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어디에'는 외화벌이 사업으로 마약 밀매에 뛰어든 북한사람들의 절박한 이야기다. 북한을 다룬 많은 책이 있지만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북한 출신 탈북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점이다.

    저자 이지명씨는 탈북자다. 그는 북한에서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고 작품 세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공식화되지 않고 이면에 묻혔다. 소지주의 아들이었던 이씨는 북한 사회를 견디지 못하고 중국으로 빠져나왔다. 그가 이곳저곳 전전하면서 막일을 하는 와중에 틈틈이 새벽잠을 몰아내며 쓴 소설이 '삶은 어디에'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던 고난의 시절,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 사업의 일환으로 음지에서 마약을 밀매했다. 이씨는 "소설 속 마약 밀매에 뛰어든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이들 모두 북한이라는 기이한 시스템의 소모품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며 "마약 밀매를 하다 중국측에 적발됐을 때 북한 권력 시스템은 이들은 모두 제거한다. 이 소설을 통해 개인의 삶이 정치에 연루됐을 때 어떻게 파괴되고 망가져 가는지를 심도 있게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설은 '거기'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자에게만 가능한 리얼리티와 경험의 절절함이 묻어난다. 이처럼 진실성을 담보로 한 '삶은 어디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독자에게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다가간다. (아이엘앤피, 2008. 값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