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누나가 자매 홀로 키웠다" 주장 ...누군가 '처남' 사칭했을 수도
  • [조광형 칼럼]
    김영오 씨를 둘러싼 의혹, 무엇이 사실인가?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된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22일 오후 서울 용두동 동부병원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된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22일 오후 서울 용두동 동부병원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없이
    여기서 단식을 멈추면 유민이를 볼 낯이 서지 않는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다 건강 악화로 입원한 '유민 아빠' 김영오(47)씨는 "이대로 단식을 중단하면 하늘에 있는 유민이를 볼 낯이 없다"며 단식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면서 16살 난 딸 유민(단원고 2학년) 양을 잃은 김영오씨는 지난달 14일부터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광화문 광장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김씨가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은 세월호 진상규명위원회에 독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것. 현 검찰을 믿을 수 없으니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들에게 기소 권한을 이양, 세월호 침몰 책임자를 엄단하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단식 41일째, 김씨의 푹 꺼진 두 눈과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얼굴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여기저기에서 김씨를 동정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씨가 농성을 벌이는 취지를 이해할 순 없어도 딸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 만큼은 격려해주고 싶다는 이도 생겨났다.

    일부 네티즌은 체중이 47kg까지 줄고, 혈압이 정상치를 밑도는 가운데에도 단식 투쟁을 멈추지 않는 김씨의 모습을 보며 주위의 관심과 도움을 호소하는 댓글을 달기도. 김씨가 각종 인터뷰에서 숨진 딸에 대한 '애끓는 부정'을 숨기지 않는 모습 또한 이같은 네티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요소가 되고 있다.

    내가 왜 굶고 싸우는지 알겠죠?
    차라리 못된 딸이었으면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텐데...
    고등학생쯤 되면 보통 아빠랑 멀어지잖아.
    그런데 우리 유민이는 나를 뒤에서 꼭 끌어안고 그랬어요.
    삼겹살 구워서 내 입에 넣어주고.


    지난달 17일 김씨가 미디어오늘과 가진 인터뷰 기사를 보면 눈물이 날 정도다. 이렇게 딸을 사랑하는 아빠가 또 어디 있을까?

                        "당신이 유민이한테 뭘 해줬다고.."

  • 그런데 23일 오전 한 인터넷 기사에 충격적인 댓글이 달렸다.

    윤OO라는 네티즌은 <세월호 유가족 "특별법 제정 대통령 답 기다리겠다">는 제하의 기사 댓글란에 "다른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을 하면 이해하겠지만 김영오 당신이 이러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우리 유민이 안치하고 나서 세월호 뉴스 아예 안봤거든...
    김영오 너 검색떠서 봤는데..
    웃음만 나올 뿐,
    다른 세월호 유족 분들이 단식하면 이해하겠지만...
    김영오씨 당신이 이러시면 이해못하지~
    당신이 유민이한테 뭘해줬다고~
    이OOO 떨고 있어~~~


    이 네티즌은 "아버지인 김영오가 유민이에게 생전 잘해준게 뭐가 있느냐"며 앙칼진 말을 내뱉었다.
    이는 가족이거나 김씨 집안과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처럼 들리는 부분이다.

    유민-유나 애기 때 똥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 없는 사람이~ OOO...
    능력없고 말빨만 있는 김영오씨...
    누나 너랑 이혼하고 10년 동안 혼자 애들 둘 키운거 알지?
    얼마나 힘들줄 알간?


    이 네티즌은 '누나'라는 말을 사용해 "자신의 누나가 김영오와 이혼한 뒤 10년 동한 혼자 유민-유나 자매를 키워왔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네티즌은 김영오의 처남이 되는 셈인데, 사실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는 넌 그동안 뭐했냐?
    1년에 한 두 번 보는 거 끝이지..
    김영오 너 지금 이럴때 울 누나 마음 찢어져.
    유민이 이름 그만~


    이 네티즌은 "자신의 매형(김영오)이 이혼 뒤에는 1년에 한 두 번 보는 게 고작일 정도였다"며 누나와 아이들을 홀대해 왔음을 지적했다. 김씨의 매정함을 지적하고 나선 윤씨. 그는 진짜 '유민 아빠' 김영오의 처남일까?

    김영오의 사생활을 꿰뚫고 있는 듯한 윤씨의 댓글이 올라오자, 한 네티즌이 묻는다.

    오...이거 진짜가 나타난 건가?


    이에 윤씨는 "자신이 바로 유민이 삼촌"이라는 답변으로 '유민 아빠' 김영오의 처남임을 주장했다.

