급자의 정당한 명령과 지시에 복종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지시키는데 두어야 합니다.

    또한 인권 교육의 목표는 모든 전우들이 인격과 인권은 상대적이 아닌 절대적 가치로써 반드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식을 형성하는데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교육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지휘관 및 참모 여러분들은 전문성을 갖춘 교관을 선정하고 교육여건을 보장해 줘야 하겠습니다.

    셋째,「통제와 자율」이 조화를 이루는 병영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본래 군 조직의 특징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와 함께 개인보다는 집단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부대는 지휘관을 중심으로 조직적․체계적인 전투행동을 통해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군 조직이 사회의 다른 조직에 비해 보다 많은 통제를 필요로 하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병영생활은 ‘통제와 더불어 자율’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우들은 병영생활 속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훈련과 휴식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여 공적 과업과 훈련장에서의 활동은 엄격히 통제하되, 생활관에서의 자유시간에는 자율과 책임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의 일탈 행위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하여 병영의 규율을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상급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급자는 하급자가 숙련된 행동을 보일 때까지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우들에게는 더 많은 인내심과 더 자상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리더십이 ‘임무형 지휘’의 전형이며, 소통과 협동의 리더십이라 할 것입니다.

    특히 초급간부들의 리더십이 병영문화 혁신을 가능케 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초급간부들은 병 전우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동고동락하며 병 전우들이 병영생활에 적응하도록 이끌고 가르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군 생활 경험자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초급간부들의 자질과 역량에 대해 여러 평가가 있습니다만, 결국 이들이 그 일을 해내야 합니다. 지휘관 및 참모 여러분들은 분·소대장, 부소대장 등 초급간부들의 의식과 리더십의 고양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도해 주기 바랍니다.

    넷째,「정직」이 신뢰의 지름길입니다. 정직한 병영을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우리 군은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정직하지 않은 집단’이라고 손가락질 받았습니다. 지휘관들이 자신의 보신을 위해 사건·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한다는 비판도 들었습니다. 사실이야 어떠하든 이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결의한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절대 들어서는 안 될 말입니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경제력이나 군사력보다도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足食 足兵 民信之矣, 民無信不立 -논어 안연편-)”고 설파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직이 바로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사실 그대로 알리고 평가 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정직하게 보고하는 습관을 체질화해야 합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신속히 보고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악성 사건·사고로 확대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경우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또한 사건·사고 자체 보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불신을 사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후속처리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미칠까 우려하거나 공명심에 사로잡혀 사실관계를 호도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국민과 가족의 입장에서 정성을 다해 처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에게 불명예가 될 뿐만 아니라 군 전체에 불신과 오명을 덧씌우게 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휘관 및 참모 여러분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한다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개인 책임과 지휘 책임을 명확하게 구별하여 처리하는 지침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이 ‘거짓말하는 조직’으로 의심 받는다면 이는 적의 위협보다 더 심각한 국가 안보의 저해 요소가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인식해주기 바랍니다. 

    믿음직스러운 지휘관 및 참모 전우 여러분!

    장관은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의 운영을 통해 사회와 군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전우들의 의식은 물론 법규와 제도 등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군 기강이 살아 있고 인권이 보장되는 ‘열린 병영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병영이 참다운 기강과 인화(人和)로 강력한 전투력을 창조하는 요람으로 거듭나도록 할 것입니다.

    일찍이 노자(老子)는, “무릇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쟁에 임하면 승리한다(夫慈以戰則勝 -도덕경 제67장-)”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사랑을 받고 조국을 사랑하며 부대를 사랑하고 전우를 사랑하는 군은 항상 이긴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병영문화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입니다. 국민들은 군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인권의 모범지대로 거듭나 선진 정예 강군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지금 수많은 제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야전에서도 자체적으로 여러 조치들을 취하고 있을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본말이 전도될까 우려하기도 하고,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지혜를 말씀하기도 합니다.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군의 존재 목적은 강력한 전투력으로 유사시 승리하는데 있는 만큼, ‘국민이 신뢰하는 열린 병영문화’로 기본이 튼튼한 국방을 이룩하는 것입니다. 장관은 이러한 목표를 향한 긴 항해에서 위대한 대한민국 국군의 전우들과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열정을 쏟을 것입니다.

    충성스러운 전우 여러분! 2014년 9월 1일을 우리 군의 ‘열린 병영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날이라고 우리 모두 힘차게 외칩시다.

    다시 한 번, 조국 수호의 현장에서 맡은 바 소임을 완수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지휘관 및 참모 전우들과 정성스럽게 내조하는 가족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추석 명절을 맞아 여러분 모두 건승하시고 뜻하는 바가 성취되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 9월 1일 국방부장관 한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