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평화센터에서 주도한 김대중 전 대통령 5주기 추도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조화를 받으러 오라는 전갈에 한달음에 달려가 조화를 받아온 행위도 굴종적이지만,
그래도 꽉막힌 남북관계를 뚫어보려는 김대중평화센터 나름의 충정이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조화를 받으러 간 행위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받아온 조화를 [레드-카펫] 위에 받쳐서 현충원에 놓을 생각을 했다는 것에는
어안이 벙벙하다.
김정은이 누구인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적국의 수장 아닌가.
호국 영령들이 모셔져 있는 현충원에 가해자의 조화를 갖다 놓을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조화를 놓은 모양새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김정은의 조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와 나란히 좌우에,
전직 대통령들의 조화보다는 오히려 상석(上席)에 배치됐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들의 조화는 맨바닥위에 놓여져 있는 반면,
김정은의 조화만 [레드-카펫] 위에 따로 모셔져 있다. 

[장군님]의 조화를 땅바닥에 둘 수 없다는 북한 위정자들의 뜻까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황스럽고 불쾌하다. 

굳이 조화를 놓아야 했다면 논란을 피할 다른 적절한 방식을 고민했어야 한다.
호국 영령들이 안장된 현충원에 [레드-카펫]까지 받쳐서 현직 대통령과 동급의 위치에,
전직 대통령들의 상석에 김정은의 조화를 배치한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려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전직대통령들은 대한민국의 최고헌법기관이다.
김정은은 대한민국 헌법상 여전히 반국가단체 수괴이다.
김정은에 대한 어느 정도 의전을 생각하더라도,
전직대통령 보다는 아래 자리에 김정은 조화를 배치하는 것이 옳았다. 

지금 김대중평화센터는 호국영령들을 능멸했다는 비판과 함께,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를 모독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실무자의 단순한 실수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수가 아니라면 정확히 설명을 해야 하고,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대중평화센터는 도대체 누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 국민앞에 정확히 밝히고,
사과할 부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2014. 8. 20

국회의원 하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