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동포는 평화-용서-구원의 대상도 아닌 듯
  • 방한 중 아이를 만나 안아 올린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방한 중 아이를 만나 안아 올린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드로가 예수께 물었다.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신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 용서해야 한다' (마태복음 18장 21~22절)

    이 말씀은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낸다.”


    지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떠나기 전
    명동성당에서 있었던 미사를 집전하며,
    한반도에 전한 메시지 가운데 일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께 평화와 화해의 은총을 간구한다.
    이 기도는 한반도 안에서 하나의 특별한 공명(共鳴)을 불러 일으킨다”
    [용서]하라고 한 말이다.

    그런데 누구를 용서하라는 말일까?

    어뢰 기습공격으로 천안함 46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테러집단 김씨 왕조를?
    민간인 거주 연평도에 포격 퍼부은 뒤 “남조선 괴뢰 잘못”이라고 떠들어 대던,
    후안무치 김씨 왕조를?
    300만 명을 아사(餓死)케 하고 사람을 기관총으로 쏴죽이며 호화사치 일삼는,
    패륜 악마집단 김씨 왕조를?
    세계 각지서 수천여 명을 북으로 납치하고도 “그런 적 없다”며 시치미 떼는,
    범죄집단 김씨 왕조를?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우고 폭력을 일삼는 하마스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불법무기 판매상 김씨 왕조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일정을 마치고 떠나기 전까지,
    그에게 일말의 기대를 했었다.
    인간의 권리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짓밟는,
    세계 평화를 해치는 데 혈안이 된,
    김씨 왕조를 향해 한 마디의 문제제기라도 있기를.

    하지만 프란시스코 교황은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결코 형제가 아닌 범죄집단을 향해 
    “잘못한 ‘형제’를 용서하라”
    고 했다. 


    교황 “남북 관계는 형제”…남북 주민들은 형제, 김씨 왕조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태복음 18장 21절을 인용하면서,
    남북 관계를 형제로 비교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는가”
    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명령을 통해
    예수께서는 전적으로 근원적인 무언가를 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하신다”
    “용서야말로 화해에 이르는 문”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은 격언으로 들으면 정말 좋은 말들이다.
    하지만 [종교적 수사] 이상은 아닌 것 같다.

    현실에서 그의 말처럼 했다가는,
    [멸망에 이르는 지름길]
    로 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김정은을 [형제]로 보고 [용서]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 김씨 왕조의 3대 두목 김정은. 그를 '형제'로 여길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될까? [자료사진]
    ▲ 김씨 왕조의 3대 두목 김정은. 그를 '형제'로 여길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될까? [자료사진]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수백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들,
    수천 명이 넘는 납북자 가족들,
    남파간첩과 북한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유족 등
    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김씨 왕조와 북한 주민들을 전혀 별개로 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15년 동안 [자칭 민주화 정권]들이 김씨 왕조에게 수 조 원을 퍼다 주고
    형제애를 발휘해 [끝없이 용서]를 했음에도,
    우리 국민이 그들로부터 돌려받은 것은
    어뢰 기습공격-무차별 포격-각종 비난과 비방-핵무기 개발 및 대남 협박과 위협이었고,
    이산가족과 납북자 가족의 애끊는 심정은 외면한 채
    그들을 [인질]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김씨 왕조를,
    왜 우리가 “아무런 조건 없이, 끝없이 용서해야” 하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묻고 싶다.

    교황은 지난 6월,
    이탈리아 마피아를 [파문]하기 전에 그들에게 뭐라고 했었는가?

  •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에서 불법과 폭력, 악에 대해서는 용서가 없다는 뜻을 계속 밝혀왔다. [사진: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방영화면 캡쳐]
    ▲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에서 불법과 폭력, 악에 대해서는 용서가 없다는 뜻을 계속 밝혀왔다. [사진: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방영화면 캡쳐]

    “당신들이 갖고 있는 돈과 권력은 더러운 범죄로부터 나온 것이며
    이런 피에 젖은 돈을 내세(來世)로 가져갈 수는 없다”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회개하라.
    당신의 부모를 생각해서라도 눈물을 흘리고 회개하라”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6월 22일 이탈리아 남부의 마피아의 본거지에서
    미사를 집전하면서 했던 말도 기억한다.

    “마피아는 악의 숭배자이며 공동 善을 모욕하고 있다.
    모든 마피아 단원은 신과 교감하고 있지 않으며 ,그
    들은 파문됐다.”


    그런데 왜 마피아보다 더한 악행을 저지른
    -300만 명을 굶겨 죽이고 수십만 명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박해하는-
    북한의 김씨 왕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건가?
    혹시 누가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나?

    마피아를 향해 한 말을 그대로 김정은 일당에게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말이다.

    “북한정권 수뇌부(마피아)는 악의 숭배자이며 공동 善을 모욕하고 있다.
    모든북한정권 수뇌부(마피아 단원)는 신과 교감하고 있지 않으며,
    그들은 파문됐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교황’, 좌파에 우호적이라면…?


    무슬림과 무신론자에게까지 친절을 베풀고,
    권위와 체면 대신 빈자(貧者)와 [빼앗긴 자]들의 옆에 서면서
    큰 인기를 얻은 프란치스코 교황.

