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책임정치 사라지고 철수정치만 남아"
  •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가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후보직 사퇴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가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후보직 사퇴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오른팔 격인 기동민 후보가 전격 사퇴했다. 

    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던 기동민 후보는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중도하차 의사를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사퇴 의사가 없다던 기동민 후보다.
    그가 왜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히게 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야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인식은 같이 했으나 누가 단일후보가 될 것인가를 놓고 그동안 갈등을 빚어 왔다. 

    앞서 지난 22일 노회찬 후보는 24일까지 단일화에 대한 성의있는 행동이 없을 경우 "사퇴하겠다"며 기동민 후보를 집요하게 압박했다. 인지도 부분에 있어선 노회찬 후보가 기동민 후보를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다. 

    기동민 후보 입장에서는 동작을 선거가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시장 간의 2차전 성격으로 비춰진 측면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정치 신인인 자신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다음 정치행보마저 확보되지 못할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오른쪽)와 박원순 서울시장.ⓒ 정상윤 기자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오른쪽)와 박원순 서울시장.ⓒ 정상윤 기자



    기동민 후보의 사퇴로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전략공천은 명분을 잃었고, 그에 대한 당내외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작을 지역에서 이뤄진 야합(野合)을 통해 안철수 공동대표는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안철수 대표가 최근 자신을 제치고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수족이 원내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해버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또 안철수 공동대표로서는 노회찬 후보에게 진 정치적 빚을 갚은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4월 재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 노회찬 후보로부터 정치적 원한을 산 바 있다.

    당시 노회찬 후보는 안철수 대표를 겨냥해 "가난한 집 가장이 왜 집안 식구들 먹는 걸 빼앗으려고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이번 단일화로 안철수 대표가 노회찬 후보에게 빚을 갚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동작을 후보 단일화 행태에 대해 "야합으로 유권자를 우롱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함진규 대변인은 이날 기동민 후보의 사퇴 발표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패륜공천이란 내부 반발을 샀던 전략공천 파동의 진원지 동작을에서 또 다시 국민을 우롱하는 야합이 이뤄졌다"고 맹비난했다.

    함진규 대변인은 "'정당정치' '책임정치'는 사라지고 '선거정치' '철수정치'만 남았다"며 "표만을 위한 야합, 꾼들에 의한 짝짓기로 드러난 배반의 정치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동작을의 포기로 수원에서 단일후보의 대가를 얻어내는 숨은 뒷거래가 남아 있는지 지켜보겠다"며 "명분없고 정당정치를 포기하는 뒷거래가 있다면 길거리에서 엿바꿔먹는 행태나 다름없을 것임을 국민들께서 깨닫게 해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함진규 대변인의 브리핑 직후 약 2시간여 만에 수원정(영통) 지역에선 정의당 천호선 후보가 사퇴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새누리당은 동시에 야권단일화가 다른 지역로 확대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윤상현 총장은 이날 "야권연대의 진짜 목표가 수원에 맞춰질 수 있다고 본다"며 "수원 영통(수원정)을 거쳐 팔달(수원병)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나눠먹기식 야합이 확대될 조짐이 있다고 본 것이다. 

    송호창 새정치연합 전략기획위원장은 2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만약 (단일화로) 동작을에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나오고, 수원정에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가 나오기로 정의당과 합의를 했다면 (나눠먹기식 야합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