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신임조종사의 ‘평행이론’, 조국영공 수호로 이어지다
  • ▲ 힘겹게 조종사의 꿈을 이룬 정윤석 중위(왼쪽)와 이진범 중위(오른쪽)가 서로의 건투를    기원하며 T-50 앞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공군
    ▲ 힘겹게 조종사의 꿈을 이룬 정윤석 중위(왼쪽)와 이진범 중위(오른쪽)가 서로의 건투를 기원하며 T-50 앞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공군

    조종사의 꿈을 이루기위해 고등학교 자퇴라는 어려운 선택을 통해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는 '전투기 조종사'자리까지 오른 두 명의 동기 조종사가 탄생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흔히 ‘평행이론’이라고 말한다.

    조종사가 되는 과정이 운명적으로 닮은 정윤석중위(공사 61기, 만25세) 와 이진범 중위(학군 40기, 만24세)의 ‘평행이론’이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2년 선후배 사이로, 이진범 중위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학교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선·후배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정윤석 중위와 처음 만나게 됐다.

    공군 조종사의 꿈을 공유한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졌고, 고등학교 자퇴 후 검정고시를 거쳐 각각 공군사관학교와 항공대학교에 진학했다. 선배인 정윤석 중위는 어렸을 때 영화 ‘탑건’을 보고 조종사의 꿈을 품었다.

    하지만 부족한 내신성적 때문에 이대로는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하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학년 1학기를 마친 후 과감히 자퇴를 결정했다. 검정고시를 통과한 후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렇게 공군사관학교를 뒤로 하고 경북대학교에 진학한 정 중위는 우연히 대구 비행장에 착륙하는 F-15K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다.

    웅장한 전투기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정 중위는, 그 해가 지나면 다시는 전투조종사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지막으로 공군사관학교 입시에 도전했고 마침내 61기 생도로 선발돼 조종사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이진범 중위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자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추천으로 선‧후배 멘토링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된 정윤석 중위를 처음 알게 됐다.

    정 중위의 꿈을 향한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은 이 중위는 자신도 조종사가 되기 위해 정 중위와 같은 길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해 기숙사 학교에서 친해진 친구들을 뒤로 하고 과감히 자퇴를 결심했다.

    이 중위는 검정고시를 통과한 후 한국항공대에 진학해 학군 40기로 임관했고, 힘겨운 비행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이번 수료식을 통해 당당히 빨간 마후라를 목에 걸었다. 두 사람은 원래 다른 차수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1차 비행교육과정을 받던 이 중위는 부비강통으로 수술을 받은 후 정 중위가 속해 있는 2차 비행교육과정으로 유급하게 됐다. 이후 이 중위와 정 중위는 같은 대대에 배속되는 등 기막힌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기도 했다.

    정윤석 중위는 “먼 길을 돌아 조종사의 꿈을 이룬 만큼 그 과정들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늘 최선을 다하고, 막역지우(莫逆之友)인 이진범 중위와 함께 발전하는 조종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진범 중위는 “정 중위는 내가 자퇴를 고민할 때에도, 항공대에서 학군단을 지원할 때에도 큰 힘이 된 진정한 ‘멘토’였다”며, “정 중위와 함께 조국 영공방위에 최선을 다하는 멋진 전투조종사가 되겠다”고 수료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 정윤석 중위는 제20전투비행단에서, 이진범 중위는 제1전투비행단에서 각각 CRT훈련을 받고 전투조종사로 활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