    카톨릭 신자가 아닌 한국인 대부분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렇게만 본다.

    하지만 바티칸 내부의 권력투쟁 구도에서 보면 어떨까.

  • 한 해외언론이 설명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 [사진: 벨레비젼 보도화면 캡쳐]
    ▲ 한 해외언론이 설명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 [사진: 벨레비젼 보도화면 캡쳐]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 출신이다.

    <예수회>는,
    16세기 군인 출신이었던 성직자 이그나시우스 로욜라가
    스페인에서 설립한 카톨릭 단체다.
    바티칸은 1546년 로욜라의 <예수회>를 인가했다.

    초창기 <예수회>는 [청빈](淸貧)을 내세우는 준군사조직에 가까웠다.
    이들은 카톨릭 선교를 위해 제국들의 식민지 침략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 유명한 영화 <미션>에 나오는 신부들이 바로 <예수회> 소속이다.

    이와 함께 개신교(프로테스탄트)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
    종교재판-이교도 고문과 같은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20세기 중반부터 <예수회>는
    남미 지역에서 유행한 해방신학을 발전시키고 전파하는 주역이 됐다.

    80년대 엘살바도르 군부에게 암살당한 피터 마이어 신부,
    군부 정권에 맞섰던 로메로 대주교 등이
    <예수회> 회원이었다.
    이들은 해방신학을 신봉했던 카톨릭 성직자로 알려져 있다.

    [청빈](淸貧)을 내세우는 단체답게 [무산(無産)계급]을 도우려 했다고 설명하지만,
    냉전의 세계질서와 연결돼 결국 [반공주의]와 대척점에 서게 됐다.

    이들에 반대하는 단체가 바로 <오푸스 데이>였다.
    1984년 우리나라를 찾았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트 16세 등이
    <오푸스 데이>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8년 호세 마리아 에스크리바 신부가 설립한 <오푸스 데이>는
    [무신론자]인 공산주의자와의 전쟁을 위해 [반공주의]를 신봉했다.

    <오푸스 데이>는,
    폴란드 태생의 반공주의자 요한 바오로 2세의 도움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푸스 데이>는,
    나중에 비밀주의와 엘리트주의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고,
    지향점이 정반대인 <예수회>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0년 동안 바티칸에서 [온갖 권세]를 누리던 <오푸스 데이>를 제치고 등장한
    [예수회 대리인]이라는 게 카톨릭 내부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지난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회>가 설립한 서강대를 깜짝 방문해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예수회> 소속 신부들에게 했던 발언을 보면 이해가 쉽다.

    “여러분은 지금 최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마지막 모험까지 다 채운 사람들이다.” 


    제주해군기지 반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문규현 신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있다.

    “15일 밤에 한국 예수회 형제들을 찾아주신 교종.
    특히 강정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다 구속-연행-부상-재판 등을 당해온
    강정 예수회 공동체 신부님들과 수사님을 격려하셨답니다.”


    프란시스코 교황의 방한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지금까지 <정의구현사제단>에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카톨릭 신부들이
    대부분 <예수회> 소속임을 보면,
    그들이 왜 북한 인권과 김씨 왕조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무신론자에게 “양심을 따르라”던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양심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나라 전체가 떠들썩한 모습에 반감을 가진
    일부 개신교도들은,
    “2차 대전 때 나치에 협력하고,
    대량학살당한 유대인의 재산을
    몰래 스위스 은행으로 빼돌린 게
    카톨릭 교회”
    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나치의 만행과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에 침묵한
    바티칸의 [불편한 진실]을 꼬집은 것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이탈리아의 무신론자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신의 자비에는 한계가 없다. 양심을 믿으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방영화면 캡쳐]
    ▲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이탈리아의 무신론자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신의 자비에는 한계가 없다. 양심을 믿으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방영화면 캡쳐]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정말 실망스러운 것은
    그가 다른 나라에서 보여준 [인간에 대한 관용과 연민]이
    한반도 북쪽에 대해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3년 이탈리아 언론인 에우제니오 스칼파리노가
    신문 지면을 통해
    “신은 자신을 믿지 않는 이들도 용서하는가”라는 공개 질문을 던지자,
    “신의 자비에는 한계가 없다.
    신앙이 없으면 양심을 따르면 된다”

    답했던게 교황이다.

    2013년 5월에는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매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데도

    고상하게 신학만 논하는 신자가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
    라고
    일갈했던게 교황이다.

    그런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왔다면,
    “수백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북녁땅에서 매일 인권탄압으로 고통받는데도

    고상하게 신학만 논하는 신자가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
    라고
    일갈해야 하는 것 아닌가?

    휴전선에서 불과 50km 떨어진 서울까지 와서
    철조망 뒤에서 굶주림과 독재의 공포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그는 왜 단 한마디로 안하고 돌아갔을까?

    그렇게 침튀겨가며 역설한 [평화]와 [구원]과 [사랑]의 대상에서
    북녁땅 우리 동포는 열외라면,
    할 말 없을 뿐이다.

    그 위선에 속이 뒤틀려 역겹기 그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