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機 격추는 ‘러시아 무지막지’의 취미?

     


  •  푸틴의 말에는 억지가 역력하다.
    “우크라이나가 평화로웠더라면,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동남부에서 적대행동을 재개하지 않았더라면,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격추당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투였다.
    이건 그야말로 소리지 말이 아니다.

      평화롭지 않더라도, 그리고 정부군이 반군(反軍)을 적대했더라도,
    제3국 민간여객기를 향해 지대공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
    비행기는 격추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평화롭지 않은 것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병합기도 때문이고,
    정부군이 반군을 적대하는 건 세계 모든 중앙정부 공통의 당연한 행동이다.
    푸틴은 체첸 반군을 그냥 놓아두고 있나?

    푸틴의 억지는 그의 개인적인 성품 탓이기도 하지만,
    그를 기르고 교육하고 빚어낸 러시아적 전제(專制)와 폭정(暴政),
    소련 전체주의, 그리고 스탈린주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제정 러시아와 소련이 붕괴했다고 해서
    그곳의 무지막지한 전통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이 전통이 없어지려면 18세기 서유럽의 진보적 사상가들이
    앞장서 이끌었던 '이성(理性)의 혁명‘ 즉, 계몽사상의 ’철학혁명‘이 정착해야 한다.
    러시아,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이런 ’이성의 철학혁명‘이 없이
    전근대에서 곧바로 공산 전체주의로 점프(jump)했다.

     공산 전체주의와 공산 몽매(蒙昧)주의(obscurantism)는 물론 무너졌다.
    그러나 '이성의 시대(The Age of Reason)'로 씻긴 바 없는
    러시아적 전제와 폭정은 1989~1990년대의 외형적인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러시아적 체질’로 남아 있다.
    그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푸틴이다.
    그는 민주사회, 민주시대의 대통령이 아니라,
    신판 러시아 제정(帝政)의 신판 차르(황제)다.
    그래서 그의 말과 행동엔 무지막지함이 배어있다.

     이렇게 볼 때, 사람이 그래도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문명지대는
    지구 전체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걸 새삼 발견하게 된다.
    북(北)미주, 서유럽, 북유럽, 동유럽에선 첵코,
    호주, 뉴질랜드, 일본, 대한민국(남한), 대만, 말레이시아, 근래의 싱가포르 정도 아닐까?
    남미도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정도이고
    멕시코, 브라질만 해도 그만큼 안전하진 못하지 않을는지?

     아시아 대륙 일부 나라로 혼자 배낭여행 갔다가는
    장기(臟器) 밀매 범(氾)에 걸려 시신도 찾을 길 없이 죽는 수가 있다.
    동남아 어떤 나라에 잘못 여행 갔다간 고용된 킬러의 총격으로 골로 가기 일쑤다.
    이런 나라들을 돌아볼수록 대한민국이 대단한 문명국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자긍하게 된다.

    무지막지함에선 중국도 다를 게 없다.
    아주 최근에 와선 시진핑 중국이 법치주의의 개념을 도입할 듯한 약간의 기색을 보이곤 있다.
    그러나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일 것이다.
    공산당 1당 독재 자체가 무지막지한 것이기 때문이다.
    1당 독재를 하면서 법치주의? 말도 안 된다.

    무지막지의 극치는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중국보다 북한이다.
    이런 최고 악질 무지막지의 북한은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 머리 위에 있다.
    하필이면 말이다!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다.
    저런 추한 종기(腫氣)가 왜 하필이면 우리 머리 위에 나있단 말인가?

      그러나 방법이 없다.
    이게 우리의 카르마(業)라면 그 종기의 염증을 없앨 정신적 항생제를 써야 한다.
    우리 자신이 항체가 돼는 것이다. 바로 문명의 항체다.
    무지막지의 염증을 문명의 항체로 씻어내야 한다.
    뻑 하면 민간여객기를 미사일로 격추하는 러시아
    무지막지의 습관성 고질병을 보면서 느끼는 소회(所懷)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