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과의 '엇갈린 인연' 화제이인제 "19대 총선 불출마, 말못할 사정이라도 있었나"
  • 민정당과 자민련을 거친 뒤 16대 새천년민주당, 17대 열린우리당, 18대 통합민주당에 이어 19대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으로 출사표를 던진 정장선 후보가 20일 경기 평택 통복시장에서 안철수 공동대표, 박지원 의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정도원 기자
    ▲ 민정당과 자민련을 거친 뒤 16대 새천년민주당, 17대 열린우리당, 18대 통합민주당에 이어 19대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으로 출사표를 던진 정장선 후보가 20일 경기 평택 통복시장에서 안철수 공동대표, 박지원 의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정도원 기자


    21일 경기 평택에서 열린 새누리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상현 사무총장이 평택 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연합 정장선 후보를 가리켜 '정치철새'라 비판하면서 정 후보의 과거 정치 행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도의원 하기 위해 민자당에서 자민련으로

    정장선 후보는 민주정의당 공채 6기로 정치에 입문했으나 1995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의원을 하기 위해 민정당의 후신인 민주자유당을 탈탕해 자유민주연합으로 당적을 옮겼다.

    당시 자민련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김영삼 정부와의 불화 끝에 옛 공화계 인사들을 이끌고 나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만든 정당이었다. 지역 정가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정당에 충청권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정장선 후보가 합류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고 회상했다.

    평택에 충청권 출신 유권자가 많고 지방선거에서 김영삼 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강했던 점을 감안해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둔 판단이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 국회의원 하기 위해 자민련에서 민주당으로

    정장선 후보는 1995년에 자민련 소속으로 도의원에 첫 당선된 데 이어 1999년 지방선거에서는 무난히 재선, 경기도 의원이 됐다. 그러나 정 후보는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자민련을 탈당,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 불과 1년 뒤였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선거 예산 낭비와 정치 불신 야기, 유권자 배신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장선 후보가 재차 탈당한 이유는 국회의원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지역 정가 관계자의 평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평택의 지역구 의원이 자민련 허남훈 의원이었기 때문에 같은 당인 자민련에 몸담고 있다가는 현역 의원을 제치고 공천받을 수가 없었다"며 "한나라당에는 5선 의원을 지낸 거물 이자헌 전 의원이 버티고 있어 역시 공천받기가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오로지 총선 후보가 되기 위한 공천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다.

     

  • 2000년 3월, 이인제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당시)이 경기 평택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해 정치 신인 정장선 후보를 뽑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조선일보DB
    ▲ 2000년 3월, 이인제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당시)이 경기 평택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해 정치 신인 정장선 후보를 뽑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조선일보DB

     

     

    ◆ 14년 前 5선 의원에 맞서 '정치 신인' 뽑아달라 목소리 높여

    민주당으로 옮겨간 정장선 후보는 이 때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을 만나게 된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당시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돼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같은 '영입파'인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체신부 장관을 지낸 5선 의원 출신 한나라당 이자헌 후보, 상공부 차관과 환경처 차관을 지낸 경제통이자 현역 의원인 자민련 허남훈 후보에 맞서 민주당은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는 무명의 정장선을 후보로 공천했다. 이는 이인제 선대위원장(당시)의 영향력 덕분이라는 것이 지역 정가에서는 정설이다.

    이인제 선대위원장은 자신이 공천한 정장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총력을 다했다. 2000년 3월 7일, 총선을 앞두고 평택 지구당 개편대회에 직접 참석해 정장선 후보의 손을 치켜들었다. 정장선 후보는 불과 1,600여 표 차이로 이자헌 후보를 따돌리며 당선돼 16대 총선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다.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정장선 후보는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당명이 끊임없이 바뀌는 와중에서도 3선을 달성했다.

    한편 5선 의원 이자헌 후보에 맞서 정치 신인 정장선 후보를 뽑아달라고 호소하던 이인제 최고위원은 14년 뒤 같은 평택에서 3선 의원 새천년민주연합 정장선 후보에 맞서 정치 신인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를 뽑아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20일 경기 평택 통복시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한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평택시민 아무도 모를 이유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정장선 후보가 슬그머니 다시 재선거에 출마한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도원 기자
    ▲ 20일 경기 평택 통복시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한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평택시민 아무도 모를 이유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정장선 후보가 슬그머니 다시 재선거에 출마한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도원 기자

    ◆ 이인제 최고위원 "불출마, 말못할 사정 있었나"

    '엇갈린 인연'의 주인공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런 사정 때문인지 21일 평택에서 열린 새누리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과 윤상현 사무총장이 정장선 후보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일 때에도 정 후보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인제 최고위원은 그 전날인 20일 평택 통복시장에서 열린 지원 유세에서 "정장선 후보는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라며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한 가지 솔직하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19대 총선에서 갑자기 출마를 포기한다기에 그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며 "무슨 말못할 사정이 있나 싶어 물어보고 다녔지만, 아무도 (불출마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인제 최고위원은 "혹시 여기에는 그 이유를 아시는 분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정장선 후보는 자신을 세 번 내리 당선시켜주며 12년 동안 국회의원을 하게끔 해준 평택시민 그 누구도 모르는 이유로 불출마했던 것이다.

    불과 2년 뒤,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던 정장선 후보는 슬그머니 19대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불출마했던 이유는 이제 영원히 본인만 알고 있을 비밀로 남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를 가리켜 "정치인이 취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