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류품을 보고도 사체가 유병언일 수 있다는 의심도 안 해본 경찰.

    은신처인 별장을 급습해 놓고도 통나무 벽 안에 숨은 유병언을 발견 못한 검찰.

    사체 발견 40일 만에 지문 검식에 성공한 경찰.

    "외관상 타살 흔적이 없다"며 타살 가능성을 일언지하에 일축한 경찰.


    대한민국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과 검찰의 '무능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이미 사망했음에도 구속 영장을 재청구하는가하면, 별장에 숨은 유병언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등 수사 기관의 '본헤드 플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초동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이 경질되는 등 수사 지휘체계에 변화가 생겼지만 24일에도 경찰의 이어없는 실수는 계속됐다.

    이날 경찰은 "오전 10시쯤 전남 순천 송치재 가든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서 유병언 전 회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특히 "아직 유병언 전 회장 소유의 안경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발견된 안경과 현장 사진을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이는 해당 안경이 유병언 전 회장의 것일 것이라는 '심증'이 있었기에 가능한 처사였다. 만약 근거가 미약해 안경 소유자를 가늠하기 어려웠다면 이처럼 대대적으로 언론에 핵심 증거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경찰은 '해당 안경을 유병언 전 회장의 것으로 추정한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외견상 흠집은 없었고, 눈이 나쁜 사람이라면 누구나 착용할 수 있는 안경"이라고 애매모호한 대답을 내놨다.

    '유병언 안경' 발견.."알고보니 다른 사람 안경"
    물증도 없이 언론 공개 "희대의 촌극"


    이같은 궁색한 해명은 되레 네티즌의 의혹을 가중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경찰이 공식 브리핑 이후 추가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자, 네티즌들은 안경의 '종류'와 '상태' 등을 거론하며 "유병언 전 회장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일단 "경찰이 밝힌대로 '외견상 흠집이 없다는 점'이야말로, 해당 안경이 유 전 회장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증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정황상 유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부터 풀밭 위에 나뒹굴었을 안경이 이렇게 깨끗할 수는 없다는 게 이들 네티즌들의 논리다.

    실제로 시신이 80% 가량 섞어 문드러질 동안 안경만 깨끗한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안경이 발견된 장소는 이미 경찰이 2~3차례 수색을 마친 곳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인근 주민 서모씨는 24일 "방송화면에서 바라본 안경이 새것처럼 깨끗해 보였다"면서 "이는 유 전 회장의 것이 아니라, 어제 굿을 하러 온 사람들이 놓고 간 안경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씨에 따르면 전날(23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안경이 발견된 위치 인근에서 '굿판'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는 이날 7~8명의 무당이 2시간 정도 굿판을 벌인 사실을 거론하며 "이들 중 한 명이 깜빡 잊고 안경을 놓고 간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씨는 "6월 10일경 과수원 주인이 예초기로 풀을 베고 매실을 수확하느라 밭 전체를 살펴봤을 텐데 안경이 그렇게 깨끗한 상태로 발견됐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네티즌들은 발견된 안경이 평소 유 전 회장이 쓰던 안경과는 다소 차이점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유 전 회장은 반무테 안경을 주로 썼으나 이날 경찰이 공개한 안경은 '뿔테 안경'이었고, 유 전 회장이 평소 돋보기 안경을 착용했던 것과는 달리 발견된 안경은 '난시 시력 보정용 안경'이었다는 게 네티즌들의 주장.

    [사진 = 연합뉴스 / '유병언 안경' 발견 촌극 / 유병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