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힐링'이 대세다. '힐링'푸드, '힐링' 프로그램, '힐링'운동 '힐링'요가 '힐링' 학원 같은 것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의 사람들은 병들어 있다는 반증일 터.

    TV의 역할이 예전엔 '정보 전달'이나 '재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자극적인 소재들이 넘쳐나는 경향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자극적인 것에 물든 사람들은 조금 더 자극적인 것을 찾고, 그  자극에는 내성이 생겨 그보다 더 큰 자극이 아니면 별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기에 그 현상은 더 심화된다.

    속도가 너무나 빨라지고, 너무나 짧아졌다. 아이돌 그룹은 나오기가 무섭게 한 1~2주 가량 차트를 점령하다 언제 나왔냐는 듯 사라진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져 무서울 정도다.

    자극적인 소재는 처음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다. 그러나 '성'적인 것이나 '자극'적인 주제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특별하고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와는 반대 현상으로 사람들을 흐뭇하게 하고 쉬어갈 수 있게 하는 '힐링' 프로그램도 많이 생겨나는 것이 사실이다. 방송가 사람들 만큼 트렌드와 시청자의 니즈에 예민한 사람들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출사표를 던진 프로그램이 있다. '매직아이'다.


  • '매직아이'는 시청자들이 보내온 사연을 중심으로 그 사연을 모토로 하여 그 주제를 사회 현상에 까지 귀결시키며 그 심각성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9일 저녁 방송된 SBS '매직아이'는 '외모지상주의'를 주제로 MC들과 패널들이 토크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은 정신과 의사 김현철씨와, 방송인 헨리· 홍석천씨가 패널가 패널로 자리했다.

    이날 방송 토크에서 MC와 패널들은 먼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사회분위기를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 스스로도 그렇고 외모를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도 짚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유독 사람들의 '이목'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사회 풍토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은 개인주의가 심해서 남이 뭘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사람들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을 더 심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살다온 방송인 헨리는 우리나라에 즐비한 지하철 성형외과 광고 간판 같은 것을 캐나다에서는 한번도 본 적조차 없다고 했다.

    이어 '요즘 캠퍼스는 구토 중?'이라는 주제를 통해 대학생들이 살 찌는 것 때문에 마음껏 먹지 못하고 다 게워내는 '섭식 장애'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요즘 20대 들이 다이어트 때문에 제대로 먹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져 20대 결핵(영양소가 모자라서 걸리는 병) 환자들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것도 '외모지상주의'와 맥락을 같이 하는 현상이다. 또한 우울증 환자의 경우 못 먹어서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인 김현철 씨는 자신이 치료했던 '섭식 장애' 환자를 예를 들면서 어떤 환자의 경우에는 먹고 난 후 먹은 것을 토해 내기 위해 손가락으로 넣어서 게워내 손가락에 흉터가 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럴 경우, 위산이 입으로 나와 치아가 녹거나 빠지거나 잇몸도 약해져서 임플란트도 불가한 상태까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원래 다이어트는 '식이요법'이다. 건강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다이어트인데, 지금 20대 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멀쩡한 건강을 헤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이들은 이외에도 가슴이 작아서 고민인 여성, 탈모라서 고민인 남성의 사연, 눈썹이 거의 없어서 고민인 사연 등에 대한 토크를 나누었다.

    사실, 누구나 하나 이상의 컴플렉스를 갖고 있다. 그것이 심할 경우 하루 종일 그것에만 집작하는 중독 현상까지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치부를 숨기고 없는 척, 안 그런 척 하는 분위기가 조성 돼 있기에 '다른 사람들은 다 멀쩡하고 행복한데 나만 이렇게 못났을까' 생각하면서 자기애를 갖지 못하고 더 우울해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인 것도 이러한 사회 풍토에 기인한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누구나 다 남모르는 고충이 있는 거구나' 생각하면서 방송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위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 특히 이효리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다. 방송인 이효리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섹시 아이콘으로 군림하며 '여성들의 워너비'의 표본이 되길 원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방송에 나온 소위 소길댁 '아줌마' 이효리는 180도 바뀐 모습이라 놀라웠다.

    그녀는 이날 방송에서 "외모 중독에는 연예인의 책임도 크다"고 말하며 한 번은 속옷 광고 화보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 화보를 보고 댓글을 단 누군가가 "이효리랑 동갑인 주부인데 어떻게 이효리는 앉아도 뱃살이 하나 안 접히냐, 저는 뱃살 때문에 너무 고민이 돼 죽고 싶은 지경"이라는 댓글을 접하고는 "이것은 연예인으로서 너무 무책임 한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포토샵을 하지 않은 원래 사진을 올리고 싶었는데 뱃살이 문제가 아니라 다리가 너무 짧은 거예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한테 쪽지 보내시면 포토샵 전 사진 보내드릴게요" 라고 영상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효리는 눈 밑에 한관종이라는 물 사마귀 같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아직까지도 완치가 불가능하며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피부 질병인데, 인터넷 한관종 관련 까페를 보니 자신은 '한관종 여신'이 돼 있더라며, 사람들이 "이효리도 저러고 사는데"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면 변화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물론 '매직아이'의 이번 주 주제가 '힐링'에 도드라져 보인 것은 있다. 그동안 다루었던 주제들은 '살아보니 결혼조건' 등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보이는 토크도 많았다. 그러나 이효리, 홍진경, 문소리라는 '세상 풍파 많이 겪은 것 같은' 걸출한 아줌마들이 앉아서  솔직하고 거침없은 토크를 이끌어 나가는 한, 시청자들이 보면서 자체적으로 받는 '위로'와 '힐링'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 같다.

    [사진=SBS '매직아이'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