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의 유학파 성악가 7인, '트로트 가수' 데뷔오페라 가수들이 부르는 구성진 '삼박자' 눈길

  •                  “가자 세상아 달리자~” ‘삼박자’로 화제
              미성의 성악가 7인 의기투합, 구수한 '뽕짝 앨범' 출시
     

    오랜 세월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울고 웃던 트로트가 중년을 넘어 젊은층까지 사로잡고 있다.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과 버라이어티 트로트 가수 오디션, 신예의 트로트 여제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등 무대는 물론 예능, TV 드라마 속까지 ‘트로트’가 파고들었다. 그런데 최근엔 트로트에 매료된 미성의 성악가들이 의기투합한 트로트 음반이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현지 국립극장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해온 7인의 남성 성악앙상블 ‘펠리체싱어즈’가 그들. 이탈리아어로 ‘행복’이란 뜻의 형용사인 ‘펠리체(FELICE)’란 이름으로 뭉친 7명의 남성은 ‘삼박자’와 ‘눈꽃빙수’ 두 곡이 담긴 싱글앨범을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말처럼 쉬운 세상이면, 벌써 난 재벌이야”로 시작되는 타이틀곡 ‘삼박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유쾌하게 담겨있다.

    빈 지갑이 왜 이리 무거운 건지 / 한 번의 고비만 넘기면 이 생활 끝날 줄 알았어 (중략) / 가자 세상아 달리자 서러운 가슴이 뜨겁다 / 돌아볼 시간 없어 그냥 가는 거야 (중략) / 인생의 삼박자는 내 차례니까.


    파워풀한 미성으로 부르는 구성진 가락의 ‘삼박자’는 이 시대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힘차게 위로하는 트로트 응원가다. 

    뜨거운 여름 더위를 식혀줄 감미로우면서도 신나는 두번째 곡 ‘눈꽃빙수’는 시원스러운 남성 중창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노래다.

    그녀는 눈꽃빙수처럼 내 맘에 사르르 녹아 / 오늘도 하루 종일 그녀만 생각나게 해 / 기다려왔던 사랑을 말하고 싶어 / 푸른빛 날 부르는 넌 나의 바다야.


    유학파 성악가들로 구성된 펠리체싱어즈가 온오프라인으로 트로트음반을 내게 된 배경은 간단하다. 선배 성악가들로서 후배들이 더 많은 도전과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싶었다고.

    음악대학과 예술대학이 상대적으로 낮은 취업률로 인해 축소되거나 아예 폐강되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솔직히 예술가들의 진로가 굉장히 한정적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리면 많은 가능성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 가요계와 뮤지컬 무대는 이미 성공한 무대. 따라서 더 많은, 실력 있는 음악가들이 진출함으로써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펠리체싱어즈는 보고 있다.

    요즘 연극무대를 보시면, 배우들이 연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 이미 음악극으로 그 주류가 흐르면서 많은 음악가들이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가장이 된 펠리체싱어즈는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노래를 소비해줄 청중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그저 멋진 연주홀에서 멋진 연주를 했다는데 감사하던 때는 지났습니다. 이젠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연주비를 가져다 줘야 합니다. 저희는 유학 생활을 하느라 남들이 경제생활을 할 때 소비만 했고, 뒤늦게 귀국해 30대 중반이 돼서야 경제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저마다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펠리체싱어즈 멤버들은 더 이상 "클래식 연주 시장이 좋지 않다"며 신세한탄만 할 수는 없었다.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죠. 어느 예술이건 소비자는 있다고 봅니다. 성악가가 트로트말고 오페라만 불러야한다고 누가 그랬습니까? 저희는 트로트를 즐겨듣는 애호가들에겐 트로트를 불러드리고 가요를 즐겨듣는 이들에겐 가요를 들려드릴 겁니다. 그리고 뮤지컬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행복’이란 팀명에서도 알 수 있듯, 관객들의 노래로 행복을 전하는 ‘펠리체싱어즈’. 중후하면서도 빼어난 가창력으로 오페라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이들이 폭넓은 트로트 팬까지 껴안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얼어붙은 클래식 시장, 돌파구로 '트로트 연주' 도전
    "멋진 홀에서 연주도 좋지만, 이젠 가족의 생계가 우선"


  • ▲ 테너 박준석      [사진=뉴데일리DB]
    ▲ 테너 박준석 [사진=뉴데일리DB]

    ■ 멤버 소개

    ‘펠리체싱어즈’의 대표인 테너 박준석은 서울대 음대를 나와 이탈리아 베로나와 피렌체에서 국립합창단 생활을 한 정통 성악가다. 또한 거창국제연극제 대상 수상작인 음악극 '카르멘'의 주인공으로 연극을 시작한 이래 '클라운타운', '서울은맑음', '나는배우다' 등에 출연해온 연극 배우이기도 하다.

    박준석은 단순히 노래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관객과 더욱 더 소통하고 함께 공감하는 부분에 주안점을 둔다. 마술과 개그는 기본. 무엇보다도 가사에 충실한, 진실되고 감동적인 무대를 만드는 게 그의 유일한 목표다.

    연세대와 베를린 국립음대를 나온 곽상훈은 어떤 배역도 소화해내는 미남 연기파 바리톤이다. Alexander Girardi 국제 콩쿨 입상의 화려한 경력에 이어 오페라 '카르멘', '라트라비아타'의 주역으로 활동해 온 실력파 성악가.

    독일 최고 명문인 뮌헨 국립음대를 나온 강대준은 드레스덴 국립극장 출신의 자칭 '카리스마 몸짱' 테너. 그리스 아테네 국제콩쿨에서 1등을 거머쥐고 '올해의 테너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성악가다. 오페라 '가면무도회'와 '마탄의 사수'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해 왔다.

    독일 카셀 국립극장의 오페라 가수인 김세환은 대중가요에서 오페라까지 모든 레파토리를 소화해내는 베이스다. 오페라 '라보엠', '마술피리'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해 왔다.

    연극형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신성, 백광호는 아이돌의 몸매에서 터져 나오는 빛나는 고음의 테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오페라 '마술피리', '사랑의 묘약'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안병길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감성적인 음색의 낭만파 가수다. 그가 노래하면 8살 딸이 열렬한 환호를 보낼 정도라고. 이태리 F.Torrefranca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오페라 '토스카'와 '리골렛토'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해 왔다.

    테너 오경근은 움베르토 죠르다노 콩쿨 입상에 빛나는 고음의 차세대 에이스. 이태리 Tito Schipa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오페라 '사랑의 묘약',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주연 배우로 활동했다.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