    윤씨의 글은 온라인상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죽은 딸 아이에 대한 애끓는 부정을 선보이며 주위의 동정과 관심을 산 김영오가 알고보니 '이혼남'이었다는 사실은 적잖은 반향을 가져왔다.

    한 네티즌은 "내가 아는 유족도 이혼하고 5년 만에 애비놈 나타나 진도에서부터 데모하던데.."라고 다른 댓글을 올렸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윤씨의 정체가 정말로 김영오와 인척 관계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 뿐만 아니라 김영오를 음해하기 위해 누군가 처남을 사칭해 올린 글일 수도 있다.

    이와중에 또 다른 댓글 하나가 나타나, 네티즌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한달에 20만원씩 보낸다던 돈, 10번도 안줘"

  • KXXX라는 네티즌은 동종 뉴스 댓글란에 윤씨와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김영오가 이혼 후 부인과 아이들에게 양육비를 터무니 없이 적게 줬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역시 일반인들은 쉽사리 알 수 없는 가족 내 문제였다. 이 네티즌도 가족 중 한 사람일까?

    딸들 본인에게 키우라고 하면 고아원 보내겠다던...
    애들 양육비 20만원 주지도 않던...
    1년에 한 두 번 애들 볼까말까하던....
    그런 아버지가 애들을 홀로 키운 좋은 아버지로....
    남은 둘째딸 생각은 나는지...
    엄마가 유민이 생각이 자꾸 나서 엄마 때문에 둘째딸이 이사한건 아는지...
    그대 진심을 모르겠소...


    이혼 후 1년에 한 두 번 애들을 볼까말까했다는 주장은 앞선 윤씨의 주장과 동일선상에 있다.
    이같은 댓글이 올라오자, 누군가 '정체가 뭐냐'며 글의 진위를 묻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네티즌은 '가족'이라고 담담하게 주장했다.

    나두 아이 키우는 사람으로 이번 일로 울기도 했고...
    물론 당사자들에게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요...
    다른 의도로 올린 건 아니고
    이 기사 난 주인공의 개인...에 대한 이야길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지금 하는 행동이 진심으로 유민이를 위하는 건지 알고 싶을 뿐.
    다른 의도는 없네요.


    글의 수위를 자제하던 이 네티즌은 마지막 글에선 감정이 폭발한 듯, 양육비와 관련해 좀 더 구체적인 주장을 늘어놨다.

    유민이하고 둘째딸 본인(김영오)에게 키우라고 하면 고아원을 보내겠다던...
    아이들을 위해 한달에 20만원씩 보낸다던 돈,
    아이들 고등학생 될때까지 10번도 안보내줬던....
    1년에 애들 한 두 번 볼까말까했던......
    새로운 딸 생겨 그 딸을 위해 좋은 세상 만들어 준다는 약속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하겠다는 약속....
    뭘 위해... 둘째딸 생각은 나는지요.


    이 네티즌과 윤씨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사실 김영오는 이혼한 유부남이었고 ▲지난 10여년간 이혼한 아내가 유민-유나 자매를 홀로 키워왔으며 ▲유민에게는 윤OO라는 외삼촌이 한 명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내가 (김영오에게)두 아이를 키워보라고 이의를 제기하니, 김영오는 "자신에게 보낼 경우 고아원에 맡기겠다"는, 아버지로서의 '자격'이 모자란 말을 내뱉었고, 10년간 2백만원에도 못미치는 양육비를 건네줬다는 주장이 되는 셈이다.

    머리가 어지럽다. 이들의 주장에 근거한다면, 우리가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접한 '유민 아빠'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누구보다도 자애로운 아버지였을 것만 같았던 그가 사실은 양육비에 쩔쩔매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내겠다"는 말을 서슴치 않고 말하는 형편없는 남자라는 말인가?

    풀어야 할 난제도 많고, 석연찮은 의혹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모든 해답은 김영오씨 자신이 쥐고 있을 터. 해당 댓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죄다 혼돈 상태에 빠져 있다. 이젠 김영오씨가 나서야 할 때다.

    그는 이미 전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공인의 반열에 올랐다.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도 있다.
    공인이 된 이상, 자신을 향해 제기되고 있는 이런 글들에 반응할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이 진실인가? 이혼남은 무엇이고, 양육비는 대체 무슨 소리인가?
    자신과 가족을 겨냥한 '악의적인 음모'라면 당당히 나서서 깨부숴야 할 것이다. 

    이런 의혹이 해명되어야 대통령도 면담에 나설 수 있을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