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증차는 박원순도 반대... 대학 유치는 실정법 배치
  • ▲ 경기 김포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와 문재인 의원이 김포 장기동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정도원 기자
    ▲ 경기 김포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와 문재인 의원이 김포 장기동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정도원 기자

    경기 김포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가 네거티브 공세에만 열중하는 것은 공약의 빈곤함 때문이 아닐까.

    김두관 후보가 내세운 공약 대부분이 이미 한 달여 전에 끝난 6·4 지방선거에서 다 정리된 쟁점인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받고 있다.

    김포는 한강신도시를 통해 인구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교통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지역의 최대 현안은 대중 교통 문제다.

    김두관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김포~서울간 버스 노선 확대와 증차 및 도시철도 예산 국비 확보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광역버스는 더 이상 증차할 여력이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버스전용차로 용량의 포화에다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되는 승객으로 버스 회사의 적자만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심지어 같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역버스의 서울 진입을 줄이기 위해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차량에 '요금'을 부과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다. 같은 정당 소속의 지방자치단체장과도 손발이 맞지 않으니 공약의 현실성이나 추진 가능성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평가다.

    도시철도 예산 국비 확보는 6·4 지방선거 때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문제를 두고 새정치연합 유영록 김포시장과 새누리당 신광철 후보가 토론까지 벌인 바 있다.

    여기에 소요될 예산은 LH가 김포 한강신도시의 택지를 분양할 때 받은 도시철도 건설 부담금을 포함, 1조 2,000억 원을 조성했으며, 김포시는 시 예산으로 3,8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모두 1조 5,800억 원이 조성된 상태다.

    문제는 이 돈이 모두 김포 시민의 지갑에서 나왔다는 점. 시 예산은 말할 것도 없고 LH가 조성한 비용도 결국 김포시민들이 낸 분양대금의 일부라 한강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민이 낸 돈이나 마찬가지다.

    유영록 시장과 신광철 후보는 이 문제에 공감하면서, "당선될 경우 국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리고 6.4 지방선거에서 유영록 시장이 재선됐다. '공약 실천'이라는 공은 유 시장 책임이 된 것이다. 모든 쟁점이 다 정리되고 시장의 실천만 남은 과제를 새삼스레 새로운 공약인 것처럼 제시하니 지역 정가에서는 "대체 뭐냐"는 반응이다.

    홍철호 캠프 측 관계자는 "김두관 후보가 '내려꽂기' 공천으로 경남 남해군에서 400㎞를 날아와 급히 출마하다보니 공약을 고민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며 "한 달 전에 끝난 김포시장 지방선거 공약집을 뒤적이며 'Crtl C → Ctrl V' 방식으로 급히 공약을 만들다보니 '이미 끝난 공약'의 재탕이 된 것 아니겠느냐"며 동정심을 표했다.

    이 밖에 김두관 후보의 공약인 '4년제 대학 김포 유치'는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4년제 대학 김포 유치는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전면 배치되기 때문에 추진이 불가능하다. 국토 균형 발전이 지론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만을 위해 법령을 개정한다는 것도 우스운데다, 만에 하나 법령이 개정되더라도 김포의 지가는 이미 크게 상승한 터라 일반적으로 거대한 부지가 필요한 4년제 대학이 들어올 여력이 없다.

    지역 정가의 정통한 관계자는 4년제 대학 캠퍼스 유치 공약에 대해 "해병 2사단을 갑자기 이전하기로 해 시유지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온다면 모를까"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 ▲ 경기 김포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의 주요 공약이 이미 6.4 지방선거를 통해 정리됐거나 실정법에 배치되는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도원 기자
    ▲ 경기 김포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의 주요 공약이 이미 6.4 지방선거를 통해 정리됐거나 실정법에 배치되는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도원 기자

    한편, 김포의 대중교통 문제와 관련해 홍철호 후보 측은 '굿모닝 버스' 운행과 인천지하철 1호선의 연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굿모닝 버스'는 더 이상 김포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광역버스를 증차할 여력이 없다는 현실에 기초를 두고, 고촌이나 개화 등 김포와 서울의 접경에 위치한 환승 센터까지만 운행하는 버스를 2분마다 배차한다는 계획이다.

    영등포·강남·서울시청 등 서울의 도심 깊숙한 지점까지 운행하는 종전의 광역버스보다 운행 거리가 짧기 때문에 적은 차량으로도 2분마다 배차가 가능하며, 서울 접경까지만 운행하기 때문에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요 없어 바로 추진할 수 있다.

    김두관 후보 캠프 측에서는 홍철호 후보의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에 대해 "유정복 시장과 협의한다지만 그게 잘 되겠느냐"며 "6·4 지방선거 때 언급조차 없었던 내용이 공약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철호 캠프 측은 "이는 김두관 후보 측의 사고가 6·4 지방선거 때에 완전히 머물러 있다는 반증"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지하철의 검단 연장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발생한 현실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