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정책(西進政策) 교두보 마련, 외면당한 새정치 호남까지 균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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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6.4지방선거부터 불안했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고개를 떨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지지율 하락을 붙잡지 못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니총선급이었던 7.30재보선은 새누리당이 15곳 중 11곳을 승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지역 4곳 중 1곳을 뺏기는 굴욕을 당했고, 수도권 6곳 중에서도 1곳만 겨우 건졌다.

    당선 의석수로만 봐도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다.

    재보선 지역구로 나온 15곳 중 당초 새누리당이 가지고 있던 지역구는 9곳.
    민주당은 5곳, 통합진보당이 1곳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은 2석을 더 늘리며 국회 의석 과반 유지는 물론, 향후 정국을 주도할 충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된 나경원 후보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 정재훈 기자
    ▲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된 나경원 후보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 정재훈 기자

    특히 최대 분수령이었던 서울 동작 을, 전남 순천곡성에서 승리를 거둔 새누리당이 얻은 수확은 적지 않다.

    반면 야합이란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야권 단일화를 이룬 서울 동작을과 손학규, 김두관 등 대권주자급을 내보낸 수원병과 김포에서 패배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조기 전대론을 각오해야 할 처지에 처했다.

    반대로 당대표 취임 한달도 안된 김무성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권 심판론을 극복한 것은 물론, 복심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사상 최초로 전남 지역 국회의원으로 만들면서 레임덕 우려를 불식시킬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성과는 새누리당이 전남에서 첫 지역구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또한번의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 안팎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텃밭인 호남에서까지 균열이 생긴다면 자칫 당붕괴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분위기다.

    반대로 호남 두자리 득표율도 어려웠던 새누리당에게는 서진정책(西進政策)의 교두보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 ⓒ 자료사진
    ▲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 ⓒ 자료사진


    @ 완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를 시작한지 불과 보름된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 승리가 어느때보다 값지다.

    억지에 가까웠던 야권 단일화 카드를 무력화 시켰고, 소선구제 개편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전남 지역구 국회의원을 탄생시켰다.

    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전남 군산 지역에서 당선됐던 1996년 강현욱 전 의원이 2000년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고 전북도지사까지 지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호남 첫 국회의원이다.

    새누리당에게는 우선 박빙이 점쳐졌던 동작 을에서 승리를 결정지은 나경원 당선인의 역할이 컸다.

    노회찬 야권단일후보(정의당)가 박근혜 정부 심판을 선거 전략으로 들고 나왔던 만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부터 세월호 참사 정부 책임론까지 이어온 야권의 대선불복 의지는 더이상 힘을 얻기 어려워졌다.

    또 한때 친이계로 분류된 나경원의 귀환은 친박계 견제 속에 당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김무성 대표에게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 입장에서도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놓친 금배지를 다시 찾는 것과 동시에 당내 유일한 3선 여성 의원으로 유력 여성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분수령을 맞게 됐다.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 연합뉴스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 연합뉴스


    @ 참패 새정치민주연합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보다 최악일 수가 없는 상황이다.

    호남 3지역을 제외하고는 수원정에서 신승을 거둔 박광온 후보만 겨우 당선인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대권주자급인 손학규 후보도 남경필 경기도지사 지역구에서 정치 신인인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에게 덜미를 잡혔다.

    친노계 김두관 후보도 인지도만 믿고 연고도 없는 김포에 나섰다가 홍철호 새누리당 후보에게 참패를 당했다.

    공천 잡음이 계속됐던 광주 광산을은 권은희 후보가 당선됐지만, 승리의 빛이 바랬다.

    광주 광산을은 22.3%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이면서 유권자들에게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임기를 7개월이나 남긴 김한길 안철수 대표는 불명예 퇴진이란 단어가 실감난다.

    특히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윤장현 광주시장을 전략공천하는 등 공천잡음 전적이 있는 안철수 대표는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위협받게 됐다.

    차기 대권주자에서 당분간 이름이 사라질 손학규 김두관 후보와 함께 안철수 대표도 [유력 대권주자]에서 최소한 '유력'이란 단어는 떼야할 형편이다.


  • 7·30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새누리당 전남도당 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 7·30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새누리당 전남도당 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 혁명 이정현, 그리고 朴대통령

    무엇보다 놀라운 결과는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의 전남 순천곡성에서 일궈낸 승리다.

    당초 장렬한 전사가 예측된 이정현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강점과 특유의 뚝심으로 불가능했던 호남 지역에 여당의 첫 깃발을 꼽았다.

    특히 이정현 후보의 출신지인 곡성은 순천의 1/9에 불과한 인구수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했었지만, 투표 결과 곡성은 61.1%라는 높은 투표율로 이 후보의 당선을 견인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호남의 첫 승리는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과히 혁명이라 할 만하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가장 큰 분수령인 호남의 지지율을 끌어낼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지지율이 휘청거렸던 박근혜 대통령은 복심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화려한 귀환으로 기사회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재보선을 완승으로 이끈 비박계 김무성 당대표의 독주에 어느정도 권력의 균형추를 이룰 수 있게 된 것도 의미가 깊다.

    자칫 여당 주도권으로 흐를 수 있었던 하반기 국정운영을 여전히 '대통령 중심'으로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 박원순 서울시장 ⓒ 자료사진
    ▲ 박원순 서울시장 ⓒ 자료사진


    @ '싱긋' 박원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유력 대권주자 몰락으로 재보선에서 한발 빠져있던 또다른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의원은 싱긋 웃을 수 있게 됐다.

    비록 당은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대권을 노리는 이들에게는 라이벌들의 침몰은 속으로 웃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특히 자신을 서울시장으로 만들어준 안철수 공동대표가 휘청거리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는 더욱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문재인 의원도 이번 선거에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같은 친노계열인 김두관 후보나 정치경력상 선배인 손학규 전 대표가 주저 앉은 것이 나쁘지만은 않은 구도다.

    지난 대선 패배의 멍에를 씻는 한편, 친노계 유일한 대권 후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