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신뢰와 '철저한 자기관리, 아버지를 조심스레 추천하고파"
  • ▲ 29일 경기 김포 보궐선거 홍철호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홍철호 후보와 그 아들 홍원섭 씨 ⓒ정도원 기자
    ▲ 29일 경기 김포 보궐선거 홍철호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홍철호 후보와 그 아들 홍원섭 씨 ⓒ정도원 기자

    7·30 김포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16일. 빽빽히 사람들로 들어찬 공간은 무척이나 무더웠다. 사무소 한켠에는 젊은 청년이 등이 땀으로 흠뻑 젖은채 연단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단순히 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보기 드문 젊은이라 눈에 띈 것이 아니었다. 후보자의 가족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자 비로소 깨달았다. 그가 홍철호 후보와 닮았기에 눈길이 머물렀음을.

    그렇게 처음 만났던 홍철호 후보의 아들 홍원섭(22)씨를 29일 선거사무소에서 다시 만났다. 아버지의 유세를 많이 다녔음인지 피부는 한결 더 까무잡잡해져 있었다.

    그 사이, 우리 선거에서 '후보자의 자녀'가 차지하는 지위는 많이 달라졌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아들이 인터넷에 올린 '지지 호소' 글에 힘입어 좌파 교육감이 서울을 장악했음에 고무된 것일까. 이번 7·30 재·보궐선거에는 야권 후보자의 아들과 딸들이 "효도를 하겠다"고 자처하며 우후죽순처럼 인터넷 공간으로 나섰다.

    김포에서 출마한 상대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의 아들 김도완 씨도 25일 유명 축구 커뮤니티에 아버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아드님도 트위터 같은 것 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홍원섭 씨는 "SNS는 가볍다"고 답했다. 뜻밖이었다. 후보자의 아들로서 그가 이번 선거에 임하는 느낌을 좀 더 들어봤다.

     

    ◆"후보자 자녀의 인터넷, SNS 선거운동은 초고를 대중 앞에 내놓는 셈"

    지방선거 때 시작돼 재·보궐선거에서 유행처럼 번진 '후보자 자녀의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해 홍원섭 씨는 "나도 고승덕 후보 딸의 글을 봤고, 조희연 후보 아들의 글도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씨는 "SNS는 가볍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중을 향해 어떤 글도 올릴 수 있고, 어떤 말도 할 수 있는데 출처를 밝힐 필요도 없고 책임도 질 필요도 없는 것이 무책임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홍 씨는 "책으로 비유하자면 SNS는 초고(草稿)를 그대로 내놓는 셈"이라며 "바로 쓴 글을 어떻게 많은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있는지, 그런 것은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과연 가볍다. 선거 기간 중 아버지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던 좌파 교육감의 아들은 어떤가. 선거가 끝나고 아버지가 '서울대 폐지론'의 입장에 있다고 한 매체에 보도됐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그아들에게 동문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선거 때와 달리 그는 편리하게 귀를 막고 입을 닫고 있다.

    '랜선효도'를 자처하고 나선 야권 후보들의 자녀는 어떤가. 수원정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들이 '야합(野合)'하자 놀랍게도 '효자' '효녀'들도 단일화됐다. 과연 이들은 애초에 얼마나 신중히 생각하고 인터넷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던 것일까.

     

    ◆아버지처럼 묵묵히 발로 뛰며 유권자 말씀 듣고 다녀

    트위터 등 SNS로 선거운동을 하는 대신 홍원섭 씨는 선거운동기간 동안 묵묵히 어르신들을 만났다.

    아버지인 홍철호 후보가 한강신도시 지역을 돌아다니는 동안 아들 홍 씨는 5개 읍·면 지역을 다녔다. 홍 씨는 "발로 뛰며 여러 사람을 만나는 값진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읍·면 지역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한참 어린 홍 씨를 귀여워해주면서도 자신들의 당부가 꼭 후보인 아버지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홍 씨는 "대중교통에 대한 지적도 많이 하셨고 '국회의원이 되서도 낮은 자세로 임해달라'는 당부 말씀도 많았다"며 "사람들이 정치인에 대해 거는 기대, 그리고 생각하는 바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 홍철호 후보가 '융단폭격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유권자를 만나 공약을 설명하며 지지세를 넓혀가는 것처럼 아들 홍 씨 또한 SNS보다는 발로 뛰는 것으로부터 보다 많은 것을 얻은 셈이다.

     

    ◆아들이 닮고 싶은 아버지의 존경할 점은…

    홍원섭 씨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항상 닮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포에서 홍철호 후보는 전문대 축산학과를 나와 농장 잡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음에도 큰 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입지전적인 성공 스토리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들 홍 씨가 아버지를 존경하고, 닮으려고 하는 것은 '사업적 성공' 때문은 아닐 것이다. 과연 홍 씨가 닮고자 하는 아버지 홍철호 후보의 존경할 지점은 어디일까.

    홍 씨는 "아버지는 사업을 하면서도 사람을 경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업으로 만난 관계더라도 전폭적으로 믿고 끝까지 함께 끌어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사람 그 자체로 믿고 좋아하는 모습을 닮고 싶다고 한다.

    철저한 자기관리도 언급했다. "아버지가 새벽 6시 이후에 일어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홍원섭 씨는 회상했다. 그가 지켜본 아버지는 저녁 약속이 없으면 9시 뉴스를 본 뒤에 항상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사업 관계로 술을 많이 드시고 들어온 날에도, 그 다음날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신 적이 없다"는 것이 홍 씨의 말이다.

     

    ◆'사람을 끝까지 믿는' 홍철호 후보의 장점, 아들에게도 일관돼

    홍원섭 씨가 아버지를 믿고 존경하는 만큼이나 홍철호 후보도 아들을 묵묵히 믿었다. 홍 후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아들에게도 일관됐던 셈이다.

    홍 씨는 "아버지가 단 한번도 '성적을 올리라'거나 '일정 점수 이상을 맞으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홍 씨가 재수를 하게 돼 1년에 8번만 휴가로 나올 수 있는 기숙학원에 들어갈 때에도 성적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다. 기숙학원에 들어가는 아들을 배웅하며 아버지가 당부한 말은 "학원에도 반장이 있으면 반장을 해보라"는 권유 정도였다. 성적 향상이 지상과제인 대입기숙학원에 들어가는 아들에게도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당부했던 아버지다.

     

    ◆부전자전, 아들도 아버지의 신중함 '말보다 실천을 중시'하는 태도 닮아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한다. 아들을 보고 그 아버지를 알 수도 있다. SNS로 대중 앞에 말을 쏟아내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홍원섭 씨의 신중함은, 실천할 수 있는 공약만을 약속하는 홍철호 후보의 신중함을 꼭 빼닮았다.

    홍원섭 씨는 "트위터로 효도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잘 못하기도 하고 페이스북 아이디도 없다"며 "선거는 발로 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대 후보를 네거티브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날까를 생각하는 홍철호 후보의 고민 지점을 그 아들로부터 읽어낼 수 있었다.

    홍 씨는 "기사화된 내용이나 사업적으로 이뤄낸 업적으로 아버지를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며 "저는 아들로서 아버지께서 가정에서 보여주신 모습, 아들에게 보여주신 행동들로 감히 아버지를 추천하고자 한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그는 "아버지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시더라도 항상 믿고 의지하겠다"며 "상당히 어리기만 한 저이지만, 제 말을 통해 아버지를 더 잘 알아봐주실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