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을 공식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국제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질서 재편과 세계경제 회복 노력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리아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26개항의 공동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 양 정상은 발표문에서 국제금융위기를 신뢰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며 정당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자주의적 접근에 기반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양 정상은 특히 현 국제금융위기를 신뢰가능하고 지속가능하며 정당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자주의적 접근에 기반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G20 세계금융정상회의의 일원으로서 세계 경제 회복과 금융질서 재편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결정한 데 대해 만족을 표명했다. 또 한국과 브라질이 G20 공동의장국으로서 세계금융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원칙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권고사항을 작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G20 재무장관회의 의장국단은 한국과 브라질, 영국 3개국으로, 내년 4월말 이전에 열리는 제2차 G20 금융정상회의 의제 선정과 국제금융 재편안 마련 등의 준비 작업을 한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인프라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국제 경험, 노 하우를 바탕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브라질내 개발사업 참여를 요청했고, 룰라 대통령은 한국기업의 브라질 시장 진출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뒤 "고속철 사업과 항만준설사업, 조선 등에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한-브라질 교역의 균형적인 확대와 다변화가 바람직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인프라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국제 경험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설명했고 룰라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브라질 시장 진출을 환영했다. 양 정상은 양국간에 모색 가능한 비즈니스가 많이 있음을 강조하고 최근 5년간 양국간 교역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금년에는 8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 만족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이 2030년까지 추진하고 있는 원전 8기 건설 사업, 2010년까지 6000t급 구축함 4척 도입 등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또 룰라 대통령이 한-브라질간 무역 역조를 지적하면서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을 제안함에 따라 수입 여부를 놓고 전문가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 정상은 △ 바이오에탄올 및 저탄소 녹색성장 분야 기술협력 강화 △ 양국간 자원관련 협의채널 강화 △ 항공편 증설을 위한 내년중 항공회담 개최 △ 해외농업협력센터 상호 교환설치 △ 무역투자 진흥 및 산업협력 공동위원회 설치 등에 합의하고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한국-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간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지속키로 했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생명공학, 사회간접자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관계의 확대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의 무역흑자 규모가 지역별로 가장 큰 곳이 중남미이고 가능성도 높은 시장"이라며 "브라질을 잡아야 남미를 잡을 수 있으니 이번 브라질 방문은 교두보를 튼튼하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식오찬장에서는 양 정상의 긴밀해진 관계가 엿보였다. 이 대통령은 연회장 입구에 영접나온 룰라 대통령과 함께 헤드테이블로 이동하며 자유로운 대화를 주고 받고 큰 웃음을 보이는 등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서로 충분히 견해를 나눴고 서로를 신회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며 "앞으로 더욱 긴밀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의 경제, 건설, 통신과 교육 등의 협력과 브라질의 성장플랜에 따라 한국에 투자의 기회가 열려 있다"며 "브라질과 한국의 협력은 국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공식만찬에 사의를 표하며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정치적 안정 속에 경제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고 인사하자 룰라 대통령은 우리말로 "건배"를 외치며 잔을 부딪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브라질 상원을 방문, 가리발지 알베스 상원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회의 중인 상원의사당으로 초청받은 뒤 상원의장단석에서 즉석연설을 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외국 정상이 브라질 정계로부터 이같은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외국 정상이 상원 의장단석에서 즉석연설을 한 것은 지난 1961년 브라질리아로 의회를 옮긴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으며, 이는 이 대통령에 대한 브라질 의회의 파격적인 예우로 풀이된다. 상원 의원들은 이어 잇따라 발언을 신청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고 제의하는 등 깊은 주의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