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 이제는 됐다...”
    “교주님을 죽게 만든 대통령은 하야하라!”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전남 순천의 송치재 휴게소 인근 밭에서 발견된 시신이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유씨에 대한 검경의 2개월 넘는 검거 작업은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됐다...”(7월 22일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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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화들짝 잠이 깼다. 아직 이른 새벽. 보좌관이다.
    “뭐라고 교주님이 죽었다고, 시체로 발견됐다고, 고〜뤠〜”
    그리고 잠시 후 “휴〜” 안도의 한숨이 무의식적으로 나온다.
    이제 됐다. 그 동안 뒷머리가 스멀스멀했는데...
    이 나라 구개이언(口開異言)님 해 먹기 참 어렵다. 신경 쓸 일도 많고...

      구개의사당(口開議死堂)까지 가는 동안 잠시였지만 차(車)안에서 오랜만에 깊은 단 잠을 잤다. 차에서 내려 의원회관에 들어서니 이 방 저 방에서 “휴〜” 소리가 흘러나온다.
    보좌관의 보고를 들으면서 표정을 고쳐본다. 잘 됐다는 표정을 얼굴에 조금이라도 비치면 사악한 기자(記者)들이 금방 알아차릴 테니... 세월인지 네월인지 바닷물 속에 처박고 있는 꼴을 보고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마나 신경을 썼던가. 화장실에 들어가 비로소 환하게 웃어본다.
    올해는 화장실에서 웃을 일이 많네. 구개의사당 화장실이 푸세식이었으면 그것도 큰일일 뻔했다.

      그 놈의 영감탱이 왜 ‘교주님의 골프채’ 얘기는 해가지구. 물론 떠돌아 다니는 글이니 그 영감이 한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나만 받은 것은 아니고, 절대 비밀로 한다고 했지만 왠지 찜찜했었다. TV좃선 인지 뭔지 하는 종편방송의 ‘낭만놀객’인지 뭔지 하는 프로에 출연해서 헛소리나 지껄이는 주제에, 아니 지깟게 뭔데 구개이언님들이 교주님으로부터 천만원짜리 골프채를 받아먹었다고 까발리나. 이 통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큰 소리 한 번 제대로 치지 못했다. 이래저래 나의 주가를 높일 수 있는 참 좋은 기회였는데 말이다. 그저 늙으면 죽어야 돼. 그 놈의 영감탱이 자유민주주의네 의회주의네 하며 건방진 소리를 해대는 꼴이라니... 나이로 봐서는 나무코트 맞출 때도 됐는데... 
      
  헌데 이제 교주님이 죽었다니, 말 못하는 시체로 발견됐다니... 드디어 내가 힘을 쓸 때다.
점심시간에 기자들 불러 놓고, 우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근사하게 이른바 ‘엣지있게’ 한 마디 날리고. “이제 대통령이 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단식 농성중인 유가족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보내겠지.
그 다음에는 엄숙하고 진지하게 ‘˟씹은’ 표정을 해가며 “교주님을 산채로 잡지 못하고 그 동안 뭐 했나?”며 검찰과 경찰을 한 바탕 질책한 후, ‘야한 얘기’로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 음모(陰毛)론이다. “교주님의 죽음은 공권력에 의한 타살(他殺)이다. 산채로 잡으면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이 현 정권, 특히 청와대에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만큼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신출귀몰(神出鬼沒) 옮겨 다니며 멀쩡했던 교주님이 왜 자살을 하느냐. 교주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한다!”
언론에서 확실하게 뜰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점심에 마신 반주로 얼굴이 기분 좋게 화끈거린다. 구개의사당 잔디밭을 보니 불현 듯 골프채가 떠오른다. 허 참, 그 좋은 골프채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썩힐 뻔 했네. 장마가 걷히고 더위가 수그러들면 필드에 나갈 생각을 하니 저절로 힘이 난다. “나이스 샷!”, “굳 샷!”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표정 관리는 철저히 해야 한다. 

  의원회관 방에 들어오니 보좌관이 기다리고 있다. “검찰 쪽에 알아 봤더니 이제 교주님 아들을 집중적으로 추적할거랍니다. 국민들 시선도 있고 하니 당연히 그러지 않겠습니까.”
아차, 교주님의 아들이 있었네. 반주 기운이 확 날아간다. 갑자기 답답해 오는 가슴을 억누르려 창문 밖을 바라본다. 한강이 소리 없이 유유히 흘러간다. 저 강은 흘러서 오대양(五大洋)으로 가겠지. 그놈의 교주님 아들도 한강물 흐르듯이 유유히 이 망할 놈의 나라를 빠져나갔으면... 다시 뒷머리가 스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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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목격자들의 증언도 앞뒤가 안 맞을 수가 있는 반면, 음모론은 앞뒤가 딱 맞아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더  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언론사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에 대하여 다음의 통합 정정 및 반론보도를 게재합니다.


1. 구원파가 오대양사건과 관련 있다는 보도에 대하여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은 1987년과 1989년 그리고 1991년 검경의 3차례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단 및 유병언 전 회장과 관련이 없음이 밝혀졌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검에서 공문을 통해 관련이 없음을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2.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의 유병언 전 회장 지위 관련 보도에 대하여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유족 측은 "유병언 전 회장은 교주도 총수도 아니며, 유병언 전 회장은 1970년대 극동방송국 선교사들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목회 활동을 한 사실은 없으며, 기독교복음침례회는 평신도들의 모임으로 목사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3.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의 5공화국 유착설 보도에 대하여
유병언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는, 5공화국 및 전두환 전 대통령, 전경환씨 등과 유착관계가 없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검에서 공문을 통해 이를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4. 유병언 전 회장의 50억 골프채 로비설 보도에 대하여
유병언 전 회장이 사돈을 동원하여 50억 상당의 골프채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지난 10월 검찰은 "해당 로비설은 사실이 아니고 세모도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회생했다"고 확인해 줬습니다.


5. 유병언 전 회장의 개인 신상 관련 보도에 대하여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유족 측은, "유 전 회장이 해외 망명이나 밀항을 시도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며,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실소유주가 아니며 2,400억 재산의 상당부분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영농조합 소유"라고 밝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언론사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법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사건을 여론재판으로 끌어간 세월호 사고 관련 보도 행태를 돌아보고, 법치주의 국가로서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