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속, 22일 '탈북자 구출 위한 일일 카페& 사진전' "인간이 어디까지 비인간적일 수 있는지 알았다"

  • 탈북자를 구출해내겠다는 일념하나로 ‘북한인권의 실상’을 외치는 대학생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말하는 북한 인권은 더욱 잔인하고 참혹했다.

    가천대학교 무역학과 학생들이 만든 동호회 ‘한국통일속으로(이하 한통속)’가 22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 카페에서 ‘탈북자 구출을 위한 일일 카페& 사진전’을 열었다.

    한통속은 가천대학교 무역학과 학생들이 지난해 수업 중 북한인권에 대한 실상을 접하고 ‘자발적으로’만든 단체다.

    이들은 정기적인 사진전 개최를 통해 ‘탈북자 구출 작전’에 힘쓰고 있다. 이번 행사 수익금 또한 탈북자 구출을 위해 쓸 예정이다.

    행사장은 낮은 조명에 부드러운 재즈가 흐르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그래서인지 ‘북한인권’이라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주제가 쉽게 다가오는 듯 했다.

    친구를 통해 행사를 알게 돼 왔다는 22살 청년 유재훈 학생은 "‘북한인권’이라는 주제의 특성 탓에 분위기가 무거울까봐 걱정했지만, 이곳은 희망적이고 편안하다"며 "이런 분위기 덕분에 북한 인권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사진전의 주제는 ‘정치범수용소의 끔찍한 실태’다. 행사장에는 이와 관련된 15점의 그림이 전시돼 있었고,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그림의 내용은 ▲영아살해 ▲ 강제적 대변 강요와 금전 착취 ▲비양심적인 살인 훈련 ▲일가족 생체 실험 ▲양손을 뚫어 움직이지 못 하게함 ▲강제 골절 고문 등이다.

    그림을 보는 내내 ‘인간이 이 정도까지 잔인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기자의 눈살은 더욱더 찌푸려졌다. 이미 북한인권과 관련된 여러 번의 취재를 통해 북한인권의 잔혹함을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기자에게도 충격적인 그림이 적지 않았다.

    한통속 회원인 서지원(25)학생은 사진을 보고 있던 기자에게 다가와 "지금도 수용소에서는 엽기적인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며 정치범수용소 상황을 설명했다.

    죽는 고통의 고문은 당연한 일이다, 수용소에 끌려온 주민들은 밥을 못 먹어서 살아있는 쥐를 잡아먹을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간부에게 발각되면 그들의 목숨은 그들의 장난감이 된다.


    이런 그림들은 북한 인권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청년들에게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날 이곳을 찾은 23살의 청년도 기자와 같은 느낌을 받은 듯 보였다.

    인간이 어디까지 비인간적일 수 있는지를 알았다. 비참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나에게는 ‘쇼크’이상이었다.


    한통속 회원 학생과 같은 교회를 다닌 인연으로 행사장을 찾은 성철호 선교사는 "북한인권의 참혹성을 익히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의 잔인함은 알면 알수록 더욱 참혹하다"고 개탄했다.

    이어 "요즘 청년들은 ‘한국사랑’을 외치면서도 북한인권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며 "오히려 북한을 찬양하는 청년들이 많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 ▲ 앞으로도 탈북민 구출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파이팅을 외치는 한통속 멤버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앞으로도 탈북민 구출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파이팅을 외치는 한통속 멤버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행사 내내 한통속 학생들은 음료, 다과 준비 등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이 가시지 않았으며, 행사를 진행하는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등의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통속 학생들은 하나 같이 ‘한통속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탈북자 구출을 위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이들은 "스펙,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탈북자를 돕는 것이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부터 탈북자의 실상을 알리는 것이 작지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 나아가 모금을 통해 직접적으로 한사람이라도 구출하고 싶다."

    -김금정(22)

    "사람들은 나에게 ‘한국에 어려운 사람이나 돕지 왜 굳이 북한을 돕느냐’고 묻는다. ‘빨갱이냐, 종북이냐’ 묻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나는 북한의 참담한 실상을 설명하려 애쓴다."

    -김동석(26)


    하지만 이들은 ‘자금난’과 ‘시간부족’이 한통속 활동을 주춤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시작된 동아리라 졸업을 앞둔 사람이 많다. 홍보하고 새로운 사람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

    -김금정(22)

    "운영비 부족이 가장 크다. 나는 졸업생이라 앞으로 이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는 점도 안타깝다"

    -서지원(25)

     

  • ▲ 여자 4명과 남자 5명으로 이루어진 한통속 회원들. 왼쪽부터 김금정(22) 박대열(22) 권오민(24) 김동석(26) 정소라(24) 서지원(23) 권순철(23) 조민주(21) 성낙원(23)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여자 4명과 남자 5명으로 이루어진 한통속 회원들. 왼쪽부터 김금정(22) 박대열(22) 권오민(24) 김동석(26) 정소라(24) 서지원(23) 권순철(23) 조민주(21) 성낙원(23)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한통속 학생들은 대한민국 청년들이 북한인권에 대해 좀 더 애정 있는 관심을 가지고 실상을 봤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한통속 활동을 하면서 탈북자 친구가 많이 생겼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통일은 온다. 남북 청년들이 서로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우리는 이런 상상도 한다. 무역학과 학생인 만큼 훗날 그들과 사업을 같이 하는 상상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다. 이는 진심에서 시작됐고, 결국 진심으로 끝날 일이다.

            - 9명의 한통속 회원 일동

     

  • ▲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그림과 증언을 담은 동영상이 인권 유린의 잔혹한 실상을 알리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그림과 증언을 담은 동영상이 인권 유린의 잔혹한 실상을 알리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