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단단히 화가 났다고 한다. 사흘째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를 비판하고 있는데 정작 박 전 대표를 화나게 한 것은 이 문제가 아니라 5일 일부 언론에 보도된 전국단위 외곽조직 출범 보도 때문.

    이날 조선일보는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전국단위 외곽조직 '희망포럼'이 공식 출범한다고 보도했다. 행정안전부에 법인등록까지 마쳤고 박영식 전 연세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15명의 이사진이 참여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단 수도권 중심으로 뭉쳤지만, 조만간 전국 시·군·구 단위까지 조직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조직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조직이던 '선진연대'를 벤치마킹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표도 희망포럼 출범 사실은 시인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럼은 포럼 그 자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으니 이 조직은 사실상 대선을 겨냥한 조직이란 해석이 자연스레 달린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런 해석에 선을 그었다. 정중동 행보를 보이며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는 박 전 대표였는데 이날 외곽조직 출범이란 언론보도가 나오자 그는 적잖이 언짢아 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그 얘기(희망포럼 출범)를 듣고 굉장히 언짢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해 소지가 큰 '외곽조직 출범' 보도가 나온 것은 박 전 대표의 행보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어려워 정치적 발언도 안하는 상황인데 조직을 만들었다는 얘기에 많이 언짢아 한다고 한다"면서 "희망포럼도 주변(최측근)에선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했다.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위치한 후원회 사무실도 폐쇄했는데 이를 두고도 박 전 대표는 부담을 갖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마치 후원회 사무실이 대선 조직인 것 처럼 비쳐지는 것에 부담도 있었던 것 같다"면서 "(박 전 대표) 주변에서 본인들끼리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움직였나 본데 (조직결성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지시나 상의없이 주변 일부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는 설명인데 이 관계자에 따르면 '희망포럼' 이사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총장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직접 참여한 분은 아니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얼굴도 본 적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지난 8월에 조직하려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8월에 조직하려다 상황이 좋지 않아 미뤄뒀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했다. 대선을 겨냥한 조직이란 분석이 달리면서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는 데 대해선 "대선 코 앞에 와서 조직을 만드는 것이 더 이상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하는 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해 박 전 대표의 의사와는 무관히 그의 주변에선 '조직결성'시기를 두고 그간 의견을 주고 받았던 것으로 풀이된다.